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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황운하 '김기현 수사' 경찰청장 보고 못해" 檢 녹음파일 확보

중앙일보 2019.12.04 05:00 종합 3면 지면보기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연합뉴스]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연합뉴스]

 
송철호 현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연결해주고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울산지역 아파트 건설 시행사 대표 류모(65)씨가 지난해 3월 울산지역 정치권 인사와 나눈 3개의 통화 녹음파일을 검찰이 확보했다. 해당 녹음 파일에는 황 청장이 경찰청장에게 수사 보고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아예 청와대에 ‘직보’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경찰청장에 수사보고 할 수 없다”…청와대 ‘직보’ 의혹도  

 

류씨는 울산 지역 정치권 인사와의 대화에서 황 청장이 당시 경찰청장(이철성 청장)에게 “‘김기현 울산시장과 관련된 수사 보고를 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류씨에 따르면 당시 경찰청장은 황 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김 시장 관련 수사하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어 청장이 “당신(황 청장)이 수사하고 있는 게 있으면 나한테 보고해달라’고 했으나, 황 청장이 단칼에 거절했다고 했다. 보고를 원래 하지 못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규정대로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수사 상황을 문의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그는 "이 청장으로부터 해당 사건(김기현 시장건)이 야당 의원들로부터 정치공세를 받아 수사권 조정에 영향받을까 우려하는 전화를 받았다"며 "그로 인해 수사지휘 회피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전경 [뉴시스]

청와대 전경 [뉴시스]

이 때문에 역으로 황 청장이 아예 경찰청장을 ‘패싱’하고 청와대와 직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황 청장은 2017년 12월 청와대에서 경찰청으로 하달한 ‘지방자치단체장 김기현 비위 의혹’ 제목의 청와대 첩보를 받기 전부터 김 시장에 대한 정보보고를 지시하는 등 청와대 특명을 받고 기획 수사를 벌였다는 논란에 휩싸여있다. 
 
이와 관련 김 전 시장 비서실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던 지난해 3월16일부터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같은해 6월13일 사이 경찰의 청와대 보고가 집중됐다는 의혹이 나온 바 있다. 경찰은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와 관련해 지난해 2월8일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사건 관련 보고를 했다고 한다.
 

다만 류씨는 황 청장에 대해 “타협도 안하고 누가 수사에 개입하는 것도 싫어한다”고 평했다. 심지어 자신이 인사를 부탁했는데도 "‘범위를 넘어서는 얘기는 하지 말자’며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황운하, 여권 인사 친분 사업가…의도적 접근했나

 

그러나 황 청장은 울산청 관련 예산을 따내기 위해 여권 핵심 인사와의 친분이 있는 류씨에게 의도적으로 접촉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류씨는 해당 녹음 파일에서 “황 청장이 자신이 여권 핵심 인사와 친하다는 것을 알고 4~5차례 류씨를 접촉했다”는 취지로 여권 핵심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한다. 
 

류씨는 “BH에서도 (황 청장을) 인정해준다”며 “여권 인사에게 이 친구(황 청장)를 잘 챙겨주라고 했는데 (여권 인사가) 엄지손가락을 펴며 ‘대통령이 챙긴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황 청장이 경찰청장을 패싱하고 청와대와 직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어 류씨는 해당 여권 핵심 인사가 고위 공직에 부임하고 나서 울산에 2차례 방문했을 때도 자신과 식사를 하고 갔다고도 주장했다. 심지어 당시 현직 시장이었던 김 시장과의 약속보다도 자신과의 식사를 중시했다고도 과시했다.
 

[뉴스1]

[뉴스1]

류씨는 송 시장이 2014년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나섰을 때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윤리심판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류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청장이 예산을 따내기 위해 여권 인사와의 친분이 있는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촉했다는 의혹에 대해 “황 청장이 뭐가 답답해서 나를 통해서 여권 핵심 인사를 만나겠냐”고 부인했다. 해당 여권 인사와의 친분에 대해서도 “철학이 좋아서 짝사랑 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중요한 역할 맡은 거 없다”고 했다. 황 청장은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기 때문에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김수민·김기정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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