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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의 발가락 서기, 투우사 파소도블레…춤은 선이다

중앙일보 2019.12.06 17:00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17)

춤을 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다. 그중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선(線)이다. 발레 하는 사람들의 선은 보기에도 아름답다. 가느다란 다리와 팔 그리고 몸이 만드는 선이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내가 몸매가 좀 비만한 편이라 내가 춤을 춘다고 하면 믿지 않는다. 발레 하는 사람들의 날씬한 이미지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발레 하는 사람들이 발가락으로 서는 동작에서도 선이 강조된다. 그 동작에서 다리가 길어 보이는 것이다. 두 다리를 겹쳐 모으는 자세도 선이 가늘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동작이다.
 
한국무용도 여성들의 치마가 다리는 가리지만 팔의 움직임에서 아름다운 선을 볼 수 있다. 댄스스포츠에서도 스텝을 먼저 배우지만, 그다음에는 팔 동작을 배운다. 팔과 다리가 같이 움직여야 동작이 커지는 것이다.
 
스탠더드 댄스에서 여성은 드레스를 입기 때문에 다리 선은 안 보인다. 그 대신 상체와 머리의 선이 중요하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상체를 뒤로 굽히면서 아름다운 선이 나온다. 갈비뼈 하단을 서로 가까이하고 그 위의 상체는 서로 멀리하는 것도 꽃이 크게 핀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관객석에서 보면 이 차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발레 하는 사람들의 선은 보기에도 아름답다. 발가락으로 서는 동작에서도 선이 강조된다. 두 다리를 겹쳐 모으는 자세도 선이 가늘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동작이다. [사진 pxhere]

발레 하는 사람들의 선은 보기에도 아름답다. 발가락으로 서는 동작에서도 선이 강조된다. 두 다리를 겹쳐 모으는 자세도 선이 가늘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동작이다. [사진 pxhere]

 
발레 하는 사람들은 어깨선이 아름답다. ‘지젤라인’이라고 목에서 어깨로 내려오는 선을 말하는데 어깨가 삼각형처럼 약간 비스듬하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동호인들의 춤 자세가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미 골격이 제멋대로 만들어진 이후에 댄스를 접하기 때문이다. 한창 사춘기 때 힘쓰는 일이나 운동을 했기 때문에 어깨가 옆으로 벌어진다. 어깨에 울퉁불퉁 근육도 튀어나온다. 팔다리도 굵어진다. 그래서 팔을 옆으로 폈을 때 깨끗한 선이 제대로 안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탠더드댄스에서는 양팔을 옆으로 최대한 스트레칭을 해서 고정해야 한다. 그래야 그림이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춤을 어려서부터 해야 몸이 만들어진다는 말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팔다리가 비교적 긴 서양 사람들보다 팔다리가 그렇게 길지 않은 한국인들의 체형은 불리한 편이다.
 
어깨가 굽은 사람도 춤에서는 치명적이다. 목을 바로 세우고 어깨는 내려야 목선이 최대한 길어 보인다. 그런데 목이 굽어 있으면 춤을 춰도 잘 추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일단 뒤에서 보는 뒤태가 엉성하다. 그래서 댄스스포츠를 오래 배우게 되면 자세가 바르게 된다. 머리 한가운데에 실을 매달아 놓은 것 같은 자세가 댄스의 정자세이다. 댄스 대회장에 가 보면 선수들은 물론 심사 위원들의 자세가 일반인들과 달리 정말 바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탱고를 제외한 스탠더드 댄스에서는 얼굴 가운데 선과 가슴 가운데 선이 어긋나지 않고 연장선으로 보여야 한다. 한쪽 몸이 기울어지는 스웨이 동작에서는 얼굴선과 가슴선이 어긋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 pxhere]

탱고를 제외한 스탠더드 댄스에서는 얼굴 가운데 선과 가슴 가운데 선이 어긋나지 않고 연장선으로 보여야 한다. 한쪽 몸이 기울어지는 스웨이 동작에서는 얼굴선과 가슴선이 어긋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 pxhere]

 
춤의 선은 그림으로 그리는 라인만을 뜻하지 않는다. 스탠더드 댄스에서 얼굴과 몸통이 같이 움직일 때 가운데 선을 유지하는 것도 선이다. 사람의 몸은 좌우가 대칭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가운데 코 선이 중심선이 되는 것이다. 입술과 턱은 가운데 세로 선이다.
 
얼굴을 돌리면 몸통의 가운데 선과 어긋나게 되는데, 탱고를 제외하고는 스탠더드 댄스에서는 얼굴 가운데 선과 가슴의 가운데 선이 어긋나지 않고 연장선으로 보여야 한다. 그러므로 한쪽 몸이 기울어지는 스웨이 동작에서는 얼굴선과 가슴선이 어긋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틴댄스에서도 투우사의 춤인 파소도블레는 기본자세부터 선이 멋지다. 턱은 당기고 가슴을 앞으로 내미는 것이 다른 라틴댄스와 크게 다른 점이다. 투우사의 위용을 드러내야 하는 자세다.
 
