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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기현 측근 수사 안 할 수 없었다" 경찰 내부 문건

중앙일보 2019.12.06 16:19
김기현 전 울산시장(오른쪽)이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해 6월 실시된 울산시장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석동현 자유한국당 법률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오른쪽)이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해 6월 실시된 울산시장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석동현 자유한국당 법률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해 치러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 수사를 놓고 ‘선거개입’ ‘하명수사’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경찰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또 다른 내부 문건을 작성했던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이 문건은 울산시 고위 공무원이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이어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진정을 넣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4월 작성 A4용지 20장 분량 문서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가 올 4월 작성한 내부 문건은 ▶비서실장 비위 혐의 수사착수 배경 ▶경찰이 확인한 사건의 사실관계 ▶수사과정에 대한 의견 등 내용으로 이뤄졌다. 앞서 공개된 같은 부서가 6월 작성한 내부 문건(A4용지 51장)이 김 전 시장 형제비리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구분된다. 4월 작성 문건은 표지를 포함, 20장 분량이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를 했다. [연합뉴스]

울산지방경찰청.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를 했다. [연합뉴스]

 

"중대한 범죄 확인하고도 손 놓나" 

문건에 따르면 당시 울산시 고위 공무원의 레미콘 공급사업 이권개입 의혹이 일고 있었고, 이와 관련한 진정 역시 이뤄졌다. 울산지방경찰청은 2017년 말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이권개입 의혹과 관련한 범죄첩보를 받기도 했다. 통상의 수사 흐름이라는 의미다. 울산 경찰은 문건에서 “수사기관의 중립은 중대한 범죄를 확인하고도 손을 놓고 있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며 “단지 지방선거가 6개월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을 중립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찰의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비서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울산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모습. 의원들이 황운하 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경찰의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비서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울산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모습. 의원들이 황운하 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비서실 압수수색 날은 시장 후보 공천 날 

당시 울산 경찰은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난해 3월 16일 김 전 시장 비서실을 전격 압수 수색을 한 바 있다. 발부는 전날 됐다. 그 날은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선거 후보자로 확정된 날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의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울산 경찰은 검찰에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언제 법원에 청구할지 또 판사가 언제 발부할지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근거로 문서는 “경찰이 이를 통째로 기획했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김 전 시장 비서실장 박모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혐의는 직권남용이다. 하지만 검찰은 올 3월 박씨를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고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장문의 불기소 결정서를 썼다. 자연히 한국당 쪽을 중심으로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김 전 시장은 선거무효 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 [연합뉴스]

 

"수사는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진행" 

내부 문건은 박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 이후 작성됐다. 이에 대한 경찰입장도 담고 있다. “검사가 기소한 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거나 법원의 심급별 판결이 다르다고 검사·하급심의 판단을 무분별하게 엉터리라도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단지 검사가 기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수사를 함부로 공격하는 것은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에 대한 모욕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수사가 사실관계를 토대로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진행됐음을 알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지휘에 수사혼란 겪었다" 주장도 

이밖에 울산 경찰은 내부 문건에서 검찰의 지휘 분위기 변경에 보완수사가 어려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기소를 위한 보완목적의 구체적인 수사지휘에서 (담당 검사가 바뀐 뒤) 피의자 중 한명인 이모씨가 정당한 권한 외의 행위를 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라는 취지의 지휘를 반복해 내렸다고 한다. 울산 경찰은 “이씨의 혐의를 입증한 경찰수사를 무력화하는 지휘였다”며 “갑작스러운 지휘 기조의 변화로 이후 수사에 지속적인 혼란을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또 경찰수사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 없이 단지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더 찾아보라는 지휘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김민욱·최은경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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