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좀비기업 오명 벗겠다”…퇴짜 20번 끝에 서울 진출한 지방 창업가

중앙일보 2019.12.05 05:00

충북대 창업기업 새벽다섯시 내년 2월 서울 진출 

주용택 새벽다섯시 대표가 4일 충북대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에 있는 사무실에서 샐러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주용택 새벽다섯시 대표가 4일 충북대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에 있는 사무실에서 샐러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지방 스타트업은 ‘좀비기업’이란 고정관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충북 청주에 있는 아침 식사 배달 업체가 서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매일 오전 5시 호밀 빵과 과일 샐러드, 야채 주스 등을 청주 지역에 배달하는 대학생 창업 기업 ‘새벽다섯시’ 얘기다. 새벽다섯시는 2018년 9월 문을 열었다. 한 해 매출은 6억원 수준이다. 충북대 물리학과 졸업생인 주용택(30) 대표와 동문 등 11명이 기업을 이끌고 있다. 이 대학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 9층에 사무실이 있고, 서원구 사창동에 조리실을 갖췄다.
 
새벽다섯시는 지난 9월 서울의 한 민간 투자 재단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별도 사무실을 무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주 대표는 “청주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동일한 방식의 샐러드 배달 서비스를 서울에도 적용할 방침”이라며 “내년 2월 베타 서비스 출시와 함께 소비자 확보를 위한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서울에 조리실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새벽다섯시의 서울 진출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3월부터 20여 곳의 민간 투자자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투자 요청서를 보냈지만 거절당했다. 주 대표는 “겨우 연락이 닿아 3명의 투자자를 만났지만 ‘지방에 있는 서비스를 서울로 옮기는 건 가능성이 작다’ ‘지방이니까 가능했던 거다. 스케일·전략·자본이 빈약하다’는 부정적인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스타트업은 인건비 등 정부 지원금을 받기 쉬워서 겨우 유지하는 좀비기업이란 인식이 강했다”며 “사업계획을 들어보지도 않고 투자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지방 창업기업 정부 지원 의존…자생력 키워야”

새벽다섯시가 새벽에 만들어 배달하는 샐러드. [사진 새벽다섯시]

새벽다섯시가 새벽에 만들어 배달하는 샐러드. [사진 새벽다섯시]

 
이번에 투자를 결정한 Y투자재단은 지난 8월 서류평가와 현장실사, 발표평가를 거쳐 새벽다섯시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한다. 새벽다섯시는 서비스의 경쟁력보다는 대학생 창업기업으로 2년여간 꾸준히 서비스를 유지해온 점, 수요층 분석을 통한 제품 개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소재 스타트업 기업이 민간 투자를 통해 서울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이례적이다. 정부 지원 사업으로 출발한 지방 소재 창업기업은 대부분 민간 투자자 확보에 소극적이다. 저렴한 사무실 임대 서비스와 마케팅·경영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지만, 매출 규모가 작다 보니 섣불리 사업 규모를 키우지 않는다. 주 대표는 “정부 지원금 적당히 받아 기업을 운영하면 유연성이 떨어지고, 자생력에도 한계가 있다. 민간 투자 확보는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했다.
 
새벽다섯시는 현재 16가지의 샐러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웹으로 24시간 주문이 가능하다. 5900원의 단품 메뉴서부터 4주 단위 식단이 짜인 장기 배송까지 가능하다.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주문된 메뉴를 조리하거나 포장한다. 배달은 오전 4시~5시까지 주로 이뤄지며 늦어도 오전 7시까지 완료한다. 
  
그는 “공무원 공부를 하는 수험생들과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식단을 만들 계획이다. 헬스트레이너와 연계해 함께 걷고 운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새벽다섯시는 서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지만, 본사는 계속 청주에 둔다는 방침이다. 주 대표는 “지방에서 시작한 온라인 기반 서비스가 서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