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남3구역 4500억도 몰수 나설까

중앙일보 2019.12.05 06:00 경제 4면 지면보기
11월 24일 서울의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11월 24일 서울의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포스코건설 입찰 보증금 700억원 조합 귀속의 건’
 

재개발 조합들 시행사에 강력 대응
건설사 과열 수주전 불법 논란
조합 “보증금 몰수” 잇따르지만
실제 법원 판결받기 쉽지 않아
장기소송 조합도 사업 지연 피해

새해 1월 4일 열릴 광주 풍향구역 재개발 조합 임시총회의 안건 중 하나다. 앞서 조합은 지난달 9일 시공사(공사비 8000억원)로 포스코건설을 뽑았는데, 이를 취소하고 입찰 보증금 700억원을 몰수할지 여부를 의결하겠다는 것이다.
 
입찰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이 도시정비법·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조합입찰지침서 등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입찰 제안서상 내용과 홍보 자료에 있는 내용이 달라 불법 홍보라는 게 상당수 조합원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합법적인 입찰 절차를 통해 시공사로 선정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에서 건설사가 과열 수주전 양상을 보여온 것과 관련해, 조합이 논란을 일으킨 건설사의 입찰보증금을 몰수하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논란에 따른 피해를 보증금 몰수라는 초강력 제재로 만회하려는 시도다.
 
입찰금 몰수는 3년 전 등장했다. 2016년 인천 부평구 청천2 재개발 사업장이 건설사 2곳(현대건설·대림산업)으로부터 입찰보증금 200억원(각 100억원)을 몰수하며 주목받은 적 있다. 건설사가 금지된 개별 홍보 등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선 지난 10월 11일 시공사 입찰(공사비 9200억원)을 받은 뒤 26일 현대건설의 입찰을 무효로 하고 보증금 1000억원을 몰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현대건설이 설계도면을 누락하고 최저 이주비 보장 등 잘못을 저질렀다는 판단이다.
 
최근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서 입찰 보증금 몰수 가능성이 열렸다. 정부가 특별점검을 통해 지난달 27일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 등 3사를 수사 의뢰하는 등 고강도 제재를 했기 때문이다. 3사의 보증금 액수는 총 4500억원(각 1500억원)에 달한다.
11월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장 [연합뉴스]

11월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장 [연합뉴스]

다만 조합이 실제로 입찰 보증금을 몰수하기는 쉽지 않다. 청천2 조합의 경우 소송 끝에 보증금 200억원을 건설사들에 되돌려줬다. 김철민 조합 이사는 “법원이 합법적인 홍보활동으로 판단한 데 따라 시공사로 선정된 대림산업의 100억원은 사업비로 전환했고 현대건설 100억원의 경우 이자까지 포함해 110여억원을 되돌려줬다”고 말했다. 갈현1에선 현대건설이 조합의 보증금 몰수 결정을 무효화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조합들이 연이어 입찰 보증금 몰수에 나서는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조합의 사업 전문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임재만 세종대 산업대학원 교수(부동산·자산관리학과)는 “과거에는 아마추어인 조합이 프로인 건설사를 상대로 보증금을 몰수할 엄두조차 내지 못 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덕분에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잇단 입찰 보증금 몰수 시도에 대해 건설사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 부장은 “국내에 건설 일감이 점점 축소하는 상황에서 건설사가 경쟁에 몰두하다 불법 논란이 불거진 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에 큰 타격을 주는 보증금 몰수가 지나친 조치라는 주장이다.
 
이 부장은 “보증금 몰수에 나서면 당장 조합이 큰 이익을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소송 등에 따라 사업이 지연되고 혹여 패소한다면 보증금에 이자까지 합쳐 건설사에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조합과 건설사 모두 상처를 입는다는 의미다.
 
한남3 조합의 익명을 요구한 한 임원은 “입찰에 들어온 3사가 국내 최고 건설사들인데 이들과 틀어지면 마이너 건설사들이 들어오게 되고 그럼 아파트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건설사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투명한 수주 활동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