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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탓에 울산 갔다던 靑행정관···'김기현 수사팀' 만났다

중앙일보 2019.12.06 12:50
울산지방경찰청 [연합뉴스]

울산지방경찰청 [연합뉴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행정관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수사 중인 울산경찰청 수사과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고래고기 사건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1월 울산을 찾았다는 청와대 해명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고래고기 사건은 울산경찰청 형사과 소속 광역수사대에서 2017년 9월 내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월 정모 행정관, 울산청 수사과장 만나
수사과장 “고래고기 사건 이후 검경 갈등 전해”
고래고기 수사는 형사과 소속 광수대서 전담

당시 수사과장을 맡았던 심모 총경은 6일 중앙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지난해 1월 11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파견 나가 있는 경찰대 동기 정모 행정관이 울산에 내려온다고 연락이 왔다”며 “울산경찰청 내 사무실에서 10분가량 만났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정 행정관은 최근에 숨진 백모 수사관과 함께 울산을 찾았다. 백 수사관과 해경을 함께 방문한 후 정 행정관은 울산경찰청을, 백 수사관은 울산지검으로 향했다고 한다. 정 행정관을 만난 심 총경은 “정 행정관과 고래고기에 대해서만 대화를 나눴고, 검·경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 분위기를 전달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심 총경은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사건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심 총경은 울산경찰청에 부임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고래고기 사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심 총경이 고래고기 사건을 제대로 알려면 황운하 청장을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정 행정관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행정관은 황 청장은 물론 고래고기 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과장이나 광역수사대장은 만나지 않고 서울로 복귀했다. 정 행정관이 다른 동기생 중 3명도 만나지 않았다.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수사과장을 만난 것을 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원서류를 보여주며 김기현 죽이기에 동원된 하수인 황운하(전 울산경찰청장)에 대한 검찰의 조속한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원서류를 보여주며 김기현 죽이기에 동원된 하수인 황운하(전 울산경찰청장)에 대한 검찰의 조속한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심 총경이 부임하기 직전 수사과장을 맡았던 신모 총경은 김 전 시장 측근 비리를 고발한 건설업자 김모에게 “성실히 재수사할 테니 다시 하자”고 말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씨는 2014년부터 지역 아파트 건설 인허가와 관련해 김 전 시장 측 인사들을 꾸준히 고발해 왔는데 줄곧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있었다.
 
김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존 고발사건) 무혐의 처분을 통보받고 한참 뒤인 2017년 9월 신 총경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재수사를 성실히 할 테니 다시 하자’고 하더라”고 말했다. 수사 관행상 총경급 인사가 고발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재수사 의지를 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통화 이후 김씨 고발 사건을 수사했던 지능범죄수사대 직원 3명이 교체됐다. 
 
교체된 수사팀장인 성모 경위는 김씨의 고발 자료들을 검토한 뒤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고 설명했고, 김씨는 이듬해인 2018년 1월 고발장을 다시 썼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또다시 무혐의 처분했다. 성 경위는 김씨의 고발 자료와 관련된 강요미수 범행 등으로 이후 구속기소 됐고, 내년 1월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신 총경에게 수사팀을 교체하며 재수사한 이유를 묻기 위해 연락했지만 “그 사건과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해줄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울산=이은지·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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