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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 새X' 욕하고 결재서류 찢은 사무관 "갑질" vs "열정"

중앙일보 2019.12.04 11:30
괴롭힘 이미지. [중앙포토]

괴롭힘 이미지. [중앙포토]

전북 한 자치단체 5급 사무관이 직원들에게 폭언·욕설을 일삼아 "갑질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참다못한 직원이 익명으로 감사팀에 해당 간부의 횡포 사실을 알렸지만, 감사팀은 "문제가 있지만, '업무에 대한 열정이 높아 빚어진 말실수'로 보는 의견도 있어 징계는 과하다"고 결론 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고 있다.
 

"진안군 과장, 직원에 폭언 일삼아" 제보
군에선 "직원 의견 엇갈린다"며 징계 안해
과장 "업무 욕심…발언 과했다" 사과
제보자 "보복성 갑질 또 시작" 분통

4일 익명을 원한 제보자에 따르면 진안군 A과장은 본인 기분에 따라 직원들에게 '이 새X' 는 기본이고 'X발'이라고 욕설을 내뱉기 일쑤였다. 일반 직원뿐 아니라 자기보다 나이 많은 팀장에게도 반말하고, 고압적·강압적 말투를 썼다는 게 제보자 주장이다. "저런 것들이 팀장이라고…"라며 노골적으로 인격을 무시했다고 한다.
 
A과장은 결재 과정에서 직원이 내민 서류를 그 자리에서 찢어버리거나 서류를 직원에게 던졌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민원인과 상담하던 직원을 부른 뒤 직원이 "민원인과 상담 중이었다"고 설명하면 민원인이 있는데도 "그래서 어쨌다고?"라며 면박을 줬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 [뉴스1]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 [뉴스1]

제보자는 "A과장의 횡포는 과 직원 대부분이 겪었고, 이는 과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청 내 다른 직원들도 A과장의 소문을 알고 해당 과 직원들에게 '불쌍하다. 고생이 많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제보자는 "지난 10월 31일 이런 내용이 담긴 우편물을 익명으로 감사팀에 보냈다"며 "감사팀장은 '과 모든 직원을 일대일로 조사할 계획이며 사실일 경우 절대 무마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직원 일부만 조사한 데다 조사에 응한 직원들이 A과장의 횡포를 진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진안군에 따르면 A과장은 지난달 11일 "팀장들 가운데 전문직이 아닌 타 직렬이 많아 일을 더 챙기는 과정에서 다소 직원들에게 과하게 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과 직원 전체에게 사과했다. 이튿날 진안군수 권한대행인 최성용 부군수도 직접 A과장이 근무하는 사무실을 찾아 직원 간 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제보자는 "A과장은 직원들에게 사과한 지 20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보복성 갑질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안군은 "A과장을 감싸거나 사건을 덮을 의도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경림 진안군 감사팀장은 "해당 과 직원 절반을 상대로 면담한 결과 'A과장의 언행에 불쾌했다'는 의견과 '일을 열정적으로 하다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등 직원에 따라 온도 차가 있었다"며 "과장의 언행에 문제가 있는 건 맞지만 100% 갑질로 보기엔 어렵다고 판단해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월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주요 업무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16일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9월 19일까지 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모두 794건이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월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주요 업무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16일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9월 19일까지 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모두 794건이었다. [연합뉴스]

최성용 부군수는 "A과장을 따로 불러 훈계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직원들에게 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최 부군수에 따르면 A과장은 사실관계는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업무 욕심이 있다 보니 일을 추진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직원들을 채근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직원들에게 사적인 감정으로 화낸 건 아니라는 취지다. 최 부군수는 "이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고, 재차 이런 일이 발생하면 엄하게 징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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