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英 터너미술상 4명 공동수상 "우리 작품 우열 가리지 말라" 호소

중앙일보 2019.12.04 12:28
2019 터너상을 공동수상한 4명의 작가들. 타이 샤니, 로렌스 아부 함단, 헬렌 카목, 오스카 무리요.[AP 뉴시스]

2019 터너상을 공동수상한 4명의 작가들. 타이 샤니, 로렌스 아부 함단, 헬렌 카목, 오스카 무리요.[AP 뉴시스]

3일(현지시간)  열린 영국 최고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 (Turner  Prize) 시상식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역사상 처음으로 최종 심사에 오른 4명의 후보가 모두 상을 받은 것. 보통 최종심에서 단 한 명에게 주어지는 터너상이 올해엔 4명 최종 후보 모두에게 돌아갔다. 
 

3일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 미술상 '터너상'
후보 4명 "각 작품 겨뤄선 안되는 주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4명 공동 수상 결정

올해 최종심 후보에 오른 아티스트들이 수상자 선정 전에 심사위원들에게 "공통성(commonality), 다양성(multiplicity), 연대성(solidarity)"의 필요를 인정해달라고 호소했고, 심사위원단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올해 터너상은  로렌스 아부 함단, 헬렌 카목, 오스카 무리요, 타이 샤니 4명 모두에게 돌아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4명의 후보자가 심사위원들에게 편지로 호소한 것이 받아들여져 4명의 작가가 터너상을 함께 받았다"며 "최종 후보에 함께 오르기 전에 단 한 번도 서로 만난 적이 없는 이들이 각각 4만 파운드의 상금을 4분의 1씩 나눠 갖게 됐다"고 전했다. 
 

"우리 작품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3일 열린 시상식 무대에서 수상자 중 한 명인 카목은 공동 성명을 낭독했다. 이 글에서 4명의 예술가는 영국에서 작업하는 영국 작가들에게 주는 터너상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작품은  "요즘과 같은 적대적인 환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외(isolation)와 배타(exclusion)의 한가운데서  '화합의 상징적 제스처(symbolic gesture of cohesion)'로 맞서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올해의 터너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은 각각  이민, 가부장제, 고문, 시민 권리에 대한 주제를 탐구했으며 이 아티스트들은 심사위원들에게 그 주제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뭣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나?"

이들은  심사위원들에게 미리 쓴 편지에서도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글에서 "우리는 각자가 매우 중요하고 긴급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정치적 문제를 다뤘다"면서  "우리가 다루는 것들이 서로 경쟁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작가가 상을 받는다면 "어떤 이슈가 다른 이슈보다 더 중요하고, 더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들은 이어 "영국과 전세계 많은 지역이 지금 위기에 놓여 있다. 이미 사람들과 지역사회가 분열되고 고립된 상황에서, 우리는 터너상을 계기로 사회에서와같이 예술에서 공통성, 다양성, 연대성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심사위원단 "하나의 답 고를 수 없었다"

"정치 적인 이슈 다룬 우리 작품을 가지고 우열 가리지 말아달라"고 심사위원에게 요청해 올해 터너상을 공동 수상한 작가들. 왼쪽부터 타이 샤니, 로렌스 아부 함단, 헬렌 카목, 오스카 무리요.[ AP 뉴시스]

"정치 적인 이슈 다룬 우리 작품을 가지고 우열 가리지 말아달라"고 심사위원에게 요청해 올해 터너상을 공동 수상한 작가들. 왼쪽부터 타이 샤니, 로렌스 아부 함단, 헬렌 카목, 오스카 무리요.[ AP 뉴시스]

심사위원장인 알렉스 파커슨 관장은 "이번 후보 작가들이 심사위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었다. 우리는 편지를 받고 모두 몹시 흥분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 상은 35년 역사에서 한 번도 단체로 받은 적이 없으며 다시는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각기 다른 정치적 이슈가 만나면서 빚어진 특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4명의 아티스트가 모두 참여적 방식으로 일하고,  각자 이 시대에 대한 절박한 정치적 우려를 담고 있었다. 여기에 단답형 답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네 명의 예술가들은 최종 후보에 오른 뒤 터너 현대미술관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같은 계획을 논의했다고 한다. 아부 함단은 "올해 후상 후보 작가들이 비슷한 사회, 정치적 노선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했다"면서 "이번에는 정치적 접근을 중심으로 뭉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연대와 협력 지지 영광"

그들이 공동수상을 주장한 이유는 또 있다. "우리의 작품 성향이 경쟁 방식(competition format)에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아티스트들에 찬사를 보냈다. 심사위원단은 성명에서 "우리는 이렇게 분열된 시기에 연대와 협력에 대한 작가들의 대담한 발언을 지지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들의 이번 행위에 우리가 그들의 작품에서 높이 평가했던 정치적·사회적 가치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영국 터너상은 영국 테이트 브리튼이 1984년 제정한 현대미술상이다. 한 해 동안 가장 주목할 만한 전시나 프로젝트를 보여준 50세 미만의 미술가에게 수여하며 12월에 수상자를 선정한다. 
 

관련기사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