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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문대통령 면전에서도 "강권정치가 위협" 미국 때렸다

중앙일보 2019.12.05 17:26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지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가 중요한 기로를 맞이하게 있다”며 “핵 없고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열릴 때까지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중국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여정에 중국 정부가 아주 긍정적인 역할과 기여를 해 주고 계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간 긴밀한 대화·협력은 동북아 안보를 안정시키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한 상황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며 “이번 달에 있을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에 양국 간의 대화·협력이 더욱더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각별한 안부를 전한다.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연기되는 바람에 만날 수 없게 돼 아쉬웠는데 곧 만나 뵙게 될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 우호적인 원론적 언급에 가까웠다면, 왕 부장은 직설적이었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대통령에 대한 각자의 친절한 인사를 전하겠다”며 말문을 연 왕 부장은 곧이어 “현재 국제 정서는 일방주의, 그리고 강권 정치의 위협을 받고 있다. 중·한 양국은 이웃으로서 제때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서 다자주의, 자유무역을 같이 수호하고 기본적인 국제 규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대통령 앞에서 미국을 비판한 것이다.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났을 때 “냉전 사고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패권주의 행위는 인심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다.
 
왕 부장은 또 “양국 간 교역액은 이미 3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인적교류도 이미 1000만명을 넘었다”며 “중국 교역의 전면적 심화와 개방 확대에 따라 중·한 관계는 더 넓은 발전 공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달 말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다음 단계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번 달 예정된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잘 준비해 이를 통해 중·한 관계 발전을 추진할 뿐 아니라 중·한·일 3자 간 협력도 잘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의 발언에서 묻어나듯,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은 더욱 거칠어 지고 있다. 동맹국 미국과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는데, 지금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상태다. 북·미 회담은 진도가 나가기는커녕 양국이 무력을 운운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본과는 대화를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지소미아와 수출 규제 문제가 여전히 첨예하게 맞물려 있고, 중국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의 앙금이 남아있는 데다, 미·중 갈등 속에 끼여 운신이 폭도 확 좁아졌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하명 수사’와 ‘감찰 무마’ 의혹이라는 내환(內患)에 한반도를 둘러싼 심상찮은 외우(外憂)까지 겹친 상태다. 임기가 꺾이자마자 풀어야 할 의혹과 해내야 할 과제들이 밀려드는 모양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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