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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보내드리고 싶다" 청와대에 안락사 청원한 아들

중앙일보 2019.12.06 09:00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48)

우리 사회에 최근 자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남의 얘기로만 알았는데 지난주에는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한 여인이 몸을 던져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소식을 들은 주민들의 표정이 요즘 착잡하다. 더구나 유명인의 자살은 베르테르의 효과라는 말도 있듯이 그 파급효과가 크다. 베르테르 효과는 사랑을 이루지 못해 자살하는 줄거리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판된 뒤 이를 모방해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언론매체에서 경쟁하듯 보도하는 취재 자세도 문제다. 평소 지지를 받지 못해 비관하던 당사자들이 나도 자살하면 주위 사람들의 위로를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보상심리에서 죽음을 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직 국회의원이 자살한 후 신문에 그의 죽음이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그는 명백히 법을 어겨 여러 사람의 비판을 받았으나 그의 죽음으로 인해 비난은 동정론으로 바뀌었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이란 말은 화제에 올리기 어려운 단어다. 죽는 방법을 쉬쉬한다고 해서 자살이 줄어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근본적인 방법을 모색해야지 그저 덮어 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진 pixabay]

 
그는 어떤 방법으로 자살했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떻게 죽었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어떤 죽음을 택했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그에 관해서 일절 보도하지 않는다. 공연히 자초지종을 알렸다가 따라 할까 우려해서다. 자살이란 말도 사실상 금기다. 그래서 극단적 선택이란 말로 에둘러 보도한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이란 말은 화제에 올리기 어려운 단어다. 죽는 방법을 쉬쉬한다고 해서 자살이 줄어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근본적인 방법을 모색해야지 그저 덮어 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죽는 방법에 대해 정말 알고 싶지 않을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있는데 미국에서 출판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책을 출판하려는 곳이 없었다. 언론매체와 비평가, 윤리학자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사람이 외면했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 저널에 책이 소개되며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어떤 사람은 자살 방법을 알려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책은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뉴욕 타임스의 판매순위에서 1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대중들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쉬쉬하면서도 죽음이 과연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지 알고 싶은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미국에서 출판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언론매체와 비평가, 윤리학자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사람이 외면했는데, 월 스트리트 저널에 책이 소개되며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사진 pixabay]

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미국에서 출판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언론매체와 비평가, 윤리학자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사람이 외면했는데, 월 스트리트 저널에 책이 소개되며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사진 pixabay]

 
죽는 방법도 알아야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죽기도 쉽지 않다. 자칫하다간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책의 저자도 우울증이나 정신병으로 피하기 위해 책을 이용하는 것은 반대한다. 그는 치유할 수 없는 병으로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책을 썼다고 밝혔다.
 
최근 지인 한 사람이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어른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이제 세상과 하직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이런 경우 의료진이 도와줄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불법이다. 그러니 환자가 의료진을 범죄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자신이 알아서 행할 수밖에 없다.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세상일이 항상 자기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니다. 작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안락사가 조속히 시행돼 우리 가족 같은 고통을 다른 누군가가 겪지 않길 바란다'는 취지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자는 “아버지가 췌장암 판정 이후 항암 치료를 받았는데 현재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말도 잘 못 한다. 통증이 너무 심해 진통제에 의지하고 있다. 새벽에 아버지가 간신히 손을 움직여 휴대폰으로 검색하는 내용을 봤다. 국내서도 안락사가 가능한지 찾아보고 계셨다. 아버지는 너무 힘들다. 그냥 이제 죽고 싶다고 애원하셨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허용되지 않지만 안락사를 용인하는 나라가 점차 늘고 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에 이어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가 도입하였고 미국에서는 오리건 주가 가장 먼저 합법화했으며 워싱턴, 버몬트, 캘리포니아 등 6개 주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 캐나다, 콜롬비아도 안락사가 가능한 나라다. 고통으로 신음하는 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이젠 우리도 안락사 도입을 검토할 때다.
 
삶과 죽음에 대한 판단은 당사자 스스로에게 일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 제3자의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암 전문 의사가 암 환자가 된 후에 자신의 진료행위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비로소 환자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죽음에 이르지 않고는 누구도 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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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필진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죽음.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의외로 돈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 오르거나 하는 세속적인 것이 아니다. 생을 살며 ‘조금만 더’ 하며 미뤘던 작은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은퇴 후 인생 2막에서 여가, 봉사 등 의미 있는 삶을 산 사람이 죽음도 편하다고 한다. 노후준비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전문가가 죽음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알찬 은퇴 삶을 사는 노하우를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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