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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게 '공짜 마술쇼' 선물하는 착한 소방관 '마술사'

중앙일보 2019.12.06 10:43
소외계층에게 공짜 마술쇼를 선물하는 소방관 조성훈씨. 무대에서 비둘기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소외계층에게 공짜 마술쇼를 선물하는 소방관 조성훈씨. 무대에서 비둘기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소방관 마술사 조성훈 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10월 2일 네이버 웹 문서에 올라온 한 게시글 제목이다. 대구의 장애인 권익협회 간부가 올린 글로, 그의 마술 재능기부에 고마움을 표하는 내용이었다. 이 간부는 게시글에 '아무런 금전적 요구 없이 (마술 행사를 하고), 장애인들에게 선물까지 나눠주는 모습을 볼 때-'라고 썼다. 이렇게 소방관 마술사를 칭찬하는 글은 네이버와 구글 게시판에 여러 개 올려져 있다.  

경북 성주소방서 조성훈 구조구급센터장
'소방관 마술사'로 5년째 마술 재능기부
국제마술대회서 수상할만큼 마술 실력자
소방청장 표창 등 5번 소방관 상도 받아

 
사회 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공짜 마술쇼'를 선물하는 착한 소방관이 있다. 주인공은 26년 차 현직 소방관인 경북 성주소방서 조성훈(52) 구조구급센터장이다. 그는 2014년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공짜 마술쇼를 열고 있다. 
조성훈 경북 성주소방서 구조구급센터장. [사진 독자제공]

조성훈 경북 성주소방서 구조구급센터장. [사진 독자제공]

 
마술쇼는 사실상 재능기부가 거의 없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마술을 익히는데 들어가는 시간, 마술쇼를 할 때 사용하는 비싼 마술 도구,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 등이 만만치 않아서다. 그래서 마술사 한명이 20분간 마술쇼를 하면, 보통 30만~35만원을 수고비로 받는다고 한다.
 
조 센터장의 마술쇼 무대는 화려하거나 근사한 곳은 없다. 청각 장애인들이 모인 시설이나, 소외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시설, 노인들이 모여 사는 실버타운 등이 그의 주 무대이다. 
 
최근 50회를 넘긴 그의 공짜 마술쇼는 2014년 한 식당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청각 장애인들이 대구의 한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는 행사가 있다는 현수막을 본 게 출발점이다. 그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내가 익힌) 마술로 웃음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현수막을 보고 먼저 연락해 마술 재능기부를 하게 됐다. 이후 소방관 마술사가 있다는 입소문이 이리저리 나면서, 재능기부 요청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고 했다. 
 
소외계층에게 공짜 마술쇼를 선물하는 소방관 조성훈씨. 무대에서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소외계층에게 공짜 마술쇼를 선물하는 소방관 조성훈씨. 무대에서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소방관이자, 마술 재능기부를 한다고 조 센터장의 마술 실력을 아마추어 수준으로 봐선 안 된다. 프로 마술사 수준이다. 그는 2005년 마술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처음 마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이후 해외 마술 자료 등을 보며 혼자 다양한 마술을 익혔다. 지금 할 수 있는 마술만 100가지가 넘는다. 마술의 최고 기술에 들어가는 '비둘기'를 만드는 마술, 손에서 카드가 끝없이 나오는 마술도 가능한 수준이다. 
 
지난달 23일 경남 거제시에서 열린 국제매직컨벤션 마술대회에서 그는 일본·중국·한국 마술사들과 겨뤄, 우수상 1개, 특별상 3개를 받았다.
 

조 센터장은 "어두운 얼굴을 한 이웃들이 마술을 볼 때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바뀐다. 이렇게 미소 가득한 얼굴로 바뀌는 게 좋아 마술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웃들을 위한 '동네 소방관'의 공짜 마술쇼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성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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