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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뉴스]30년째 폐지 모아 불우이웃 돕는 천안 70대 할아버지

중앙일보 2019.12.06 05:00
매년 12월이 되면 폐지를 수집해 모은 돈을 이웃에 사는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하는 70대 할아버지가 있다. 충남 천안시 영성동에 사는 장광래(75)씨 얘기로, 선행은 30년째 이어지고 있다.
30년째 폐지를 모아 마련한 돈으로 주변 이웃들을 돕고 있는 장광래(75·가운데)씨가 4일 오전 충남 천안시 중앙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온누리상품권(1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천안시]

30년째 폐지를 모아 마련한 돈으로 주변 이웃들을 돕고 있는 장광래(75·가운데)씨가 4일 오전 충남 천안시 중앙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온누리상품권(1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천안시]

 

천안 장광래씨, 동사무소에 상품권 100만원 기탁
매일 아침 중앙초 앞에서 교통안전지도 봉사활동
장씨 "건강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활동하고 싶어"

장씨는 지난 4일 중앙동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를 찾아 생활이 어려운 주변의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온누리 상품권(100만원)을 전달했다. 장씨의 집은 영성동이지만 중앙동이 행정동(행정편의와 관리를 위해 주민센터를 설치한 행정구역)이라 돈을 이곳에 맡겨왔다고 한다.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에 따르면 장씨는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센터를 방문한다. 지난 1년간 신문 등 폐지를 수거해 돈을 모은 뒤 상품권이나 쌀·라면 등을 기탁하기 위해서다. 매달 꼬박꼬박 적금을 붓는 방식으로 목돈을 마련했다. 올해도 100만원을 모아 온누리 상품권(1만원권 100장)을 장만했다. 중앙동행정복지센터는 장씨가 기증한 상품권을 100곳의 가정에 지원할 예정이다.
 
처음 장씨가 행정복지센터에 물품을 기탁했을 때 주변에서는 오해가 많았다고 한다.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기탁이 한두 해 더해지면서 그의 뜻에 공감하고 오히려 응원하는 주민이 늘어났다.
 
장씨의 이웃은 “부자는 100만원이 큰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요즘 같은 때 누가 선뜻 그만한 돈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며 “한두 해도 아니고 30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온누리 상품권은 중앙시장 등 천안지역 재래시장이나 식당·미용실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어려운 이웃이 쌀과 반찬을 사거나 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현금과도 같은 결제 수단이다. 장씨는 이웃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물품 대신 상품권을 준비했다고 한다.
충남 천안시는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위기 가구와 저소득층을 발굴하기 위해 행복키움지원단을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30년째 폐지를 모아 이웃을 돕고 있는 장광래(75)씨도 행복키움지원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천안시청 전경. [사진 천안시]

충남 천안시는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위기 가구와 저소득층을 발굴하기 위해 행복키움지원단을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30년째 폐지를 모아 이웃을 돕고 있는 장광래(75)씨도 행복키움지원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천안시청 전경. [사진 천안시]

 
장씨는 “폐지를 수거하면서 더 활력 있는 삶을 사는 것 같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30년째 하다 보니 폐지를 모아 주시는 분도 많이 늘어 힘이 된다”고 말했다.
 
장씨의 생활형편도 아주 넉넉하지는 않다고 한다.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 일을 돕던 그는 중앙동 통장으로 활동하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현재도 주민자치위원과 행복키움지원단 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행복키움지원단은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위기 가구와 저소득층을 발굴하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단체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중앙초 앞에서 학생들을 위해 교통안전 지도 봉사도 하고 있다.
 
이종권 중앙동장은 “이웃에게 나눔의 정을 실천하고 의미 있는 활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분”이라며 “앞으로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돕기 위해 주민들과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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