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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검찰의 수사 지휘권 폐지, 공론화에 부쳐야

중앙일보 2019.12.04 00:24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완규 변호사

이완규 변호사

청와대와 경찰이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권 보호 등과 관련이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해 안타깝다. 이 법안은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안 논의에 밀려 있다.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패스트 트랙 법안으로 지정돼 곧 국회 본회의에 올라갈 예정이다.
 

깊은 논의 없는 수사권 조정 위험
경찰 권력화 막을 대책도 마련해야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프랑스 혁명과 함께 검찰 제도가 처음 도입된 유래부터 보자. 법관이 수사·소추·재판을 모두 담당하던 규문 절차에서 수사·소추를 재판과 분리했다. 경찰이 초동수사권을 이용해 수사절차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인권침해 폐해가 극심해지자 이런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검찰에 수사지휘를 맡겨 경찰 수사를 통제하도록 했다.
 
그런데 검사가 경찰과 같이 조사 활동에 너무 나서면 예단과 편견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우려가 있으므로 가능하면 직접 수사활동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수사는 경찰이 하도록 하되 검사는 진행 경과를 통제하고, 수사 결과를 받아 공소제기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역할로 제한해야 한다. 즉 수사권을 갖되 필요 최소한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구에서도 검사가 초동단계부터 수사활동에 나서는 것은 자제하고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했다.
 
검찰 개혁의 옳은 방향은 검찰의 특별수사 등 인지수사를 축소하고 소추 기능과 경찰수사에 대한 지휘·감독 기능을 위주로 하는 본연의 모습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수사 절차에서 법치주의를 관철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 제출된 수사권 조정 법안은 문제가 많다. 검찰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검사의 경찰 수사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주어 1차적 불기소 판단권을 경찰에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하면 수사 개시부터 그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겠다는 결정을 할 때까지 경찰은 영장을 신청할 때 외에는 아무런 통제 없이 수사할 수 있다. 경찰이 수사대상의 선정, 입건과 이후의 수사 범위와 수사 기간에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결정하게 된다. 또 1차 수사종결권까지 부여받아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할지 여부도 경찰이 결정한다.
 
이렇게 되면 경찰이 수사 절차에서 절대적 권한자로 등장하게 된다. 반면에 검사는 경찰이 기소하라고 송치한 사건에 대해 기소할 수 있는지만 검토하고, 그 사건의 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이런 변화가 국민 입장에서 올바른 방향인지 의문이다.
 
검찰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검사가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라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검찰을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불구로 만드는 동문서답식 대책이다.
 
경찰이 입건된 사건을 검사에게 보내지 않고 스스로 처분하는 것은 입법례가 없다.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알 수 없다.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형사 소송 절차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사항이다.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장치 역할을 수행해온 검사의 수사 지휘를 폐지하는 경우 그 수사지휘가 수행하던 통제 기능을 누가 어떻게 대신할 것인가. 검사의 통제를 벗어난 경찰의 권력화에 대한 대책으로 논의되는 자치경찰제나 사법경찰의 기능적 분리에 관해 치밀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형사 소송 절차의 전체적인 운영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보완대책도 없는 법 개정은 무모해 보인다. 이제라도 국민을 위한 합리적인 검찰 개혁안을 위해 수사권 조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공론화가 절실하다.
 
이완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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