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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세기의 재판’ 공정위가 퀄컴 이겼다

중앙일보 2019.12.05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퀄컴 대 공정거래위원회’ 재판에서 법원이 1조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퀄컴의 국내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퀄컴은 올 들어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반독점법(국내에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패소하게 됐다.
 

고법, 모뎀칩+특허 끼워팔기 제동
“모뎀칩 계약 때 시장지배력 남용”
삼성·LG, 퀄컴칩 구매엔 긍정효과
퀄컴 불복,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노태악)가 공정거래법 위반(특허권 남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판단한 퀄컴의 행위는 크게 두 가지다.
 
퀄컴의 사업 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퀄컴의 사업 구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첫째, 퀄컴이 자신들이 보유한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사업의 표준이 되는 특허)와 관련해 경쟁 모뎀칩 제조업체의 라이선스(특허 공유) 요청을 거절하거나 제한했다. 이번 소송에 공정위 측 보조 참가인으로 참여한 인텔과 대만 미디어텍은 “퀄컴이 LTE나 5G 산업의 표준이 되는 특허를 공유하길 거부해 모뎀칩 개발·판매에 차질을 빚었다”는 논지를 폈다.
 
법원은 “퀄컴이 ‘FRAND 원칙’ 확약에 따른 의무를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자신들의 기술을 산업 표준으로 채택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 등에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으로 특허를 제공한다고 약속했으나 퀄컴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퀄컴은 LTE·5G 모뎀칩셋 분야에서 세계 1위고, 현재 통신 분야에서 가장 많은 SEP 약 2만5000개를 보유하고 있다.
 
둘째, 퀄컴의 모뎀칩셋 공급 계약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연계해 삼성·LG·화웨이 등 제조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퀄컴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다. 휴대폰 제조업체에 3G, LTE, 5G 모뎀을 판매할 때 모뎀뿐 아니라 특허 공유 협상을 병행해 최대한 많은 특허 이용료(로열티)를 받아내는 전략이다. 법원은 이를 “퀄컴의 시장지배력 남용”이라고 인정했다.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에 그간 불만을 토로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협상에 응했고, 모뎀과 함께 특허 계약을 체결했다. 올 5월 퀄컴과 6년(4+2년)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애플은 두 달 뒤 인텔의 모바일 모뎀 사업부를 아예 사들였다.
 
법원은 공정위가 문제 삼은 세번째 행위(포괄적 라이선스 체결)에 대해선 “경쟁제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공정위가 부과한 약 1조300억원의 과징금은 그대로 유지했다. 위 두 가지 행위만으로 과징금 부과 요건이 충족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시정명령 10개 중 포괄적 라이선스와 연계된 2개는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삼성이나 LG전자가 향후 퀄컴에서 5G 모뎀칩을 구매할 때 유리할 수 있다. 자사 모뎀 사용량을 줄인 스마트폰 메이커에게 퀄컴이 특허 이용료를 더 높게 부과하는 행위, 그리고 퀄컴의 특허 끼워팔기 관행도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다.
 
LG는 이번 사건에 공정위 측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다. LG는 올 8월 퀄컴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갱신했다. 퀄컴이 지난 5월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의 판결로 패소(반독점법 위반)하고 석 달 뒤다. LG와 달리 삼성은 2018년 2월 퀄컴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한 이후, 이번 재판에서도 공정위 측 보조참가인에서 빠졌다.
 
퀄컴은 이번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결국 1조300억원의 사상 최대 과징금을 둘러싼 퀄컴과 공정위 간 법정 다툼은 대법원에서 종결될 전망이다.  
 
김영민·백희연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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