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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않은 방위비 꺼낸 트럼프, 팩트 4개 틀렸다

중앙일보 2019.12.04 07: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트럼프 3일 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
한국·북한 발언 팩트체크 해보니
6분간 최소 4군데 사실관계 틀려
작년 13% 올렸는데 100%로 말해
수차례 말해놓고 "이번 처음 공개"
2만8500명 주한미군 3만2000으로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군사 조치가 여전히 가능한 선택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방위비 협상을 언급했다. 관련 질문이 없었는데도 트럼프가 먼저 화제에 올렸다.
 
이날 기자 회견 전체 32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북한 문제에 할애한 시간은 약 6분쯤이다. 6분 동안 트럼프는 사실관계를 최소 4차례 틀렸다. 그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을 정리해봤다.
 

1. "그들(한국)은 1년에 5억 달러 더 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한·미 방위비 협상을 언급하면서 "내가 한국에 5억 달러를 더 부담하라고 요구했고, 그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 두어 통, 회의 한 번으로 방위비를 올렸다"라고도 했다.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한국이 방위비 5억 달러(약 5950억원)를 올려주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 한·미는 올해분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 분담금을 총 1조389억원에 합의했다. 이는 전년도 9602억원에서 787억원 증액한 액수다. 
 
증액분 787억원은 오늘 환율 기준으로 약 6600만 달러다. 트럼프가 주장한 증액분 '5억 달러'의 13%에 불과한 액수다.
 
트럼프는 기자회견 중 다시 한번 "한국은 5억 달러에 못 미치는 금액을 매우, 매우(many many) 오랫동안, 지난 수십년(decades)간 내 왔다"면서 "내가 일 년에 5억 달러를 더 받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5억 달러는 아주 큰 돈"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된 화법에서 나온 착오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이 5억 달러를 증액했다면 분담금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린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외교 성과로 포장할 수 있다. 
 
트럼프는 답변 마무리로 "이 얘기가 좋은 기삿거리가 될까"라고 자문한 뒤 "아마 아닐 거야"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에 대해선 좋은 기사가 안 나온다고 혼잣말을 했다. 
 

2.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하는데…아무도 모를 것"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지난해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고 말하면서 "아마 처음 공개하는 얘기"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2일 백악관에서 주재한 각료회의에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5억 달러 더 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우리가 (한국) 방위에 매년 50억 달러를 쓰는데, 한국은 약 5억 달러를 내 왔다"면서 "전화 몇 통에 5억 달러를 올렸다"고 말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한 말과 거의 일치하는 발언을 10개월 전에 이미 한 것이다. 당시는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가서명한 지 이틀 뒤였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이 착오로 잘못 말한 것인지, 올해 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것인지 불분명했다. 미국이 당초 약 5000억원을 증액한 1조4400억원가량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이 증액분을 실제 인상액과 착각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3. "3만2000명 주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7개월 전쯤 또는 그보다 조금 더 오래전에 한국 측과 만나 "당신들은 충분히 내고 있지 않다.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곳에 군인 3만2000명이 주둔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당국에 따르면 현재 주한미군은 2만8500명으로 추산된다.
 
트럼프가 언급한 6~7개월 전은 올해 5~6월쯤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난 적이 없다. 
 
트럼프-문재인 정상회담은 4월 11일 워싱턴에서 열렸다. 당시 공개된 안건은 트럼프-김정은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북미 협상에 돌파구를 찾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미국의 압박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4. "사우디 파병 비용… 몰랐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위비를 얘기하다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거론했다. 그는 "사우디에 병력을 추가파병했지만,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에게 수십억 달러를 내고 있다"면서 기자에게 "이 얘기는 처음 들을 거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를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0월 16일 사우디 추가 파병 사실을 확인하면서 "사우디는 우리 병사들 비용을 포함해 거기서 활동하는 비용의 100%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나토 기자회견에서 "사우디가 이미 수십억 달러를 보내왔고 이미 은행에 (그 돈이) 들어있다"라고도 주장했다.
 
이번에도 트럼프가 외교 치적을 자랑하면서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이 얘기는 처음 하는데'를 양념처럼 끼워 넣었을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인 세금을 쓰지 않고 부자 나라로부터 방위비를 받아냈다'는 것을 치적으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위비 협상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먼저 얘기를 꺼냈다. 외교 치적 자랑도 한 가지 이유이지만 기자회견문 행간을 읽어보면 전임자와 다른 자신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트럼프는 "나는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은둔의 왕국'에 대해 잘 안다. 오바마 대통령 말을 들었더라면, 지금쯤 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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