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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 공작’으로 번진 ‘하명 수사’ 의혹 낱낱이 규명해야

중앙일보 2019.12.06 00:28 종합 34면 지면보기
청와대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캠프 인사로부터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위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인사가 “청와대 측에서 (비위 정보를) 요구했다”고 밝히면서 ‘청와대 하명수사’를 넘어 ‘선거 공작’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하명 수사는 없었다”는 강변만 계속하고 있다.
 

송철호 측 제보서 비롯된 김기현 사건
정치논리로 검찰 수사 왜곡시켜선 안 돼

그제 청와대는 “자체 조사 결과”라며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첩보 입수 경위를 밝혔다.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다른 정부 기관 공직자’에게서 2017년 10월께 비리 의혹을 제보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늦게 제보자가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현 시장 캠프에서 활동했던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송 부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업하는 친구를 통해 행정관을 알게 됐다. 행정관이 ‘지역 특이 동향이 있느냐’고 물어 김 전 시장 건을 문자로 보내줬다”고 말했다. 어제 기자회견에선 “선거를 염두에 두고 제보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동향 파악에 나선 것을 감추기 위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밝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문건을 작성한 문모 행정관은 “제보를 윗분들 보기 좋게 편집한 것”이란 게 청와대 설명이지만 ‘편집’ 자체가 청와대 내부의 직권남용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 아닌가. 더욱이 청와대 감찰반은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첩보 수집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선거 개입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특별감찰 무마 의혹’ 수사 역시 압수수색에 이어 조국 당시 민정수석 등에 대한 소환조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어제 “외부에서 온 제보를 요약 정리해 경찰청에 이첩하는 등 하명수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고 자체 조사 결과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제보자 신원을 밝혔다면 불법이 될 수도 있다”며 언론 보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공정수사 촉구 특위’를 열고 검찰 수사를 성토했다. 당·청이 아직도 자신들만의 ‘내부 논리’에 갇혀 상식과 동떨어진 판단을 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두고도 “검찰 인사로 수사를 위축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권의 도덕성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비상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청와대 의혹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검찰에 지시해야 한다. 수사를 정치 논리로 왜곡시키려 한다면 사태는 더욱 꼬여갈 뿐이다. 실체적 진실이 낱낱이 규명되지 않는 한 의혹은 멈춰서도 안 되고, 멈춰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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