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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신고한 이영하의 승승장구

중앙일보 2019.12.06 15:42
"얼굴입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2019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 틱톡(TikTok) 인기선수상을 받은 이영하(22·두산)은 인기 비결을 묻는 사회자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회자가 다른 이유를 또 묻자 이영하는 "키"라고 답했다.
 
6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9 나누리병원 일구상' 시상식에서 최고투수상을 받은 이영하(가운데_. 오른쪽은 그의 친동생이다. [연합뉴스]

6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9 나누리병원 일구상' 시상식에서 최고투수상을 받은 이영하(가운데_. 오른쪽은 그의 친동생이다. [연합뉴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1m92㎝의 훤칠한 키. 눈에 보이는 이영하의 인기 비결이다.
 
쟁쟁한 야구 선배들 앞에서 이렇게 농담할 만큼 그는 부쩍 성장했다. 팬들이 그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이영하가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올 시즌 17승4패(다승 공동 2위), 평균자책점 3.64(15위·국내 선수 중 5위)를 기록했다. 이영하의 진짜 인기 비결은 실력이다.
 
올 시즌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공헌한 이영하는 지난달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로 뽑혔다. 대표팀 투수 중 가장 많은 5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1.08(8과 3분의 1이닝 1실점)을 올렸다. 당장 내년 도쿄 올림픽에 주축 투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역투하는 이영하. [뉴스1]

지난달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역투하는 이영하. [뉴스1]

2016년 두산에 입단한 이영하는 지난해 풀타임(10승3패, 평균자책점 5.28)을 처음 뛰었다. 양현종(KIA)·김광현(SK) 등 30대 초반 선수들이 주축인 KBO 마운드에서 꽤 주목 받는 신예였다.
 
이영하가 유명해진 건 야구장 밖에서의 일이었다. 지난해 4월 승부조작 제안을 받은 사실을 구단에 신고해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포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당시 그의 연봉(4200만원)보다 많은 돈을 받았으나 이를 모두 모교와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했다.
 
지난 4월 기자와 만난 이영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아버지(이준성 씨)가 '그 돈은 네 것이 아니다. 기부할 거면 전부 해라. 좋은 일에 쓰면 네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당연히 동의했다. 돈은 야구 잘해서 벌면 된다"고 말했다.  
 
야구 청년의 꿈 같은 말은 놀랍게도 1년 만에 거의 현실로 이뤄졌다. 탄탄한 체격에서 뿜어내는 묵직한 패스트볼과 시속 140㎞ 안팎의 날카로운 슬라이더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구종으로 떠올랐다. 타고난 체격과 재능이 뛰어난 이영하는 진중함과 성실함도 갖췄다. 그의 현재도 반짝반짝 빛나지만 미래는 더 유망하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이영하는 정규시즌에서 17승을 거두며 두산의 통합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뉴스1]

이영하는 정규시즌에서 17승을 거두며 두산의 통합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뉴스1]

올해 1억원인 이영하의 연봉은 내년에는 대폭 올라갈 것이다. 통합 우승 보너스를 받을 것이고, 프리미어12 준우승 상금도 있다. 연말 각종 시상식에서 그는 단골 수상자다. 6일에도 일구상 최고 투수상을 받았다. 좋은 일을 하자 더 좋은 일이 계속 생기는, 이영하의 멋진 2019년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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