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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물 팔지 말라“ …제주도, 오리온과 물싸움 났다

중앙일보 2019.12.05 05:00
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제주용암해수단지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준공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제주용암해수단지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준공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제주도와 오리온 간 물싸움이 벌어졌다. 오리온이 지난 1일 그룹의 신사업 중 하나인 ‘제주 용암수’를 출시하면서다.
제주도는 오리온 측에 제품의 국내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깼다면서, 국내 판매를 계속하면 염지하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오리온의 제주 용암수 판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제주도개발공사가 독점 판매하는 ‘제주삼다수’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제주도는 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제주도는 일관되게 염지하수를 국내 판매용으로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오리온이 이를 국내 판매용에 이용하려는 것이 유감”이라며 “오리온이 정식 계약이나 구체적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제품을 판매하면 더는염지하수를 공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물을 공공자원으로 관리한다. 이 때문에 지하수 개발을 공기업에만 허가하고 있다. 삼다수는 제주도 산하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하고 광동제약이 유통을 맡고 있다.
 
오리온은 연내 오리온제주용암수를 국내에 출시한 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중국에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오리온은 연내 오리온제주용암수를 국내에 출시한 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중국에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제주도는 2008년 기업 투자를 위해 제주도지사가 지정ㆍ고시하는 지역에 예외적으로 물 제조ㆍ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을 개정했다. 예외 지역이 제주 용암 해수단지다.  
 
2016년 오리온은 용암 해수단지에 입주한 제주 토착 기업인 제주용암수 지분 60%를 21억 2400만원에 인수했다. 이후 1200억원을 투자해 용암 해수단지에 공장을 건설했다.
 
1일 오리온이 제주용암수를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팔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국내 생수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는 제주 삼다수와 오리온의 제주 용암수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제주 삼다수. [연합뉴스]

제주 삼다수. [연합뉴스]

 
이에 대해 제주도 측은 오리온이 해외 판매만 약속했는데 말을 바꿨다는 입장이다. 오리온은 처음부터 제주 용암수의 국내외 판매로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다며 맞서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 용암 해수단지를 관리하는 도 출연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를 통해 염지하수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강경책까지 내놨다. 오리온은 용암 해수 산업단지 입주계약만 체결했고 제주테크노파크와 용암 해수 공급 계약을 맺지 않은 상황이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부회장은 지난 3일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원희룡 지사와 두 차례 면담했고 두 번째 만남에서 제주 용암수의 국내 판매 불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국내 판매를 제한해 경쟁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제주도 구좌읍에 있는 용암해수산업단지 전경. [사진 용암해수 산업화 지원센터]

제주도 구좌읍에 있는 용암해수산업단지 전경. [사진 용암해수 산업화 지원센터]

 
오리온은 지난 1일부터 제주 용암수 가정용 배송을 시작했다. 내년 초엔 대형마트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용암 해수에 투자할 당시 기업 유치에 힘썼던 제주도가 고마움까지 표시했는데 당황스럽다”며 “국내에서 판매하지 못 하는 물의 수출은 불가능하다. 제주도와 계속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다수는 제주 교래리에서 뽑아낸 지하수가 원료인 먹는 샘물이다. 제주 용암수는 한동리 바닷가 화산암반층에 스며든 염지하수에서 염분을 제거해 생산한 혼합 음료다. 염지하수는 바닷물이 제주 화산 암반층을 통과하면서 자연 여과된 이후 육지의 지하로 스며든다. 풍부한 미네랄과 영양염류를 갖고 있어 산업적으로 쓰일 곳을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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