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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경찰의 수사관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기각…갈등 커진다

중앙일보 2019.12.05 18:11
검찰이 청와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관 등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검찰이 청와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관 등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검찰이 최근 숨진 청와대 특감반 출신 A수사관 휴대전화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서초경찰서가 지난 4일 신청한 A수사관에 대한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휴대전화는 선거개입 혐의와 사망경위 규명을 위해 법원이 검찰에 발부한 영장에 기해 이미 적법하게 압수돼 조사 중”이라며 “부검 결과와 유서, 관련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등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에 의해 타살 혐의점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 비춰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 서초경찰서는 4일 오후 7시 30분쯤 “명확한 사망 원인 등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와 이미지 파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일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A수사관 휴대전화와 메모(유서) 등 유류품을 확보했다.  
  
 “이례적인 압수수색”이라며 유감을 표했던 경찰은 검찰이 A수사관 휴대전화를 확보한 지 이틀 만에 이를 돌려받아 그의 사망원인 등을 밝히는 증거물로 쓰고자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A수사관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참관하겠다고도 요청했고, 검찰도 이를 허용했다. 
검찰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밑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A수사관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2일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 했다.   2일 밤 서울 서초경찰서(왼쪽) 길 건너편에 위치한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연합뉴스]

검찰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밑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A수사관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2일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 했다. 2일 밤 서울 서초경찰서(왼쪽) 길 건너편에 위치한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김종철 서초경찰서장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직원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검찰이 서초경찰서에서 A수사관의 기록이 분석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김 서장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 근무한 사실은 있으나 국정기획상황실 치안팀은 세간에서 제기하는 의혹과는 전혀 무관한 부서”라며 “청와대에 근무한 사실만으로 한 사람의 공직자를 이렇게 매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검찰은 현재 A수사관의 휴대전화를 감식 중이지만 미국 휴대전화 제조사 애플의 아이폰 제품이라 보안이 까다로워 성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폰을 사용하려는 모든 사용자는 초기 설정 단계에서 암호를 등록해야 한다. 6자리 암호를 설정하는 게 기본이지만, 원하면 알파벳과 숫자를 혼용해 6자리 이상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경우의 수는 수백억개까지 늘어난다. 
 
 현재 미국에 본사를 둔 보안 업체 1~2군데만 아이폰 암호를 풀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포렌식 업체 관계자는 “검찰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A수사관 아이폰 암호를 잠금 해제하려 할 것”이라며 “A수사관이 최신 운영체제(OS)를 업데이트 했다면 시간은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분석에 대한 경찰 대응이 2015년 4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건 때와 달라 비판이 일기도 한다. 당시 경찰은 시신의 신원이 확실하고 자살은 범죄가 아니어서 휴대전화에 대해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검찰이 경찰로부터 휴대전화 두 대를 전달 받아 분석했다. 
 
 경찰 출신 변호사는 “경찰도 A수사관 휴대전화 영장이 기각될 걸 알면서도 윗선의 지시 때문에 마지못해 청구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경찰 내부에서도 수사 지휘권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권의 명운을 건드릴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검찰만 갖겠다는 심보”라며 “경찰 사무실을 압수수색해서 수사 증거를 갖고 간 건 경찰의 직접 수사를 확대하고 검찰은 지휘에 집중하겠다는 흐름에 역행하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검찰의 영장 기각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기각 사유를 파악하고 있다”며 “입장을 검토한 뒤에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상·이가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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