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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민식이법 빨리 통과시켜야"…일각선 과잉처벌 논란도

중앙일보 2019.12.04 08:58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 군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 군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다. [연합뉴스]

여야가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서라도 ‘민식이법’은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민식이법’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해 발의한  두 가지 법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에 의무적으로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등을 설치하는 도로교통법(이하 도교법) 개정안, 어린이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은 스쿨존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발생 시 가해자에게 최소 징역 3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개정안, 두 가지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를 지키지 않고 사망사고가 나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이 법안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에서 김민식군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여 사망한 뒤 발의됐다. 지난달 19일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민식군의 부모가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속한 법안 통과를 호소하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돼 법안이 처리되지 않자 정치권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법안에 대한 여론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과연 해당 법안이 '제2의 민식이'가 나오지 않게 하는 데 최선이냐는 반론도 있다.

민식군의 사고가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던 환경에서 벌어진 만큼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각지역을 없애고, 인근 불법 주정차에 대한 단속 과태료나 벌점을 대폭 상향시키는 등의 방안이 선행해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엄벌주의'만으로 제2의 사고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타 법안보다는 처벌조항이 강해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법조인들도 동의하지만, 그 수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민식이법 형량이 강한 건 사실이다. 법안은 보행자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나 운전자의 '고의' 및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징역 3년 이상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법인 민의 고태관 변호사는 “불법체포감금죄나 폭행가혹행위죄의 경우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고의’ 행위가 없는 ‘과실’범도 전부 3년 징역형 이상인 건 과할뿐더러, ‘민식이법’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훈식 의원 등 13명이 지난 10월 11일 발의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내용. 스쿨존에서 사망사고 발생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 국회의안정보시스템]

민주당 강훈식 의원 등 13명이 지난 10월 11일 발의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내용. 스쿨존에서 사망사고 발생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 국회의안정보시스템]

반면 법무법인 장인의 장경득 변호사는 “과실과 고의가 다르게 처벌받아야 하는 걸 부정하진 않지만, 성범죄도 대상이 아이일 때는 형량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윤창호법’과 비교하는 의견도 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일으켰을 때 3년 이상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안강민 변호사는 “음주운전도 사망사고를 내면 3년 이상 무기징역을 선고하도록 했는데 음주운전처럼 사회에 경각심을 줄 수 있고,  판사 재량에 따라서 감경 또는 집행유예도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처벌조항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1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 김민식 군의 어머니 박초희(왼쪽)씨와 아버지 김태양씨 고 김태호 군의 어머니 이소현씨가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전혜숙 위원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 김민식 군의 어머니 박초희(왼쪽)씨와 아버지 김태양씨 고 김태호 군의 어머니 이소현씨가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전혜숙 위원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이런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법 체계에선 ‘고의’ ‘과실’ 중 어떤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며 “폭행치사나 상해치사에서 칼로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고 자기도 모르게 찌른 건데 죽었을 때는, 과실이라 보고 살인죄와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는다. 이걸(고의와 과실) 구분하지 않으면 처벌이 과하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주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처벌을 ‘3년 이상에서 무기징역’ 해놓는 건 과실 행위일지라도, 그 안에 음주라는 ‘고의’ 행위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며 '고의'와 '과실'은 어느 정도 구분하는 게 옳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사위에서도 대체토론 등 이견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법안이 심사됐을 때도 논란이 있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체토론을 통해 의문을 제기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법제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뉴스1]

금태섭 더불어민주당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법제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뉴스1]

▶금태섭 의원= “징역형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교통사고처리특례법도 금고형으로 되어 있고, 업무상 과실치사상도 금고형인데 이게 징역형으로 된 이유가 있습니까.”
▶김오수 차관=“특가법은 통상 징역형으로 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금태섭 의원=“특가법이라는 건 도주 같은 고의범이고 이거는 과실범은 다 금고형으로 하고 있지 않나요.”

▶김오수 차관=“여긴 어린이 구역에서 특별히 보호를 하자는 차원이라서 금고보다는 징역형 정도로 해서 어린이를 조금 더 확실히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금태섭 의원=“그게 맞나 싶은데… 음주운전해서 치사상해일 경우엔  징역형인가요?”

▶김오수 차관=“그렇습니다.”

▶금태섭 의원=“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그런가요?”

▶김오수 차관=“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그렇습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은 금고로 되어 있습니다.”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오른쪽 네번째)등 전국 자치단체장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오른쪽 네번째)등 전국 자치단체장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시인사이드 자동차 갤러리에선 ‘민식이법사고정황 알고 지지하지 않은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100여개가 넘는 댓글이 이어지는 등 민식이법을 놓고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일부는 ‘차량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 운전자로서는 반응하기 어렵다. 과도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일부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일단 정지를 하고 주위를 살폈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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