경기대회에 나가는 선수들은 남녀가 모두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해야 한다. 두발용 화장품을 사용해서 머리카락이 흩어지지 않게 고정하는 것이다. 스탠더드 댄스에서 여성의 헤어스타일은 목선이 보이게 머리카락을 위로 묶는다. 깔끔하게 보이는 선 때문이다.
 
춤의 선은 춤의 휘겨와 진행 방향인 루틴에도 있다. 춤추는 사람이 플로어를 사용할 때 아무렇게나 가는 것이 아니다. 사각으로 되어있는 플로어를 사용하는데 보이지 않는 춤 선이 있다. 일방통행 길처럼 시계 반대방향으로 진행해 나가야 한다. 똑바로 직사각형 변을 따라 진행하게 되면 몇 스텝 안 가서 플로어 끝이다.
 
그러므로 일단 45도 각도로 벽 쪽으로 갔다가 다시 45도 방향으로 안쪽으로 들어온다. 벽과 가운데 센터를 기준으로 드나들면서 각도와 방향이 있다. 플로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지그재그로 춤을 추는 것이다.
 
라틴댄스에서도 각 휘겨의 동작은 각도가 있다. 이 각도를 무시하면 다음 동작의 각도가 또 달라진다. 보는 사람에게도 정면 또는 측면이 정확하게 보여야 하는데 각도가 안 맞으면 춤이 덜 세련되게 보이는 것이다.
 
경기 대회에 나가면 플로어가 농구장 크기만큼 넓지만, 대부분의 댄스학원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막상 스탠더드댄스 대회에 나오게 되면 플로어를 넓게 쓰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인다. [중앙포토]

경기 대회에 나가면 플로어가 농구장 크기만큼 넓지만, 대부분의 댄스학원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막상 스탠더드댄스 대회에 나오게 되면 플로어를 넓게 쓰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인다. [중앙포토]

 
오른쪽으로 회전하고, 왼쪽으로 회전하는 동작이 주 스텝인 비에니즈 왈츠는 진행하면서 남녀가 거의 180도로 회전 각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한번은 앞을 보고 회전하고 한번은 뒤로 발을 빼며 회전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각도가 줄어들면 그다음 스텝에 무리가 생긴다. 벽을 따라 직선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가로막히므로 파트너가 앞으로 진행하지 못한다. 옆으로 피해 가다 보면 둘 다 결국 안으로 말려들게 된다.
 
각도를 지키지 못하면 다음 동작은 더 크게 해야 한다. 회전할 때 대부분 모자라게 각도를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비에니즈 왈츠는 대회장에서도 선수들이 모두 같은 라인을 사용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진로가 막히기 쉽다. 그럴 때는 시차를 이용하여 출발하면 같은 라인을 사용하더라도 겹치지 않는다.
 
경기 대회에 나가면 플로어가 대부분 넓다. 정규 농구장의 크기를 연상하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댄스학원은 그리 넓지 못하다. 그래서 막상 스탠더드댄스 대회에 나오게 되면 플로어를 넓게 쓰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인다. 일단 스텝을 넓게 해야 하는 이유가 단순히 동작이 시원스럽게 보이자는 것도 있지만, 플로어를 다 채우면서 선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다. 경기장은 벽을 따라 보이지 않는 댄스 라인이 있는 것이다. 그 라인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중간에 꺾어진다면 라인을 벗어나는 셈이 된다.
 
세계적인 댄스 대회인 블랙풀(Blackpool) 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가 당황했다는 일화가 있다. 가로 면이 유난히 긴 플로어를 보고 밤새도록 거기 맞춰 루틴을 수정해서 연습했다는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연습했던 루틴으로는 중간에 꺾어지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은 플로어를 충분히 활용하는데 절반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댄스 초보자들은 스텝에 가장 중점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 춤은 멀리서 남들이 보기에 아름다워야 한다. 멀리서 보이는 것은 결국 스텝보다는 두 사람이 춤을 추면서 보여주는 선이다. 춤추는 사람의 형상처럼 눈에 보이는 실선도 있고 움직이는 방향과 길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선도 있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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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필진

[강신영의 쉘 위 댄스] 댄스 동호인으로 시작해 30년간 댄스계에 몸담았다. 댄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외면하고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댄스스포츠 세계는 문화, 역사, 건강, 사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알수록 흥미롭다. 30년 댄스 인생에서 얻은 귀중한 지식과 경험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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