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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병원과 소송 신혜선 "하명수사, 내가 겪은 일과 비슷"

중앙일보 2019.12.04 00:30 종합 5면 지면보기
청담 우리들병원 [중앙포토]

청담 우리들병원 [중앙포토]

“최근 청와대의 ‘하명 수사’ 논란을 보면서, 내가 겪은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경찰 주물러서 조작하고 은폐하고. 이번 정권 사람들의 특징이 이렇습니다.” 
 

이상호 회장과 260억 함께 대출
신, 이 회장 연대보증 빠지자 고소
“경찰 윗선 2년간 수사진행 막아”
은행 측 “서류 조작설은 사실무근”

2일 오후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난 신혜선(63)씨는 이렇게 말하며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씨는 원래 ‘친여’ 성향의 사업가였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 민주당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웠고,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총장’으로 알려진 윤규근 총경은 ‘막내’라고 막역하게 부를 정도였다. 신씨가 운영하던 레스토랑은 친문(친문재인)계 회동 장소로도 많이 쓰였다. 
 
또 신씨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천주교 세례를 받은 이승훈 순교자의 7대손으로, 천주교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로 알려져 있다. 양 원장은 지난 3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때 종교계 일을 도와준 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랬던 신씨가 여권과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우리들병원 이상호 회장의 '1400억원 대출 특혜' 의혹과 관련이 깊다. 신씨와 이 회장 부부는 2009년 레스토랑과 웨딩 사업 등을 하는 회사를 만들어 동업했고, 신씨가 담보를 제공하고 이 회장이 연대보증을 서서 신한은행으로부터 26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우리들병원 재정난과 개인회생 등 경제적 이유로 이 회장이 2012년 산업은행에 1400억원의 대출을 신청했다. 신씨는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이 회장에게 '기존 채무부담을 모두 정리하라'고 요구했다"며 "이때문에 자신의 동의 없이 산업은행 측이 이 회장을 도와 연대보증 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했다. 
 
연대보증 계약이 해지된 경위는 무엇인가.  
당시 나는 회사 채무를 인수하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20억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근데 대출을 받기로 하고 실제 금액이 들어오기까지 사이에 이 회장의 연대보증이 해지됐다. 그러더니 대출 금액 20억원 중 이 회장이 매월 내던 이자와 연체이자를 합한 금액 7억원을 신한은행 측이 제하고 돈을 주더라. 이 회장은 연대보증에서 자유로워지며 산업은행 측으로부터 1400억원 대출을 받았는데 나는 이 회장의 빚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신씨는 이 때문에 신한은행 직원을 사문서 위조와 사금융알선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 중 법원은 사금융 알선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고, 문서 위조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런데 나중에 신한은행 서류 중 일부에서 위조 정황이 발견됐고, 신씨 측 변호인이 이 사실을 발견해 다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때부터 신씨는 "경찰이 사건을 깔고 앉아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사건이 넘어간 지난해 9월까지 약 2년 동안 아무것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신씨는 본인의 사건을 통해 이 회장의 1400억원 대출 의혹이 다시 불거질 것을 원치 않았던 경찰 윗선, '청와대'의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우리들병원 대출 사건 흐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우리들병원 대출 사건 흐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찰은 제대로 수사를 안 했나.  
일선에서 수사를 맡았던 A경위는 너무나 열심히 해 줬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경찰은 아마 없을 것이다.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런데 위에서 수사를 막았다고 했다. A경위의 상관인 B과장이 아주 모욕적인 표현까지 써 가며 더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A경위한테 내가 다 미안할 정도였다.
 
윤 총경도 이 사실을 알았나.  
윤 총경도 알았다. 막내(윤 총경)는 계속 ‘수사 하고 있다’는 말만 했다. 그 말만 믿고 제대로 수사가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들은 한 명도 부르지 않았다. 경찰은 2년 동안 사건을 붙들고만 있다가 지난해 9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다가 올해 5월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에서 날 조사한 것은 딱 한 번, 단 5분이 전부였다.
 
경찰이 윗선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보나.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꾀를 쓴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수사가 잘 진행되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도록 말이다. 여권이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무마시키려고 압력을 넣은 거다. 내 사건도 ‘하명 수사’와 똑같다. 신씨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신한은행 직원들의 사문서 조작 의혹을 재고소할 방침이다.
 

한국당 '권력형 게이트' 규정…"정권 실세의 수사 중단 외압" 

자유한국당 등 일각에서는 이 회장에게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권이 신한은행과 산업은행 등을 압박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권력형 게이트'라고도 주장했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우리들병원 대출 특혜도 문제지만 경찰의 수사 과정이 더 석연치 않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그 이상 되는 곳에서 수사를 무마하고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심재철 의원도 “정권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우리들병원의 산업은행 대출과 그 이전 신한은행 대출 및 연대보증인 제외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사실에 대해 정권 실세의 수사 중단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신한은행 "신씨의 억측…사실 무근" 반박 

신씨의 주장에 대해 신한은행과 경찰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씨가 VIP 고객이라 직원이 약정서를 쓸 당시 ‘제가 적어드리겠다’고 한 것이고, 앞서 법원에서도 그 부분은 ‘위임에 의해 쓴 것’이라고 해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신한은행의 연대보증 문제와 산업은행 대출과도 시기상으로 봤을 때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도 “일선서 과장이 본인의 정치적 판단으로 수사를 막을 수 없고, 만약 서장 선에서 지휘를 내렸다고 해도 보는 눈이 많아져서 이미 조직에서 다 소문이 날 수밖에 없다”며 “(신씨가) 경찰 현실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앙일보는 이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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