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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정부 요구해 알려줬다”···“제보받았다”는 靑과 딴소리

중앙일보 2019.12.05 00:01 종합 3면 지면보기
청와대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최초 제보했던 인물은 송병기 울산광역시 경제부시장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해당 첩보가 청와대로 흘러 들어간 경위에 대해선 청와대와 송 부시장이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첩보 입수 경위 놓고 엇갈린 주장
송 “2017년 하반기·연말쯤 연락와”

“제보자와 우연히 캠핑장서 만나”
고민정 대변인 해명과 크게 달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민정수석실 소속 문모 행정관이 최초로 제보를 받은 경위에 대해 “2017년 10월경 제보자로부터 스마트폰 SNS을 통하여 김 전 울산시장 및 그 측근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받았다”고 말했다. 문 행정관은 2016년에도 같은 제보자로부터 김 전 시장 및 측근 비리를 제보받은 적이 있다. 두 사람은 문 행정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되기 전부터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고 지내온 사이라고 한다.
 
고 대변인은 “행정관은 제보 내용이 담긴 SNS 메시지를 복사해 이메일로 전송한 후 출력했다”며 “행정관은 외부 메일망의 제보 내용을 문서파일로 옮겨 요약하고 일부를 편집해 제보 문건을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KBS와 만난 송 부시장은 “정부에서 여러 가지 동향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 동향들에 대해 파악해서 알려줬을 뿐”이라며 “2017년 하반기나 연말쯤에 청와대 행정관이 아닌 지역에 있는 여론을 수집하는 쪽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설명과 달리 정부에서 먼저 동향 파악을 원했다는 것이다.
 
송 부시장은 또 제보 내용에 대해 “언론에 나왔던 내용이라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송 부시장이 제보했다는 김 전 시장에 대한 비위 의혹은 한 건설업자가 고발한 사건으로 보인다. 김 전 시장의 동생이 시행권을 확보해주는 대가로 30억원 상당의 용역권을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송 부시장은 다만 “여론조사 목적으로 청와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늘 연락이 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입장도 문 행정관이 내용을 ‘보기 좋게’ 요약·편집할 필요가 있었다는 청와대 설명과도 다소 결이 다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이날 “제보된 내용이 SNS로 왔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느냐”며 “내용은 길게 있는데 너무 병렬되어서 알아보기도 어렵고 내용이 존 난삽하다. 그렇다 보니까 본인이 윗분들 보시기 좋게 정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문 행정관은 제보 내용을 문건 형태로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고, 이는 고위공직자 감찰을 담당하는 반부패비서관실로 이관됐다. 해당 내용은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감반 파견 경찰을 거쳐 경찰청에 전달됐고 이후 울산지방경찰청으로 내려갔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최초 제보자에 대해선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닌 공직자”라고만 했다. 그러나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더불어민주당 선거캠프에 뛰어들면서 송철호 현 울산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송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지목되기 6개월 전부터 캠프 내 싱크탱크 역할을 맡았다. 이런 이력의 소유자를 민주당과 전혀 관계없는 인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욱이 제보했다는 시점은 이미 송 부시장이 송 시장 캠프에 있을 때다. 
 
청와대는 최초 첩보 내용과 반부패비서관실로 이첩한 문건에 대해선 “내용들 하나하나가 개인의 실명이 다 들어가 있고 관련한 비위 사실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일종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며 공개를 거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거듭 “일상적으로 전달되는 첩보를 정리해서 그냥 이첩하는 과정이었다고밖에는 이해가 안 된다”며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숨진 수사관이 그렇게 하기 전에 확인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일상적이고 별거 아닌 것으로 확인되니까 허탈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위문희 기자, 울산=이은지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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