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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일자리 절박했다…현대차 노조 ‘실리 변신’

중앙일보 2019.12.05 05:00 경제 1면 지면보기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10월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현대차그룹 미래차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10월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현대차그룹 미래차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귀족노조'로 불린다. 연봉 9000만원에 정년까지 보장된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도 최근 "세금으로 보면 대한민국 3% 이내, 임금으로 보면 10% 안에 들어간다"며 스스로의 기득권화를 꼬집었을 정도다. 그는 “사회적 고립을 극복해야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도 했다.
 

실리 추구하는 노조 집행부 선출
차산업은 앞으로 수년간 변화 '격랑'

현대차 노조는 매년 임금협상을 통해서 기본급과 성과급 인상을 요구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실력행사'를 반복했다.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간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파업을 벌였다.
 
이런 현대차 노동조합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현대차 지부는 결선투표 끝에 중도·실리 노선의 이상수 후보를 새 지부장으로 4일 선출했다. 
 
이상수 현대차 노조 지부장 당선인. [뉴시스]

이상수 현대차 노조 지부장 당선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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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선인은 2만1838표(49.91%)를 얻어 2만1433명(48.98%)을 얻은 강성 노선의 문용문 후보를 405표(0.93%) 차이로 눌렀다. 중도·실리 노선의 '현장노동자회' 소속 후보가 당선된 것은 2013년 이경훈 전 지부장 이후 6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노동자회는 과거에는 금속노조 탈퇴까지도 고려하기도 했던 계파"라며 "실리 중심적이고 교조적인 노동운동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에는 '강경 투쟁만이 살길이 아니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면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파워트레인 생산인력이 다수인 현대차 노조원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전세계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인력 구조조정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세계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인력 구조조정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8월 임금·단체협약이 실리를 추구하는 30·50대의 찬성표로 무분규 타결된 것도 같은 이유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노조 집행부의 세대교체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미래차로 없어질 분야의 생산인력들은 일자리가 불안하니까, 차라리 전환배치가 필요하다 본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로의 전환에 대해서 정년이 10년 이상 남은 30·40대 조합원들은 자신의 일자리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5년 이내로 정년이 얼마 안남은 분들 보다는 (자기 일자리에 불안감을 가진) 젊은 조합원의 입김이 투표에 작용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와 경쟁하는 업체는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포드는 유럽 지역 인력의 10%에 달하는 1만2000명을 내년까지 감원하기로 했다. 아우디는 독일에서 9500명의 인력을 감축한다.
 
현대차 노조 지부장 선거 검표 현장. [사진 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 지부장 선거 검표 현장. [사진 현대차 노조]

글로벌 자동차회사는 확보한 재원을 앞다퉈 미래차 개발에 쓴다. 아우디는 60억 유로(7조9300억)의 재원을 차세대 자동차 사업에 투자한다. BMW는 2022년까지 독일 내 인력 6000명을 감원해 자율주행차·전기차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현대차도 미래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 표현으로 '살기 위한 투자'다. 2027년까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 개발을 목표로 2025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한다. 2025년까지 세계 전기차·수소전기차 시장 3대 제조업체로 올라설 계획도 세웠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노동·노사관계 부문 경영발전자문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노동·노사관계 부문 경영발전자문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세계 자동차업계는 이렇게 생존 경쟁에 돌입해 있다. 그런데도 새 집행부가 정년연장과 임금인상에만 몰두하면 노사가 공멸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날 열린 경영발전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조선·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노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노조의 파업과 불법행위로 어려움이 가중하고 있다"며 "해외 경쟁기업이 선제적인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서라도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데 반해 우리 기업은 인력증원, 정년연장, 자동화 반대 등을 요구하는 노조에 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새 집행부가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노사 간의 갈등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강성 계파의 눈치를 보고 강경일변도로 간다면 사측은 노조와 함께 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렇게 되면 사측의 막대한 투자도 효과가 줄어드는 '동맥경화' 현상이 발생해 노사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성·강기헌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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