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ㆍ미 ‘지소미아 봉합’ 뒤 왕이 방한…‘한국 견인’ 나선 中

중앙일보 2019.12.03 15:14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5일 한국을 찾는다.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시도로 전례 없는 미국의 압박을 받다가 간신히 동맹 간 균열을 봉합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이 던지는 질문에 맞닥뜨릴 차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월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월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외교부 제공]

왕 위원은 방한 기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양국의 관심사인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간 북ㆍ미 간에 이른바 ‘직거래’가 이뤄지며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은 축소된 측면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미국과의 담판을 앞두고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먼저 만나며 북ㆍ중 관계를 과시하는 전술을 구사하긴 했지만, 여기서도 중국은 후견인 역할에 가깝지 북핵 협상에 직접 참여하는 플레이어로 움직이지는 못했다. 한국도 중국과의 협력보다는 남북미 트랙에 집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9월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중국 외교부]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9월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중국 외교부]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인내의 시한’으로 설정한 연말이 다가오는데도 북ㆍ미 간 대화가 재개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왕 위원은 이런 정체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한ㆍ중이 협력할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서 미국만 바라보고 있는 한국으로부터 중국의 ‘지분’을 확인받으려는 의도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왕 위원의 방한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체계 배치 문제로 불거졌던 양국 간 갈등이 마무리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해석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라는 시각이 외교가엔 더 많다. 특히 미국의 개입으로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한 직후 이뤄지는 방한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무역 문제와 홍콩 사태 등으로 미국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동북아 대중 견제 기제 중 핵심이었던 한ㆍ미ㆍ일 안보협력 구도의 중대한 변경이 막판에 무산된 데 실망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6월 27일 오후 오사카 웨스틴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6월 27일 오후 오사카 웨스틴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2017년 10월 한국이 사드 갈등 봉합을 위해 공개적으로 표명한 이른바 3불(不) 원칙과도 연결된다. 당시 한국은 ▶사드 추가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입장에선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세번째 원칙과 연결했을 수 있다. 실제 지소미아 결정 번복 직전인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우리 안보에서 한ㆍ미ㆍ일 간 안보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한이 있어도 일본과 안보상 협력은 해나갈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중국 내에서는 “왜 한국은 3불 약속과 다른 소리를 하느냐”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대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인도ㆍ태평양 전략 참여를 압박했고, 양국은 신남방정책과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연계해 협력하자는 공동설명서(차관보급)와 공동성명(차관급)을 발표했다. 지소미아 사태가 결과적으로는 미국이 한국을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끌어들이는 계기가 된 셈이다.
반면 중국의 추진하는 일대일로 전략과 관련, 한국은 이 역시 신남방정책과 연계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 협력은 없는 선언적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중국의 인식이라고 한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가 최근 미국이 한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한국 본토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적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를 초래할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ㆍ중 간 갈등 국면에서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하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21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방문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송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21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방문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송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왕 위원의 방한을 계기로 사드 문제도 다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시 주석까지 직접 나서 사드 문제의 ‘해결’을 요구했다.(6월 오사카 한ㆍ중 정상회담)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사드는 ‘정식  배치’가 아니라 ‘임시 배치’라는 점을 겨냥한 압박이다.
시 주석의 방한 여부는 왕 위원의 방한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평창 겨울 올림픽 때부터 시 주석을 초청했으나 중국은 시원하게 답을 준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의 2017년 12월 방중 이후 2년 가까이 답방이 없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이미 북한을 방문, 북ㆍ중 관계를 고려했을 때 단독 방한에 대한 부담도 줄었고 내년 봄에는 방일이 예정돼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왕 위원의 방한에 대해 “사드 환경영향평가, 북핵, 중거리 미사일,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 등 다양한 한반도 현안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 태도를 확인하며 한ㆍ중 정상회담이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의제와 상황을 정리정돈하는 차원의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