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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장 뒤 文 따로 찾은 김오수···그날 靑·檢은 갈라섰다

중앙일보 2019.12.06 05:00 종합 6면 지면보기
"검찰은 12월 1일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3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 지난달 8일 반부패협의회
“윤석열 아니라도 개혁 정착 중요”
김오수 오후 직접수사 축소안 보고
검찰, 청와대 관련 수사 방해 의심

"검·경이 함께 진상을 밝히지 않으면 민주당은 '특검'을 통해서라도 사건을 낱낱이 밝혀내겠다." (4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여권의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점차 청와대를 향하는 조짐을 보이자 나온 반응이다. 청와대는 잇따르는 언론 보도의 출처를 문제 삼으며 검찰의 '입단속'을 사실상 공개 압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권 행사와 특검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여당이 특검 카드를 입에 올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검찰 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인사 관행을 깨고 파격적으로 발탁한 "우리 윤 총장"이라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청와대와 검찰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언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심화하게 된 변곡점은 지난달 8일이다. 이날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청와대 반부패정책협의회가 열린 날이다.
 
반부패정책협의회는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만남이 예고돼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두 사람은 7월 25일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함께 자리했다. 그사이 검찰은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분신)'로 불리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었다.
 
두 사람 사이엔 묘한 기류가 흘렀다. 문 대통령은 다른 참석자와 마찬가지로 윤 총장과 악수했다. 윤 총장은 두 번 허리를 굽혔다. 이날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6일 전 임명장 수여식장에서 문 대통령이 "우리 윤 총장님"이라 부르며 덕담을 건넨 장면과 대비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검찰은 윤 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신임은 여전하다고 봤다. 검찰은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틀 전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세월호 전면 재수사 선언이 여권을 향한 검찰의 '유화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왜?

그런데 이날 반부패정책협의회엔 문 대통령과 윤 총장 외에도 주목할만한 사람이 한명 더 참석했다. 바로 법무부 장관 대행이던 김오수 차관이다. 반부패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김 차관은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문 대통령을 따로 만나 검찰개혁 경과를 보고했다. 별도의 만남은 사흘 뒤 청와대의 공개로 뒤늦게 알려졌다.
 
법무부로부터 청와대 보고 내용을 확인한 대검 수뇌부는 의도 분석에 나섰다. 김 차관의 보고 내용엔 ▶검찰총장의 중요사건 수사 단계별 사전 보고와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41곳을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중앙일보 11월14일자 2면).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8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 세번째부터), 이성윤 검찰국장으로부터 검찰개혁 관련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8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 세번째부터), 이성윤 검찰국장으로부터 검찰개혁 관련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뉴스1]

검찰은 김 차관의 보고 내용이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수사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를 방해할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축소 대상엔 조 전 장관 일가의 수사를 담당한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 외에도 대공 사건과 선거·노동 사건을 담당하는 공공수사부가 포함됐다.
 
앞서 지난 3월 울산지검 공공수사부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낙선) 측근 관련 수사에 나선 배경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경찰 등이 소환에 불응하며 지지부진하던 수사는 갑작스러운 경찰의 협조로 급물살을 타게 된다.
 
검찰에 따르면 울산지검은 지난 5월부터 10월 말까지 수차례에 걸쳐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 단서가 된 첩보의 원천 및 전달과정에 대한 자료제출을 경찰에 요청했다. 회신은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뜻밖에 경찰이 자료를 제출하며 협조에 나섰다.
 
특히 검찰은 경찰이 10월 20일을 전후해 제출한 자료에 주목했다고 한다. 해당 자료는 경찰이 김 전 시장 측근 관련 수사상황을 청와대에 수차례 보고한 문건 등이다. 해당 문건엔 '오늘 오후 압수수색 예정'이란 문구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경찰이 수사 상황을 청와대에 수시보고한 정황이 드러나자 검찰은 공권력의 선거개입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참이었다. 사건의 중대성과 파급력이 엄청난 사안인 만큼 대검에서조차 극소수의 인원만 수사 내용을 공유할 만큼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김 차관의 보고 내용을 접한 검찰은 청와대와 법무부가 울산지검의 수사 상황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해당 방침을 추진한 것으로 판단하고 '더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청와대에 보고한 두 방침 외에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일방 강행했다. 이를 두고 한 간부급 검사는 "보수 진영을 향한 수사엔 손뼉 치던 정권이 이제 와 검찰의 입을 막고 칼을 부러뜨리려 한다"고 지적한다.
 

"사즉생"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최초로 제보한 인물로 알려진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최초 제보자라는 언론 보도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으며 지하 주차장에서 승용차를 타고 황급히 시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최초로 제보한 인물로 알려진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최초 제보자라는 언론 보도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으며 지하 주차장에서 승용차를 타고 황급히 시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대검은 울산지검이 수사하던 사건을 11월 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로 올려보냈다. 이를 두고 서울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 것"이란 평가를 했다.
 
조 전 장관 관련 사건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사건 등 여러 갈래로 흩어진 사건들의 종착지는 모두 청와대를 가리키고 있다. 4일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무마 의혹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청와대를 전격 압수수색하는 초강수를 뒀다. 검찰은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수사를 멈추지 않을 기세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살려고 하면 겁이 나지만, 죽으려고 하면 겁나는 법이 없다"며 "청와대와 검찰 간 사이가 회복 불가능한 지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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