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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독해졌다는데···"한국당 읍참마속? 소참세연이더라"

중앙일보 2019.12.06 05: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은 지피는데 타오르질 않는다….”

PK·수도권만 불출마 선언, TK는 ‘0’
“정작 그만둬야할 사람 가만히 있어”
총사퇴 뒤 인선도 “그 나물에 그 밥”
“원내대표, 영남·친박·중진 벗어나야”

 
요즘 자유한국당의 ‘쇄신론’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8일간의 노숙 단식을 끝내고 온 황교안 대표는 2일 “읍참마속”을 외쳤다. 곧바로 35명 당직자 전원 사의를 밝혔고 일부 교체됐다. 4일에는 당내 수도권 젊은 3선으로 꼽히는 김영우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외형은 물갈이가 본격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선 “겉만 그럴듯할 뿐 실제 달라지는 게 있긴 있냐”는 냉소가 적지 않다. 
 

①괜찮은 사람은 나간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면서 "새 술과 새 부대를 위해 저의 자리를 비우겠다"며 총선 불출마의 뜻을 밝혔다. [뉴스1]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면서 "새 술과 새 부대를 위해 저의 자리를 비우겠다"며 총선 불출마의 뜻을 밝혔다. [뉴스1]

한국당에서 내년 총선에 공식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은 5일 현재 5명이다. 김무성(6선, 부산 중-영도)·김세연(3선, 부산 금정)·김영우(3선, 포천-가평)·김성찬(재선, 창원진해)·유민봉(초선, 비례) 의원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현역의원 9명이 불출마를 예고했지만, 이해찬 대표와 진영 행안부 장관을 제외한 지역구 의원은 서형수·표창원 의원 둘이다. 나머지 5명(김성수·이용득·이철희·제윤경·최운열)은 비례대표다. 한국당의 불출마 규모가 정치적 무게감과 지역, 선수 등에서 여권에 못지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왜 쇄신 분위기는 뜨지 못할까. 이와 관련 신보라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에서 “김영우 의원의 불출마는 큰 울림이 있었다. 찻잔 속 태풍에 그쳐선 안 된다”라며 “그런데 국민은 이렇게 말한다. 당 혁신 동력이 될 사람들만 아쉽게 자꾸 나가고 정작 불출마할 사람들은 요지부동이라고 말이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여태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의원들은 부산·경남(PK)과 수도권이었다.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대구·경북(TK)는 아무도 없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작 물갈이돼야 할 지역이 숨죽이고 있으니 누가 쇄신이라고 느끼겠나”라고 전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한구 키즈’를 지목했다. 즉 20대 총선 공천에서 진박(진짜 친박) 공천 논란의 당사자들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탄핵 과정에서 ‘이한구 키즈’가 대통령을 방어했나, 책임을 공유했나. 뒤에 물러나 숨기 바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퇴출당하지 않기에 한국당이 변화한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한 한국당 비호감의 벽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②면피용 당직 총사퇴였나

박맹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본인을 비롯한 당직자 전원이 황교안 대표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원영섭 자유한국당 조직부총장, 김도읍 당대표 비서실장, 박맹우 사무총장,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뉴스1]

박맹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본인을 비롯한 당직자 전원이 황교안 대표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원영섭 자유한국당 조직부총장, 김도읍 당대표 비서실장, 박맹우 사무총장,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뉴스1]

황교안 대표는 2일 당직자 35명 전원의 일괄 사표를 받았다. 당연히 핵심 측근이라는 박맹우 사무총장, 김도읍 비서실장, 추경호 전략부총장 등도 포함됐다. 황 대표는 “단식 이전과 이후의 한국당은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후속 인선은 기대감보다 실망감을 안겼다는 평가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별로 달라지지 않아서다. 김명연 당 대표 비서실장은 수석대변인에서 자리를 옮겼다. 요직이라는 사무총장엔 ‘진황’이라는 박완수 의원이 선임됐다. 과거 당3역, 당5역으로 불리며 대표·원내대표에 이은 중진 자리에 초선을 앉힌 거여서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여전히 정치를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희경·김성원 대변인, 원영섭 조직부총장 등은 유임됐다. 대신 황 대표와 각을 세워온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은 물러났다. "음찹마속이 아니라 ‘소참세연’(笑斬世淵·웃으면서 세연을 자르다)”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외려 측근들이 당직을 내놓으면서 “물갈이의 전제조건으로 측근 용퇴가 빗발치자, 이를 교묘히 비껴간 면피성 인사”라는 평가다. 한국당 관계자는 “솔직히 황 대표 주변 인사들이 출마하기 위해 도망간 거 아니냐”고 했다. 
 

③권력 다툼의 흔적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두고 불거진 ‘사당화’ 논란도 마이너스 요소다. 당규 유권 해석을 거쳐 최고위를 통해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막은 황 대표의 조치가 “제왕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5일에도 “제왕적 당 대표의 모습을 보였다. 굉장히 잘못한 일이고 의회민주주의에 반하는 일”(김영우 의원), “국가로 치면 헌법을 무시한 것이고 정당의 존립 기반인 당헌을 무시한 것. 의사결정의 방향이 개방·확장을 향해서 가기보다 폐쇄·집중으로 가는 것”(김세연 의원) 등의 성토가 잇따랐다.
 
9일 치러지는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도 영향을 받고 있다. ‘투쟁력·협상력’ 못지않게 ‘혁신’도 화두다. 5일 기준으로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 이들은 심재철(4선)ㆍ유기준(4선)ㆍ강석호(3선)ㆍ윤상현(3선) 의원 등 3선 이상 중진급이다. 5일 출마 선언을 한 이들은 “싸울 줄 아는 사람이 총선 선봉장이 돼야 한다”(심재철 의원), “기필코 혁신과 통합을 이뤄내겠다”(윤상현 의원)고 했다.
 
하지만 최근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선 “재선급의 파격적 인사여야 한다”는 기류도 강해지고 있다. “‘영남-친박-중진’ 굴레를 뛰어넘는 참신한 원내대표가 아니면 쇄신 분위기가 물 건너갈지 모른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은 “가능하면 수도권 재선급에서 참신한 인물이 원내대표를 맡는 게 좋겠다는 얘기가 물밑에서 활발히 오가고 있다”며 “원내대표를 새로 뽑았을 때 언론에서 또 ‘영남당’ ‘친박당’ 얘기가 나오면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영익·성지원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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