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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로 물러난 日법무상 이름은 모르면서 조국은 기억"

중앙일보 2019.12.04 17:59

“한·일 갈등은 양국 정치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양국 언론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패트릭 벨터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도쿄특파원이 한·일 언론의 양국 갈등에 관한 보도 행태와 관련해 이렇게 지적했다.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일갈등 해법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포럼(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에서다. 

4일 '한일갈등 해법을 위한 언론의 역할' 포럼
"갈등 해결은 정치인이 해야…언론 역할 제한적"
"양국 언어 비슷하지만 달라…좀 더 신중히 써야"
"韓 보도프로그램, 기본 배경에 대한 설명 부족"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일갈등 해법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포럼(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에서 박영흠 협성대 교수(연단 왼쪽)가 '한일 갈등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 분석'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박 교수 오른쪽으로 이날 사회를 본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 또 다른 발제자인 이홍천 도쿄도시대 준교수. 김상진 기자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일갈등 해법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포럼(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에서 박영흠 협성대 교수(연단 왼쪽)가 '한일 갈등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 분석'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박 교수 오른쪽으로 이날 사회를 본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 또 다른 발제자인 이홍천 도쿄도시대 준교수. 김상진 기자

그는 이날 토론에서 “양국 언론 보도를 보면 주로 자국 정부의 시각만 담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한·일 모두 민족주의·애국주의 양상을 보이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팩트(사실) 위주의 중립적인 보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최근 들어 일본 방송과 잡지에서 한국에 부정적인 보도가 급증하는 것을 경계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홍천 도쿄도시대 준교수는 “일본의 와이드쇼(시사정보프로그램)에서 다루는 한국 관련 방송이 일본 내 이슈들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며 그 사례로 ‘조국 스캔들 보도’를 들었다. 그는 “일본에서 스캔들로 물러난 일본 법무상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한국의 조국 법무장관 이름은 기억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일본 방송 데이터(M data)를 조사한 결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유예 발표 다음날인 23일 오전 방송에서 지소미아 관련 방송량은 1시간 19분에 달했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악재로 떠오른 ‘벚꽃 보는 모임(桜を見る会)’ 스캔들 방송량(27분 52초)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튿날에도 지소미아 보도(1시간 26분 50초)가 일왕의 이세진구(伊勢神宮) 참배 소식(1시간 16분 3초)을 제치고 톱 뉴스로 꼽혔다.  
 
이런 분위기와 관련해 저널리스트인 아오키 오사무(靑木埋) 전 교도통신 기자는 “연금 문제 등 일본사회가 전체적으로 엄중한 상황인데, 한국 뉴스는 정말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는 반응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와 재일교포에 대한 전후의 가해자 의식이 2002년 북일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납치 피해자 프레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며 “이런 분위기가 혐한론, 헤이트 스피치 등으로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고조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일갈등 해법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포럼(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에서 지정 토론자인 아오키 오사무 전 교도통신 기자(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순서대로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 가미야 다케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서영아 동아일보 논설위원, 패트릭 벨터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도쿄특파원. 김상진 기자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일갈등 해법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포럼(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에서 지정 토론자인 아오키 오사무 전 교도통신 기자(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순서대로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 가미야 다케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서영아 동아일보 논설위원, 패트릭 벨터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도쿄특파원. 김상진 기자

아베 총리 스캔들을 심층 보도해온 모치즈키 이소코(望月衣塑子) 도쿄신문 기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자 ‘북한에 압력을 계속 가해야 한다’고 했던 2년 전 일본 정부의 모습과 한국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현재 입장이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가미야 다케시(神谷毅)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다”며 “가령 양국 언어에 한자어가 많아서 비슷하지만 의미가 다른 경우도 있다. 좀 더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미야 지국장은 “지난 7월 1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자 한국에서 ‘사실상의 금수조치’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실제로는 금수는 아니었다”며 “이런 과다 해석이 확산되면서 여론을 악화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도요우라 준이치(豊浦潤一)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은 “한국의 보도 프로그램을 보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2015년 위안부합의 등 기본적인 배경이 되는 사항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부분은 일본의 방송들을 참고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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