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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만 50억 펑펑 쓰더니···무가베 딸 “유산 119억뿐”

중앙일보 2019.12.05 05:00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암투병 중 사망한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의 생전 모습. 그는 37년동안 짐바브웨를 통치하며 세계 최장기 최고령 독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AP=연합뉴스]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암투병 중 사망한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의 생전 모습. 그는 37년동안 짐바브웨를 통치하며 세계 최장기 최고령 독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AP=연합뉴스]

 
지난 9월 사망한 세계 최장기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전 대통령의 통장에 1000만달러(약 119억원)의 현금이 남아있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오랫동안 미스테리였던 그의 유산 규모가 처음으로 공식 발표된 것이지만, 예상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 재산 은닉 등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무가베 전 대통령의 딸 보나 치코워레는 그가 남긴 재산목록을 대중에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의 재산내역을 신고했다. 1000만 달러의 현금 외에도 10대의 차량과 집 4채, 3만3000평 규모의 농장과 과수원 등이 신고됐다. 무가베 일가의 가족 변호인은 "집 2채는 집권당인 자누PF당 명의로 돼 있으며, 차량도 대부분이 빈티지 차량"이라고 주장하며 "무가베가 재산과 관련해 유언을 남긴 바는 없다"고 전했다. 유언이 없을 경우 원칙적으로는 그의 부인과 자녀들에게 유산이 상속된다.  
 
외신은 37년 동안 짐바브웨를 철권통치한 무가베 전 대통령이 남긴 재산이 1000만달러 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 목록에는 그의 해외자산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무가베 대통령은 스코틀랜드에 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웃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에도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가 짐바브웨의 대규모 토지개혁을 단행하면서 당시 몰래 빼돌린 토지가 짐바브웨 내에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번에 공개된 재산에서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분쟁과 소송을 통해 확인된 그의 해외 자산은 이보다 훨씬 큰 규모다. 2015년 가족들의 재산 분쟁으로 홍콩에서 760만달러의 주택 소유가 드러났으며, 2017년 그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가 16억원짜리 100캐럿 다이아몬드를 주문했는데 30캐럿짜리가 왔다며 판매상을 고소하면서 알려진 그의 사치 수준은 미국의 억만장자 이상이었다.  
 
사치스런 생활로 '구찌 그레이스'로 불린 그레이스 무가베(오른쪽) 전 짐바브웨 영부인이 2017년 11월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남편 로버트 무가베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치스런 생활로 '구찌 그레이스'로 불린 그레이스 무가베(오른쪽) 전 짐바브웨 영부인이 2017년 11월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남편 로버트 무가베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의 재임 당시 부인 그레이스의 사치스런 생활로 인해 그가 축적한 부가 막대하리라는 예상은 더욱 커졌다. 그레이스는 명품 쇼핑에 한 번에 1억원이 넘는 돈을 쓰며 일명 ‘구찌 그레이스’로 불렸으며, 2014년 딸의 결혼식 때 50억원 이상의 돈을 쓰고 아들의 7000만원 가량의 시계를 자랑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짐바브웨 당국이 그레이스와 그 자식들이 무가베의 유산을 상속하도록 내버려 둘지도 관심사다. 
 
영국으로부터 짐바브웨의 독립운동을 이끈 국부이자 독립전사였던 무가베는 2017년 군부에 의해 축출됐다. 37년 동안 독재를 한 것도 모자라 부인에게 대통령 자리를 세습하기 위해 에머슨 음낭가와 부통령을 해임했던 것이 민심을 자극했다. 군부 장악 이후 싱가포르에 머무르다 암으로 지난 9월 사망했다.  
 
한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짐바브웨의 인구 절반 이상인 700만명 가량이 심각한 기아를 겪고 있다고 경고했다. WFP는 지원을 2배로 늘려 400만명 이상에게 식량을 공급할 예정이지만, 여성과 어린이가 영양실조의 악순환 속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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