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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더 길었다면…신인상 놓쳐 아쉬운 임희정

중앙일보 2019.12.06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시즌 3승을 했지만, 2승의 조아연에 밀려 신인상을 놓친 임희정. 어려운 환경을 딛고 데뷔 첫해 신인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나는 행복한 골퍼“라고 했다. [사진 LPGA 골프웨어]

시즌 3승을 했지만, 2승의 조아연에 밀려 신인상을 놓친 임희정. 어려운 환경을 딛고 데뷔 첫해 신인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나는 행복한 골퍼“라고 했다. [사진 LPGA 골프웨어]

올 시즌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역대 가장 치열한 신인상 경쟁이 벌어졌다. 3승의 임희정(19)과 2승의 조아연(19), 1승의 유해란(18)·박교린(20)·이승연(21)이 모두 후보였다. 5명이 합작한 8승은 KLPGA 투어 한 시즌 신인 최다승 기록이다.
 

컷 탈락 적은 조아연에 상 내줘
부상 탓 늦은 시동 후반기만 3승
어려운 가정형편 생각해 더 힘내
롤모델 신지애와 경기하는 게 꿈

국가대표 때부터 경쟁자였던 동갑내기 임희정과 조아연은 무대를 프로로 옮겨서도 신인상을 두고 맞붙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임희정이 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아연이 웃었다. 조아연이 신인상을 받았다.
 
임희정은 조아연보다 1승이 많다. 하지만 7번의 컷 탈락으로 조아연(3회)보다 기복이 있었다. 그러면서 평생 한 번뿐인 신인상을 놓쳤다. 임희정은 “시즌 중반까지 워낙 차이가 커 욕심을 버렸다. 그런데 후반에 너무 잘 풀렸다.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는 아연이를 보자 아쉬움이 좀 더 커졌다”고 말했다.
 
만약에 시즌 대회가 몇 개 더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임희정은 8월 말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9월 레노마 올포유 레노마 챔피언십 우승, 10월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우승까지, 파죽지세의 상승세였다.
 
임희정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오른쪽 발목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시즌 중반까지 발목이 아팠다. 발목 상태가 좋아지면서 성적이 좋아졌다. 한참 상승세일 때 시즌이 끝났다. 대회가 몇 개 더 열렸다면 해볼 만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신인상은 놓쳤지만, 하반기 맹활약 덕분에 임희정의 인지도는 확 올라갔다. 팬이 늘었고, 그의 별명을 딴 ‘예사(예쁜 사막여우)’라는 명칭의 팬클럽까지 생겼다. 임희정은 “어렵게 골프를 했다.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로 데뷔했는데, 첫해에 3승을 거뒀다. 팬이 많아져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이 고향인 임희정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대개의 선수처럼 형편에 여유가 있어 시작한 게 아니었다. 어머니(박보영 씨)가 볼링 코치로 일하던 스포츠센터에 골프장이 생겨 클럽을 잡았다. 2녀 중 막내인 임희정은 홀로 어렵게 자식 뒷바라지하는 어머니를 보며 일찍 철이 들었다. 골프로 성공해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임희정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대회에 나갔다. 이후 출전 때마다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했다. 그는 “집안 형편이 넉넉했다면 오히려 지금처럼 잘 풀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머니가 홀로 나를 뒷바라지 해주신 것도, 집안이 어려웠던 것도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임희정의 ‘롤 모델’은 한·미·일 투어에서 57승을 거둔 신지애(31)다. ‘지애 키즈’ 임희정은 어머니를 잃는 등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신지애를 보며 꿈을 키웠다. 임희정은 “몇 년 전 신지애 프로님 자서전을 읽고 큰 영감을 받았다. 나도 한국, 일본을 거쳐 미국 투어에 가 정상급 선수가 되고 싶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임희정은 갤러리로서 신지애의 경기를 본 적은 있지만, 사석에서 신지애를 만난 적은 아직 없다. 기자가 “신지애가 한국 투어에서 무서운 신인 돌풍을 일으킨 임희정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자, 임희정은 “언젠가 한 무대에서 함께 경기해보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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