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공산당은 어떻게 기업을 장악하는가?

중앙일보 2019.12.03 09:47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반공 이데올로기 교육의 흔적일 게다. 필자 머릿속 공산당은 아직도 '이승복의 외침'과 닿아있다. 뿔이 없다는 건 확인했다. 그런데도 어쩐지 두려움을 주는 단어가 공산당이다.
 
오늘 공산당 얘기 해보자. 중국 공산당 말이다.
 
중국은 '당-국가 시스템(Party-State System)'의 나라다. 당이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장악한다. 3권(입법, 사법, 행정)은 물론 언론까지 틀어 쥐고 있다. 홍콩 사태 소식은 대륙에서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다. 당이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지목하면, 그들은 테러리스트가 된다. '공산당 손바닥'이다.
 
자, 여기서 제기되는 질문.
 
"국유기업이야 국가 소유니까 그렇다 치자. 그럼 개인 소유인 민영기업도 당이 장악하고 있는가? 사영기업에도 당의 입김이 작용하는가?"
 
당의 권력이 사회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이다. 중국의 정치-경제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팁이기도 하다.
 
'당서기를 뽑습니다.'
 
포탈업체 바이두(百度)가 지난 2018년 말 낸 구인 공고다. 회사 '당위원회 서기'를 뽑겠다는 것이다. 연봉 56만 위안. 우리 돈 약 9200만 원이다. 조건이 붙었다. '공산당원으로서 최소 2년 이상 정부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대졸이상의 학력 소지자'. 정부나 대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자는 우대한다는 부대 조건도 있다.
 
자동차 공유업체 디디추싱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조건의 당서기 공채 공고를 냈다. 연봉은 24만 위안(약 4000만원), 역시 적은 수준은 아니다.
 
당서기는 당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회사 일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1억 연봉까지 줘가면서 외부에서 뫼시려 하는 이유는 뭘까?
 
급했다. 시진핑 집권 2기의 원년, 당시 그가 가장 역점을 둔 게 '당건설'이다. '당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당 조직을 설립해야 한다'는 당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가 특별히 지목한 게 바로 민영 IT회사였다.
 
그렇지 않아도 마윈의 사퇴 발표로 뒤숭숭하던 때였다. '당의 압력으로 물러나기로 했다'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업계가 쫄 수밖에 없다. 대부분 회사가 직원 중에서 공산당원을 뽑아 당위를 이끌도록 했다. 그러나 좀 큰 회사들은 외부에서 영입했다. 당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이끌어갈 '로비스트'가 필요했던 때문이다.
 
잠깐 여기서 당장(黨章)을 보자.
 
'당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당조직을 건설해야 한다. 3명이상의 당원이 모이면 '당지부(党支部)'를 만들 수 있고, 50명이면 '당총지부(党总支), 100명 이상이면 당위원회(党委)를 설립할 수 있다.'
 
2016년 말 통계에 따르면 14만7000개의 국유기업 중 93.2%가 당조직을 건설했고, 273만개의 비공유기업 중 67.9%에서 당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었다.
 
30%가 넘는 민영기업에 당조직이 없다? 시진핑 주석이 발끈했다. '당성'이 떨어지는 민영 IT업체가 타깃이었다. 민영기업들은 쫄았다.
 
외국 투자기업은 어떨까?
 
다르지 않다. 당지부, 총지부, 당위원회가 설립된다.
 
종업원 규모로 볼 때 중국에서 가장 큰 외상투자기업은 폭스콘(富士康)이다. 대략 100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곳에 설립된 기층 당지부는 1030개, 당총지부는 229개, 그리고 사업 단위별로 16개의 상위 당위가 운영 중이다. 3만 명의 적극적인 당원이 활동하고 있단다.
 
지난 해 한 때 폭스콘에서 '당원 신분 밝히기 운동'이 벌어졌다. 당원들은 근무시간에 '사랑으로 충만한 당원, 당신의 어려움을 도와드립니다'라는 글자가 새겨진 붉은색 목거리를 두르고 다녔다(아래 사진). '당원이 벼슬이냐?'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 쑤저우에 있는 삼성반도체가 중국 언론의 찬사를 받은 적이 있다. 사내 당조직의 적극적인 활동이 화제가 됐다. 당시 언론에 따르면 이 회사의 당원은 356명. 당위원회의 적극적인 영입 활동으로 당원수가 크게 늘어나고, 직원 평가 KPI에도 당위 활동 실적을 반영한다는 보도였다.
 
2016년 말 현재 10만6000개의 외국투자기업 중 70%에 당조직이 건설됐다. 지금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그렇게 외국투자기업은 공산당과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럼 기업 내에서 당조직은 어떤 일을 할까?
당장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1. 당 노선과 방침의 관철
2. 기업이 법을 지키도록 지도(引導)와 감독
3. 직원 단결
4. 기업과 직공의 합법적 권익 수호
5. 기업의 건강한 발전
 
기업으로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항목들이다. 그들은 회사 안으로 파고들어 회사가 당 노선을 잘 따르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있다. 회사 조직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권력체계가 회사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당조직 활동이 기업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한다. 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곳도 많다. 그러나 회사 내에 또 다른 명령 체계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에게는 부담이다.
 
게다가 중국은 당-국가 시스템의 나라다. 국가가 경제 주체의 하나로 시장에 직접 뛰어든다. 아무리 간 큰 민영기업 사장이라도 당위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연봉 1억원을 주고 외부에서 '능력자'를 데려오는 이유다. 퇴직을 앞둔 유능한 공무원이 주요 영입 대상이다.
 
당과 국가의 생성 과정을 보면 이해가 간다.
 
중국에 공산당이 설립된 건 1921년이다. 그 당이 혁명을 통해 1949년 세운 나라가 바로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이다. 당이 아버지라면, 국가는 아들인 셈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키우듯, 당은 국가를 장악한다. 그래서 인민해방군은 아직도 당의 군대다.
 
중국은 그런 나라다. 공산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국가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겉으로는 기업환경이 자유로운 것 같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당의 힘이 작용한다. '당서기 공개 모집 공고'는 공산당의 장악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당의 결정은 법이요, 힘이다. 혹 심기라도 건드리면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사드 때 겪었던 일이다. 지금 홍콩에서 보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안면인식 등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당의 사회 통제력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중국인들은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공산당이 더 무섭다. 필자 뇌세포 저 밑에 깔려있던 '이승복의 외침'이 다시 살아나는 이유다.
 
무작정 비난할 건 아니다. 무찔러야 할 대상도 아니다. 그럴수록 더 연구하고, 더 관찰해야 할 대상이 바로 중국 공산당이다. 우리 입에 손가락 들어오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