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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참여하는 스포츠클럽으로 패러다임 바꾸자

중앙일보 2019.12.05 00:13 종합 29면 지면보기
권순용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권순용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세계무역기구(WTO) 농업 부문 개발도상국 지위를 앞으로 주장하지 않겠다고 정부가 최근 선언했다. 이제 거의 모든 국제기구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등 경제 지표만 보면 분명 선진국이다. 하지만 우리를 선진국이라고 자랑하기엔 여전히 좀 망설여진다. 특히 복지·분배·평등·교육·환경·안전 등의 분야에서는 여전히 선진적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성장 가치 강조하는 한국 스포츠
스포츠 자체 즐길 사회 운동 필요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라는 슬로건이 있다. 선진화 요구가 두드러진 분야 중 하나가 스포츠다. 한국은 올림픽 등 주요 국제경기대회 성적과 개최 실적 등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런 스포츠 강국 지위는 압축 성장이라는 발전 논리와 방식이 반영된 성장 중심 패러다임의 결과다. 그 이면에서는 경쟁·우애·공정·참여·성공·평등·연대·건강 등 스포츠의 다양한 가치 중 일부만 강조됐다. 다른 가치는 왜곡되거나 퇴색되고 사장되기도 했다. 스포츠 선진화를 위해서는 스포츠의 다양한 가치를 균형 있게 존중하고, 스포츠 자체를 즐기려는 변혁적 사회 운동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 차원의 정책적·제도적 스포츠 혁신 노력은 더는 미룰 수 없는 한국 사회 스포츠 선진화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포츠 참여 방식을 제도화해 스포츠의 다양한 본질적 가치를 확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그동안의 성장 중심 패러다임 대신 가치 중심 패러다임이 새롭게 필요하다. 다행히 제도적 실행 대안이 제시됐는데, 바로 스포츠 클럽이다. 실제로 스포츠 클럽은 스포츠 선진국의 공통된 스포츠 참여 방식이며, 스포츠 공공서비스의 실질적 집행 단위다.
 
스포츠 클럽이 더 선진적이며 성숙한 스포츠 참여 모델이라는 건 두 가지 전망에 근거한다. 첫째, 전문체육·학교체육·생활체육 등으로 참여 영역이 분리됐던 한국 스포츠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다.
 
저출산 시대에 선수 자원의 지속적 충원, 고령화 시대에 생애 주기와 연계한 평생 스포츠 참여, 그리고 시민 모두를 위한 민주적 스포츠 참여에 적합한 모델이다. 따라서 공공정책 과제로 스포츠 클럽의 기반 조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히 요구된다. 문화체육관광부·지방자치단체·대한체육회·지역체육회 등 유관 기관·단체의 스포츠 클럽 육성 노력이 결실을 보도록 클럽 등록제와 인증제, 재정 및 행정 지원, 스포츠 클럽 법제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둘째, 스포츠 클럽은 제대로 정착될 경우 스포츠의 다양한 가치를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는 참여모델이다. 스포츠 참여 인구 증가라는 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복지 차원의 선진화 지표 중 하나의 역할도 한다. 여러 선진국에서 스포츠 클럽 제도는 국민 건강 증진 및 의료비 절감 효과, 교류를 통한 다원화 사회 통합 효과, 민주 시민의 가치를 경험하고 전수하는 효과, 배제·차별·갈등이라는 사회 문제의 예방 및 해결 효과 등 공익적 기능을 담당했다. 바로 스포츠를 통한 복지사회 구현이다.
 
스포츠 복지사회 구현은 스포츠 참여를 제약했던 제도적 장벽과 문화적 편견을 없애는 작업이며, 궁극적으로 스포츠의 가치와 의미를 풍성하게 하는 노력이다. 그 맨 앞에 선진형 스포츠 클럽 정착이라는 의제가 있다.
 
스포츠 참여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으며 다양해지고 있다. 스포츠 클럽의 유형과 서비스 제공 방식도 다양해져야 한다. 특히 공익·개방·자율 등 스포츠 클럽의 본질적 가치가 잘 구현돼야 스포츠 복지사회 구현이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선진국처럼 스포츠 클럽이 한국에서도 스포츠 참여의 선진화를 견인하고 스포츠 복지사회를 구현하는 사회 운동으로 확산하길 기대한다.
 
권순용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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