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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첫 제보받은 전 행정관 ‘비리 보고서’로 가공한 정황

중앙일보 2019.12.06 00:04 종합 4면 지면보기
청와대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처음 제보한 문모(52)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을 5일 소환해 조사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제보 입수와 첩보가 만들어진 과정을 공개한 지 하루 만이다.
 

검찰 직권남용 여부 소환 조사
A4 용지 4장에 6~7개 의혹 정리
선거 8개월 전 윗선에 보고한 듯
문 전 행정관 “청와대 발표가 전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이날 오전 문 전 행정관을 소환해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 관련 비리 제보를 받은 경위와 이후 처리 과정을 캐물었다. 문 전 행정관은 전날 청와대가 제보를 처음 받았다고 밝힌 ‘A행정관’으로,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치고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검찰은 문 전 행정관이 송 부시장에게 김 전 시장 관련 정보를 먼저 요구했는지 이 과정에 청와대나 경찰의 다른 인물이 추가로 개입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송 부시장은  김 전 시장의 상대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시장의 측근이기 때문에 선거개입 의혹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또 문 전 행정관이 송 부시장으로부터 받은 최초 제보 내용을 어느 정도 가공했는지를 확인할 전망이다. 검찰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범죄정보 분야 경력이 있는 문 전 행정관이 송 부시장으로부터 받은 제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법률적 판단을 덧붙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있다. 문 전 행정관이 제보를 가공하면서 법리적인 설명 등을 덧붙였다면 하명수사 혐의가 짙어질 수 있다. 검찰 ‘공안통’ 출신 변호사는 “처음 제보받은 내용을 추가하거나 건드렸으면 그건 편집이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문 전 행정관이 제보를 받은 과정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공안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공식적인 제보 절차가 있을 텐데 SNS 메시지로 받아 하달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검찰 수사관 근무 경험이 있는 문 전 행정관이 개별적 민원을 받아 첩보를 작성하는 식의 행동이 ‘표적감찰’에 가깝다는 점을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 전 행정관이 작성한 문건은 A4 용지 3~4장 분량에 6, 7개 의혹이 정리돼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단순히 제보를 듣고 문건으로 정리한 수준이 아니라 각종 의혹을 취합해 보고서 형태로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 전 행정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를 하다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도 근무했는데,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지면서 총리실로 소속을 바꿔 청와대를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에는 민정비서관실로 들어갔다.
 
경남 진주 출신인 문 전 행정관은 김경수 경남지사와 고교 동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의 주변에선 “김 지사와 친분이 상당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를 8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야당 소속 울산시장과 관련한 첩보를 제보받아 보고한 것이다. 청와대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방선거 향배를 관심 있게 보고 있던 시점이기도 하다.
 
문 전 행정관은 이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발표한 게 전부다”며 첩보 문건 가공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목숨을 끊은 마당에 무슨 거짓말을 하겠나”며 “나는 한 점 숨길 게 없다”고 주장했다.
 
위문희·정진호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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