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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의 레저터치] 남이섬 머리맡에 다리가 놓이면 안 되는 이유

중앙일보 2019.12.06 00:02 종합 23면 지면보기
남이섬 짚와이어

남이섬 짚와이어

#1 : 2010년 10월
 
남이섬 입구 가평 선착장에 짚와이어가 설치됐다. 80m 높이 타워에서 줄을 타고 남이섬까지 950m를 내려오는 놀이기구다. 당시로선 동양 최대 거리였다. 이 레저 시설을 위해 남이섬·경기도·가평군이 합쳐 35억 원을 투자했다. 나에게는 뜬금없어 보였다. 남이섬과 대형 놀이기구는 어울리는 짝이 아니어서였다.
 
“놀이기구로 보이시나?” 강우현 남이섬 당시 대표가 되물었다. 그리고 스케치 한장을 보여줬다. 줄에 매달린 사람들이 하늘을 날아 섬으로 들어가는 그림이었다.
 
“사람들이 오게 하려면 특별해야 하네. 특별하지 않으면 특별한 척이라도 해야 하네. 남이섬에 왜 다리가 없는 줄 아나? 줄 서서 표 끊고, 줄 서서 배 타고, 줄 서서 내리고. 그러면서 하나씩 환상이 쌓이는 거네. 내가 특별한 곳으로 가고 있다는 환상. 다리로 연결되면 남이섬은 죽네.”
남이섬 짚와이어[사진 남이섬]

남이섬 짚와이어[사진 남이섬]

 
남이섬은 다리가 없다.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다. 이 불편한 섬에 두 번째 입장 방법이 생겼다. 이번엔 조금 더 특별하다. 하늘을 날아야 한다. 그림 아래에 ‘20010811’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강우현은 2001년 1월 남이섬 대표가 됐다. 애초부터 그는 하늘을 날아 섬으로 가는 장면을 상상했다.
 
남이섬다리조감도

남이섬다리조감도

#2 : 2019년 12월
 
남이섬 짚와이어 10년이 되는 해. 누적 이용객 60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 40명이 최대 탑승 인원이고,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가 많이 내리면 운행이 멈추는 데도 세운 기록이다.
 
잔치를 벌여야 할 판이나 남이섬은 울상이다. 올 3월 공개된 국토교통부의 제2경춘국도 사업 계획 때문이다. 계획에 따르면 북한강에 다리를 세우는데 하필이면 가평 선착장과 남이섬 사이를 가로지른다. 당연히 짚와이어는 철거된다. 선박 안전 같은 문제도 불거진다. 여러 차례 따졌으나 국토부는 꿈쩍도 안 했다. 남이섬을 비롯한 가평문화관광협회는 매주 월요일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국토부 정책에 남이섬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닐지 모르겠다. 다만 알아두시길 바란다. 남이섬 짚와이어는 흔한 놀이기구가 아니란 사실을. 남이섬이 외국인만 연 120만 명이 입장하는 한류 명소가 된 건, 다리 대신 짚와이어를 들인 상상력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차라리 딱한 건 문체부·관광공사 같은 관광 당국이다. 도로 건설은 국토부 영역이어서 할 수 있는 게 없단다. 그럼 국토부에 항의라도 하시라. 국토부가 무심코 그은 설계도의 줄 하나가 소중한 한류 콘텐트를 망친다고. 관광 당국에 부탁한다. 뭐 지을 생각은 그만하시고, 있는 것이라도 지켜주시라.
 
손민호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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