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사한 황새 절반이 사라졌는데"..천연기념물(199호) 황새 전국 방사 논란

중앙일보 2019.12.05 11:32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의 전국 방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이 최근 현재 번식지인 충남 예산 외에 전국 5개 지역에 황새를 방사하기로 하자 황새 전문가가 반대하고 나섰다.

문화재청, 경남 김해 등 전국 5곳에 방사키로
"번식 성공한 황새 전국서 서식, 텃새화 유도"
박시룡 전 원장, "환경 열악한 곳 방사는 웃음거리"

충남 예산 황새공원 인근 야생 둥지에서 어미 황새가 새끼에게 모이를 준 뒤 날아오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예산 황새공원 인근 야생 둥지에서 어미 황새가 새끼에게 모이를 준 뒤 날아오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문화재청은 최근 복원한 황새를 경남 김해, 충북 청주, 전북 고창, 전남 해남, 충남 서산 등에도 방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새는 중국 동북지방과 한반도에 서식하는 희귀종으로, 다양한 설화와 전설에도 등장한다.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나 1971년 밀렵 등으로 인해 멸종했다. 문화재청은 1996년 황새 복원에 착수했다.  
 
황새 복원과 자연 번식은 한국교원대, 방사는 예산황새공원을 중심으로 각각 진행됐다. 교원대 황새 생태연구원은 1996년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 서식하던 새끼 황새 암수 한 쌍을 들여와 황새 복원을 시작했다. 
예산군 광시면 대리에 있는 예산황새공원에는 2014년 6월 황새 60마리가 둥지를 마련했다. 이어 2015년 봄 14마리의 황새가 태어났다. 황새공원에서는 2015년 9월 첫 자연 방사(8마리)를 시작으로 매년 황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이 바람에 이 일대는 황새마을로 불린다. 황새공원에서는 황새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황새와 뱁새의 차이도 배운다. 황새는 112cm, 뱁새는 13cm다 10배나 차이가 난다.  
 
문화재청은 예산 주변에 황새 야생 서식지가 많지 않다고 판단해 전국 단위 방사를 추진했다. 서식지 환경요인과 문화재 공간정보 프로그램을 분석해 43곳을 황새 서식 적합지로 분류했다. 문화재청은 이곳을 대상으로 방사 희망지를 공모, 5개 지역을 최종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선정된 지자체는 2021년 무렵부터 방사장 설치, 먹이 구매, 전문인력 육성 등 황새 방사에 필요한 각종 사업을 하게 된다. 문화재청측은 “해당 지자체와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사 지역을 선정하게 될 것”이라며 “방사장 공사가 완료되면 예산에서 황새 한 쌍을 가져가 적응 기간을 거친 뒤 방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환경 적응에는 보통 10개월 안팎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전국 단위 황새 방사는 3∼4년 뒤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시룡(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전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은 "문화재청이 발표한 청주·서산·고창·김해·해남에서 황새 방사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4일 문화재청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황새 방사 계획 철회 요청서'를 보냈다.

 
요청서에서 박 전 원장은 "방사지로 발표한 지역을 포함해 우리나라 서식지는 황새들에게 매우 열악한 환경"이라며 "이곳에 방사해 번식지를 복원하겠다는 생각은 국제적 웃음거리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황새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예산의 농경지를 황새가 마음 놓고 먹이를 먹고 사는 마을로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 천수만 일대 야생에서 부화한 황새들. [중앙포토]

충남 서산 천수만 일대 야생에서 부화한 황새들. [중앙포토]

 
이와함께 박 전 원장은 “지금까지 방사한 황새 61마리 가운데 절반 이상이 폐사하거나 행방불명 상태”라며 "현재 예산군에서 번식 중인 황새 3쌍도 사육사들이 주는 먹이에 의존하며 사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예산 농경지에서 농약 사용을 억제하는 등 번식지를 조성하는 데 일본처럼 범정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