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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세금 더 내야” 트럼프 보복관세 협박에도 '디지털세' 강행하는 미 동맹국

중앙일보 2019.12.05 14:23

“거대 정보기술(IT) 공룡의 조세 회피를 막아야 한다” vs. “혁신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차별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디지털세(구글세)’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보복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은 디지털세 도입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의 조세 회피 혐의를 조사 중인 한국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관세 보복 부른 '디지털세' 뭐길래
한국 등 27개국 디지털세 도입 또는 논의
프랑스, 1월 매출 3% 디지털세 소급 적용
영국·이탈리아, 프랑스 편들어 "주권 영역"
OECD, 내년 디지털세 권고안 발표 예정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총 27개국이 디지털세 도입을 확정했거나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캐나다·멕시코·칠레·베트남·싱가포르·이스라엘 등 대부분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들이다.  
디지털세의 과세 대상이 되는 대표 기업이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니셜을 따 일명 'GAFA세' 라고 부른다. [사진 로이터]

디지털세의 과세 대상이 되는 대표 기업이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니셜을 따 일명 'GAFA세' 라고 부른다. [사진 로이터]

프랑스는 전 세계 연 매출이 7억5000만 유로(9911억원)가 넘으면서, 프랑스 내 매출 2500만 유로(330억원) 이상인 IT 기업을 대상으로 프랑스 내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내는 디지털세를 1월부터 소급 적용했다. 영국은 연간 5억 파운드(7817억원)를 버는 IT기업에 4월부터 영국 내 매출의 2%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는 각각 3%와 5% 세율을 오는 1월부터 적용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디지털세가 불공정하게 자국의 IT기업을 겨냥한 조치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24억 달러(2조8615억원)에 달하는 프랑스산 샴페인·화장품 등에 최대 100% 관세를 물리겠다며 대서양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4일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제 세제의 근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지털세 도입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유럽 정상들은 디지털세를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디지털세 도입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프랑스에 대해 “세제 도입은 주권 영역”이라며 프랑스를 지원사격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내년 4월 디지털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거대 디지털 기업이 이 나라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을 검토한 뒤 그들이 더 공정하게 기여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디지털세 도입하는 국가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디지털세 도입하는 국가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한국은 아직 구체적인 디지털세 도입 방안을 밝히진 않았지만, 구글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달 20일 구글의 역외 탈세 및 조세회피 혐의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달 15일 구글 애플리케이션 마켓 ‘플레이스토어’의 지위를 이용해 한국 게임사에 한 ‘갑질’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디지털세는 오랜 논란거리다. 외국기업에 대한 과세를 이익이 발생하는 곳이 아니라 법인이 소재한 곳에서 하도록 규정한 국제조세협약이 때문에 다국적 IT기업은 합법적으로 조세를 피할 수 있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세 신설 논의가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돈을 벌면 세금을 낸다’는 조세원칙에 따르면 디지털세 도입은 당연한 일이지만, 디지털세가 적용되는 대표 기업이 미국의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우버·에어비앤비라, 대부분 국가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을 우려해 디지털세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디지털로 전환하는 경제 체제에서 미래 세수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며,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3월 선제적으로 디지털세 도입을 제시했고, OECD는 2020년을 목표로 디지털세 권고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유럽과 국제기구 움직임에 발맞춰 한국 정부도 디지털세를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디지털세 논의가 IT기업에서 가전·스마트폰 등 제조업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 LG전자도 디지털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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