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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만원 호텔, 오늘만 5만원' 올해 내 월급 탈탈 털렸던 이유

중앙일보 2019.12.05 11:08

2019년 쇼핑 키워드는 1일·1인

 
티몬이 한정 특가로 내세운 상품. 정가(64만원)에서 92% 할인한 4만8900원에 판매해서 화제였다. 문희철 기자.

티몬이 한정 특가로 내세운 상품. 정가(64만원)에서 92% 할인한 4만8900원에 판매해서 화제였다. 문희철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티몬에 갑자기 특가 상품이 올라왔다. 강원랜드가 위치한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그랜드호텔의 컨벤션타워(슈페리어룸)에서 이틀간 숙박할 수 있고, 2인이 수영장·사우나까지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가격은 정가(64만원)에서 92% 할인한 4만8900원(세금·봉사료 포함). 한정 특가 판매 티켓이 뜨자마자 사람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클릭을 시작했다.
 
올해 온라인 전자상거래(이커머스·e-commerce)가 소비자의 월급봉투를 탈탈 털어간 충동구매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비결은 이른바 ‘원데이(one day·1일) 프로모션’이라고 불리는 한정특가였다. 또 1일 배송의 확산과 1인 가구 증가도 올해 주목할 만한 국내 유통 산업의 변화였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기업 인터파크는 5일 ‘2019년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동향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터파크 상품기획자가 올해 쇼핑 트렌드를 분석한 보고서다.
 

주목도 높은 1일 특가로 소비자 유입

 
G마켓 슈퍼딜 웹페이지. 60~70%대 할인 제품 목록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G마켓 캡쳐]

G마켓 슈퍼딜 웹페이지. 60~70%대 할인 제품 목록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G마켓 캡쳐]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1일 프로모션이다. 올 들어 특정일 한정된 기간 높은 할인 제품을 선보이는 프로모션이 크게 확산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미국 최대 할인 기간·11월 29일)와 중국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11월 11일) 등 특정일 쇼핑축제가 영향을 미쳤다.  

 
특정 날짜를 활용한 프로모션이 전 세계적인 쇼핑 문화로 확산하면서 국내 이커머스도 비슷한 마케팅을 선보였다. 슈퍼딜(G마켓)·인생날(인터파크)·타임어택(티몬)·1일특가(쿠팡)·특가딜(위메프) 등 이름은 약간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이커머스는 비슷한 형태의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처럼 1일 프로모션이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건 소비자 주목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티몬 특가처럼 할인 폭이 큰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면서 또 다른 소비자가 유입하는 효과가 있다. 또 소비자에게 저렴하다는 인식을 주고 회원이 된 소비자는 향후 다른 이커머스와 가격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싸다는 인식이 있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로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
 

당일배송, 오프라인 쇼핑몰 장점 파괴

 
쿠팡의 ‘로켓배송’ 공세에 대형마트도 일제히 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다. [연합뉴스]

쿠팡의 ‘로켓배송’ 공세에 대형마트도 일제히 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다. [연합뉴스]

 
올해의 또 다른 중요한 키워드는 1일 배송이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1일 배송이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로켓배송은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주문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오프라인 쇼핑과 비교할 때 당일배송·새벽배송 등 1일 배송은 온라인 쇼핑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온라인 쇼핑 대비 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이 산 제품을 즉시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이 1일 배송을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을 무력하게 상쇄할 수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0억원 규모(2015년)였던 1일 배송 시장 규모는 올해 1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이른바 ‘쿠팡 효과’로 대기업이 속속 신속한 배송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오후 4시에 마감하던 당일 배송서비스를 저녁 8시까지 확대했고, 신세계그룹도 온라인쇼핑몰(SSG닷컴) 새벽배송 서비스를 서울·경기 17개구로 확대했다. 홈플러스는 온라인창고형마트(더클럽)가 서울 전 지역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도 익일배송서비스(스마일배송) 무료 배송 혜택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1일 배송이 중요한 쇼핑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25일 김포 신세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물건을 포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25일 김포 신세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물건을 포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롯데·신세계도 경쟁…시장 20% 커져

 
이밖에 1인 가구와 1인 방송의 확산도 올해 국내 쇼핑 트렌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인 가구 규모가 600만가구로 증가하면서 가정식대체식품(HMR) 수요가 늘어나는 등 온라인 쇼핑 시장도 달라졌다. 혼자 살면 대형마트에서 생필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기보다, 온라인에서 소규모·소포장 제품을 사는 경향이 있다. 올해 인터파크 가정식대체식품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1% 증가했다(1~11월 기준).  
 
또 유튜브·아프리카TV 확산으로 먹방·쿡방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개인용 방송장비 상품 판매량도 증가했다(67%↑·인터파크 1~11월 판매량 기준).
 
1인가구 위해 일렉트로마트가 출시한 소형 의류건조기. [사진 이마트]

1인가구 위해 일렉트로마트가 출시한 소형 의류건조기. [사진 이마트]

 
윤수미 인터파크 가공식품 카테고리 상품기획자는 “소용량 제품을 할인 구매하는 1인가구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로 인해 온라인 쇼핑 업계도 제품 카테고리를 세분화·조정하는 등 달라지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예상 규모는 133조원이다.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대기업도 온라인 쇼핑에 본격 뛰어들면서 국내 시장 규모는 2018년(111조원) 대비 20%나 성장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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