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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위비 협상서 전작권 거론”…정찰기·위성 등 대북 감시비용도 분담 요구

중앙일보 2019.12.06 00:04 종합 10면 지면보기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의 협상장에서 미국이 한국 측에 대폭 인상이 필요한 근거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들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5일 전했다. 정은보 SMA 협상대표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협상대표와 4차 협상을 마무리했다. 양측은 협상 장소도 비밀에 부치며 이틀간 16시간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다.
 

전환 뒤엔 한국군이 맡을 군사비용
50억 달러 청구서에 맞추려 끌어와

관련 내용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주한미군의 대북 대비 태세 비용이라는 ‘준비태세(readiness)’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이 부분을 설명하며 전작권 문제가 거론됐다. 한 소식통은 “어떤 식으로 거론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전작권 전환 자체를 ‘바기닝 칩’(거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방위비 분담금과 전작권 전환 문제를 노골적으로 연계하지는 않았지만, 인상 논리엔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한·미 국방부는 2018년 전작권의 ‘조건부 전환’에 합의했는데, 매년 한국군의 지휘 능력을 연합훈련 등을 통해 점검하고 있다. 전환 시기도 확정하지 않아 실제 전환이 이뤄지기까지 수차례의 훈련이 필요하다. 또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가진 대북 감시·정찰 자산 및 미사일 방어·타격 전력과 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 등을 한국군이 보강해야 한다. 즉 방위비 협상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가 등장했다는 건 전작권 전환 이전까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 감시·정찰자산의 운용·작전 비용 및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의 운용·유지 비용을 한국도 분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감시·정찰자산에는 핵·미사일 시설 등을 파악하는 미군 군사위성, 대북 감청 및 지상 감시에 나서는 미군 특수 정찰기 등이 포함된다.
 
현재 북한의 ‘이상 징후’를 파악하기 위해 연일 미군 특수 정찰기들이 한반도 상공에 뜨고 있는데 이에 한국도 부담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한·미 국방 당국의 최대 현안인 전작권 문제까지 미국 측이 거론했다는 건 미국 쪽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50억 달러 청구서를 채우기가 쉽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 협상은 총액 단위 합의가 가장 큰 문제”라며 “세부 논리를 어떻게 구성하든 총액에서 격차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총액에서 팽팽했던 한·미가 4차 협상에선 어느 정도 완화된 의견을 교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지난번 (3차)서울 협상과 달리, 이번에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회담을 했다고 들었다”며 “다음 협상 일정까지 잡은 것은 계속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긍정적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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