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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 백원우와 가까웠다 하더라···靑-檢 사이서 갈등한 듯"

중앙일보 2019.12.04 11:29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활동 한 것으로 알려진 수사관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활동 한 것으로 알려진 수사관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동부지검 소속 A수사관의 발인이 4일 오전 진행됐다. 지난 2일부터 서울 서초구의 대형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매일 자정 무렵 늦은 시간까지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검사와 수사관 동료들은 “수사력으로는 선수 중의 선수였다”, “해병대를 나와 큰 키에 만능 스포츠맨인데다 호탕하고 서글서글해 많은 사람이 좋아했다”, “검찰 내 야구 동아리에서 4번 타자”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한 수사관 동료는 “(A수사관) 아들이 지난 주말에 대학 면접을 봤는데 형이 이럴 리가 없다”며 다른 동료를 붙잡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동료는 “조문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새벽 3시까지는 있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빈소를 맴돌았다. 
 
 A수사관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밑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말부터 경찰 소속 B총경과 함께 2인 1조로 감찰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은 3일 오전 장례식장을 찾아 16분간 조문을 했다. 유가족이 그의 팔을 붙잡고 오열했고, 백 전 비서관도 그들의 어깨를 잡아줬다. 빈소를 찾은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고인이 백 전 비서관과 가까웠다고 하더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비슷한 시간에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조문을 온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청와대가 고인에게 (검찰 수사와 관련해) 압박을 가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고인이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A수사관은 임용 직후부터 주요 부서에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국가정보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서 15대 대통령 선거 야당 후보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낙선시키려 북풍(北風) 공작을 한 권영해 부장 수사에도 참여했다. 당시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실 앞에 철문이 있었는데 A수사관이 우연히 배꼼 얼굴을 내밀어 카메라에 찍혔다”며 “한 달 이상 자료 화면으로 나와 고향에서 출세했다고 소문이 났다”고 회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 유족을 위로한 뒤 접객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 유족을 위로한 뒤 접객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빈소에는 전북 익산의 한 고등학교 동문회에서 보낸 조화가 2개 걸렸다. 1개는 동문회, 다른 1개는 동창회장이 보낸 조화였다. 이밖에 ‘검찰해병전우회’ ‘검찰가족복지회’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도 조화를 보냈다. 현직 검사장과 대형 로펌 변호사들도 조화를 보내 빈소 주변을 빼곡히 메웠다.  
 
 빈소를 찾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보맨의 기본은 입이 무거운 것”이라며 “끝까지 보안을 완수하는 사명을 갖고 있었을 텐데 그런 자기 신념이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와 내면에서 충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수사관 동료도 “(사고) 조짐은 안 보였고, 워낙 강한 성격이라 순간적으로 선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동료는 한숨을 쉬며 “양쪽(청와대-검찰)을 다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3일 오후 9시쯤에는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무실 소유자인 C법무사가 빈소를 찾았다. 고인이 신던 구두를 쇼핑백에 들고 나타났다. 그는 “사무실에 벗어 놓은 구두인데 따뜻하게 해야할 것 같아 (가져왔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계속된 질문에 “(고인의 사건을) 사고라고 말하지 말라”며 “아는 분이 돌아가시면 어떤 마음으로 왔겠냐”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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