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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문건, 행정관이 정리했다”는 靑…A행정관의 이력은?

중앙일보 2019.12.05 14:47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브리핑 중 고 대변인이 2018년 1월 민정수석실 보고서 문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브리핑 중 고 대변인이 2018년 1월 민정수석실 보고서 문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하명 수사 의혹이 커지자 청와대는 4일 최초 제보와 제보 문건 이첩 경위에 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경찰 출신이거나 특감반원이 아닌 행정관이 외부에서 제보된 내용을 일부 편집해 요약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후 최초 제보를 받은 ‘A행정관’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특감반원 아니었지만 ‘전직 특감반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직원에 따르면 고 대변인이 말한 A행정관은 현재 국무총리실 소속의 문모(52) 사무관이다. 문씨는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파견 근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대통령실에 파견됐던 검찰 근무 이력을 적어 놨다.  
 
문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민정비서관실에서 내근직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이전 정부에서는 특감반원이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민정비서관이 검찰 수사 등에 개입하는 폐해를 막겠다며 공직자 비위를 조사하는 특별감찰반과 사정 업무를 담당하는 반부패비서관실을 신설했다. 민정비서관실은 민심 동향 등 여론 수렴과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관리를 담당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는 민정과 공직기강비서관실만 있었다. 이명박 정부부터 3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특감반원은 “현재 청와대는 반부패비서관실과 민정비서관실에서 감찰 업무를 담당하기에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청와대 내부 감찰만 한다. 업무 범위가 좁아졌다”며 “이전 정부에서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외부에 나가 감찰활동도 하는 등 힘이 센 부서였다”고 전했다.  
 
결국 문씨는 고 대변인이 말한 ‘경찰 출신이거나 특감반원이 아닌 행정관’이긴 하다. 다만 ‘경찰 출신은 아니지만 검찰 출신이고, 특감반원은 아니지만 전직 특감반원이었던 행정관’이 되는 셈이다.  
 

제보자와 알게 된 계기는…캠핑장과 캠프 사이

청와대의 설명에서 의문이 가는 점은 또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제보자는 정당 소속은 아닌 공직자”라며 “문씨는 ‘청와대 근무하기 전 캠핑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서 알게 된 사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보자가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송 부시장이 YTN에 “내가 먼저 자료를 전달한 것은 아니고 문씨가 현재 돌아가는 동향을 물어보면 여론 전달 형태로 알려줬다”고 말하면서 이를 순수한 제보라고 볼 수 있냐는 것이다. 게다가 제보 시점은 송 부시장이 송 시장의 캠프에 있을 때다. 전직 특감반원은 “문씨가 캠프에 있는 인물에게 최초 제보를 받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문씨는 부산일보에 “청와대 발표한 게 전부”라며 “나는 한 점 숨길 게 없다. 청와대가 발표한 게 맞다”고 밝혔다.  
 

“비위 혐의 제보자 의존한 검찰, 유감” vs “양심선언 더 해볼까”

한편 검찰이 4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청와대는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고 대변인은 “오늘 서울동부지검이 요청한 자료는 지난해 12월 ‘김태우 사건’에서 비롯한 요청 자료와 대동소이하고, 당시 청와대는 성실히 협조했다”며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태우의 진술에 의존해 검찰이 국가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태우 전 수사관은 5일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 건 법원도 사안에 대한 심각성과 혐의 소명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고 본 것”이라며 “고 대변인은 심지어 저를 다시 들먹이며 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사관은 “6급 수사관이었으며 이제는 민간인 유튜버가 된 내 탓을 하고 있다. 내 흠집 낸다고 여론이 바뀔 것 같은가”라며 “올 초 했던 양심선언 한 번 더 해볼까? 내가 말한 것들 다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내 공격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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