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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하면 '사달' 났다···연말시한 앞두고 삼지연 오른 김정은

중앙일보 2019.12.03 12:09
김정은 백두산·삼지연 방문과 주요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김정은 백두산·삼지연 방문과 주요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말을 앞두고 백두산 삼지연을 찾았다. 지난 10월 16일 백두산에 오른 지 47일 만이다.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자신이 직접 설정했던 ‘연말 시한’이 다가오자 중대 결심의 모양새를 만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인민의 이상향으로 천지개벽 된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이 12월 2일 성대히 진행되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참석하시어 준공 테프(테이프)를 끊으시었다”고 3일 보도했다.  

정치 고비마다 백두산.삼지연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백두산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테이프를 끊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백두산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테이프를 끊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통신은 “삼지연군 꾸리기 2단계 공사의 완공을 통하여 당의 영도따라 일심단결과 자력자강의 위력으로 용용히 나가는 조선의 대진군은 그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으며 그 길에서 우리 인민은 승리와 영광만을 떨치리라는 철리를 조국청사에 또 한 폐지(페이지) 긍지 높이 아로새겼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은 명시적으론 삼지연군 꾸리기 준공식 참석에 있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을 29일 남긴 시점에 찾았다는 점에서 대미 예고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백두산 또는 인근 삼지연을 방문한 전후로 북한 정치·군사적으로 ‘사달’이 벌어진 전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 국방부위원장 처형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장성택 처형이 있기 약 2주 전인 같은해 11월 30일 삼지연 혁명전적지를 찾았다. 2012년 집권 후 이 때가 첫 삼지연 방문이었다.  
2017년 12월 9일 백두산 등정 후 삼지연군을 찾았을 때도 전후로 중요 사건이 있었다. 앞서 11월 29일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해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등정에서 대내외에 ICBM 완성을 과시하는 한편 2018년 1월 1일에는 대외 강경노선을 유화노선으로 급전환하는 남북화해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첫 북·미 정상회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서도 삼지연을 찾았다. 올해 들어선 지난 10월 16일 백두산에 올랐고 일주일 후인 23일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지시가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입구에 자리잡은 삼지연군 건설현장도 현지지도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입구에 자리잡은 삼지연군 건설현장도 현지지도했다.[연합뉴스]

이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김 위원장은 정치·외교적으로 중대 고비마다 백두산·삼지연을 찾아 국정운영의 중요 결정을 내리곤 했다. 삼지연은 김정은 일가의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두산을 행정구역으로 하는 ‘혁명 성지’로 북한에선 통한다. 자신의 정통성을 과시할 수 있는 장소인 만큼 김 위원장의 삼지연 애착은 크다는 분석이다. ‘삼지연관현악단’이라고 이름붙일 정도다. 
 
김 위원장의 2일 삼지연 방문에는 최용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총리 등 당정 고위 간부뿐 아니라 박정천 총참모장 등 군 간부들도 대동했다.  
최용해 제1부위원장은 준공사에서 “자기 힘을 믿고 하나로 굳게 뭉쳐 일떠설 때 못해낼 일이 없다는 자력갱생 노선의 생활력이 현실로 확증됐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공사 완공을 자축, 제재 효과를 평가절하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0월 중순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 이후 북·미 실무회담조차 재개되지 않을 정도로 비핵화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따라서 연말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던 김 위원장이 조만간 새로운 길에 대한 구상을 내놓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여사가 지난해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여사가 지난해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연내 북·미 실무회담이 열리지 못하면 북한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남북 및 북·미 대화 단절을 선언할 것”이라며 “한국을 향해선 군사훈련이나 첨단무기 도입을 구실로 삼아 군 통신선 중단, 공동경비구역(JSA) 통행 제한, 감시초소(GP) 복구 등 고의적으로 남북군사합의서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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