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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강대강 북·미 충돌 양상에 김정은 믿는 건 미사일

중앙일보 2019.12.06 00:27 종합 26면 지면보기

북한 미사일 능력과 위협 실체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북한은 올해 들어 역대 가장 많은 미사일을 쐈다. 미사일급에 속하는 대형 방사포까지 포함하면 13회에 27발이다. 2016년과 2017년의 각각 24발과 21발보다 많다. 2018년엔 미국과 정상회담으로 발사를 일시 중지했다. 미사일 발사만큼 실력도 급성장했다.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완성했고, 실전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 곳곳에 설치 중인 미사일 발사용 콘크리트 바닥이 그것이다. 이동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먼저 수평을 잡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평평한 콘크리트 바닥에선 곧바로 쏠 수 있다. 한·미군에 공격받기 전에 빨리 쏘고 뜨는 ‘치고 빠지기’전술이다. 마침 북·미 강대강(强對强)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자신감은 핵을 장착한 미사일에 있다.
  

북, 올 들어 역대 최다 미사일 발사
치고 빠지기 미사일 콘크리트 바닥
핵 다탄두 ICBM으로 미 본토 위협
미 항모와 증원전력 타격용 미사일

북한이 실전용 콘크리트 발사장을 건설하자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이례적으로 미군 정찰기가 잇따라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평소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특수 정찰기인 리벳조인트(RC-135V)와 EP-3E 및 RC-135W, 전시에나 사용할 지상감시 정찰기인 조인트스타트(E-8C), 고고도 전략정찰기 U-2S 등이다. 북한이 미국 정찰위성이 지나가는 시간대를 피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무기 이동, 군사시설 보강 등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다. 본격적인 군사작전 대비 차원이다. 조짐이 심상치 않다.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끝내 실패하면 ICBM을 쏠지도 모른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부장은 “연말 시한부가 다가온다”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고 했다. 북한은 2017년엔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맞춰 ICBM인 화성-14를 발사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3일 김 위원장에게 ‘로켓맨’을 언급하면서 “희망컨대 우리는 그것(군사옵션)을 사용할 필요가 없길 바란다. 그러나 그래야 한다면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레드 라인은 북한의 ICBM 발사다. 김정은이 레드 라인을 넘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옵션을 쓴다는 것이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언급에 북한이 그제 늦은 밤에 입장을 냈다.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 담화로 “미국이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도 신속한 상응행동을 가할 것”이라며 ‘무력에는 무력’으로 맞대응하겠단다.  
 
김 위원장은 큰 결심을 할 때마다 찾는 백두산 삼지연을 이번에도 갔다. 북한은 또 연말에 노동당 전원회의를 예고했다. 미국과 틀어지면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노선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력 충돌을 예고하는 ‘새로운 길’로 보인다.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한 예비역 장성은 “공개는 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ICBM을 쏠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믿는 북한의 미사일 실력은 어디까지 왔을까. 우선 전략적 능력이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2016년에 이미 ICBM의 요소기술을 마무리했고, 2017년 11월 사거리 1만3000㎞인 화성-15를 쐈다. 미국을 놀라게 한 화성-15는 당시 비행성능을 제대로 냈다. 그러나 탄두의 보호 재질이 약해 대기권 재진입하면서 동해 상공 수㎞ 고도에서 타버렸다. 그렇지만 그 수준으로도 뉴욕 상공 10㎞ 이상 고도에서 터뜨리는 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높은 고도에서 핵탄두가 터지면 지상에 직접적인 핵 피해는 없지만, 강력한 전자파(EMP)를 방출한다. 그때 나온 EMP는 뉴욕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의 컴퓨터와 통신기기 등 전자장치를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다. 권 교수는 “북한이 화성-15를 쏜 지 벌써 2년이나 지났다”며 “지금은 대기권 재진입 능력까지 갖춰 지상공격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북한 ICBM은 여러 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다탄두 구조로 추정하고 있다. 미 전역을 동시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올 연말 미국에 보낸다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도 있다. 미군이 긴장하는 이유다.
 
다음은 전술적 능력이다. 북한은 최근 각종 전술용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개발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인 KN-23, 신형 대구경조종(유도)방사포, 초대형 방사포, 북한판 에이타킴스인 신형무기 등 4종 세트다. KN-23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궤적인 포물선으로 날지 않고 50㎞ 이하 저고도로 비행하다 표적 가까이에선 갑자기 도약한 뒤 낙하한다. 이 때문에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렵다. 포착했을 땐 미처 요격할 시간이 없다. 이 미사일엔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최대 사거리가 690㎞여서 미 해병대의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가 배치된 일본 이와쿠니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북한 입장에선 몰래 침투할 수 있는 F-35B가 눈엣가시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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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도 30㎞ 이하 고도로 비행하는데 여러 발을 연이어 쏠 수 있다. 구경 300㎜인 이 방사포는 유도장치까지 갖춘 데다 사거리가 250㎞ 이상이어서 오산과 평택 미군기지에 집중 타격이 가능하다. 최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는 구경이 세계 최대인 600㎜로 엄청난 파괴력을 가졌고, 방사포의 특성상 4발을 이어 쏠 수 있다. 사거리가 400㎞ 정도여서 남한 전체가 타격권에 들어간다. 둘 다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의 에이타킴스 미사일과 유사한 북한 신형무기도 축구장 여러 개 넓이를 한 번에 초토화할 수 있다고 한다. 권 교수는 “북한이 저고도로 비행하는 신형 4종 세트를 일반 미사일과 섞어 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럴 경우 일정 고도 이상 탐지에 맞춰져 있는 패트리엇과 사드의 레이더가 놓칠 수 있다. 속수무책이다.
 
2016∼17년 집중 시험발사한 스커드-ER과 초정밀 유도미사일인 KN-18도 매우 위협적이다. 북한은 당시 황해도 고속도로에서 스커드-ER 3발과 4발을 발사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1000㎞를 비행해 동일한 해역에 떨어졌다. 2017년 5월 발사한 초정밀 탄도미사일은 450㎞ 비행에 명중 오차가 불과 7m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스커드-ER과 초정밀 탄도미사일을 미 항공모함와 증원전력 타격용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항모 타격용 미사일인 둥펑-21D와 유사하다. 이와 함께 북한이 지난 10월 바지선에서 발사한 북극성-3형은 게임 체인저다. 잠수함용 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은 핵탄두가 기본이다. 북한이 3000t급 잠수함에 실어 태평양으로 빠져나가면 괌과 하와이, 미 본토가 위험하다. SLBM은 수중에 숨겨둔 반격용 핵전력이어서 미국의 핵 대응 뒷다리를 잡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사용과 북한의 ‘무력 맞대응’ 담화는 연말 한반도 안보 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 비핵화 희망은 실낱같다. 해빙보다 군사충돌 가능성이 훨씬 크다. 북한은 한국을 핵으로 위협해 시장 교란과 해외 투자자 철수, 연방제 통일 수용 강요, 주한미군 철수 등을 기도할 수 있다고 한다(국민대 정치대학원 박휘락 교수). 그런 만큼 정부는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가정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왠지 정부가 미덥지 않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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