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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들 "살려보라"던 고유정, 핏자국엔 테이프 붙여놨다

중앙일보 2019.12.03 05:00

“당신, 소방관이잖아, 살려봐”

고유정의 현남편이 지난 7월 24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오른쪽은 고유정이 경찰에 붙잡힐 당시 모습. [뉴스1] [중앙포토]

고유정의 현남편이 지난 7월 24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오른쪽은 고유정이 경찰에 붙잡힐 당시 모습. [뉴스1] [중앙포토]

2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의 현남편(37)이 증언대에 섰다. 그는 “(고유정)자신도 애를 낳았던 엄마였을 텐데, 오히려 아이를 잃은 아빠인 나를 인신공격했다”고 말했다. 또 “오늘 검사님을 통해 (고유정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됐다”며 “참으로 비통하고 원통하고 괴롭다”며 울먹였다.

검찰, 2일 고유정 8차공판서 증거로 제시
현남편, "우리애기 등…행동 모두 거짓"
전남편 살해, 의붓아들 살해후 연쇄살인
고유정, “A군 살해는 검찰 상상력 기소”

 
그가 이날 법정에서 눈물을 쏟은 것은 의붓아들 A군(5)이 숨지기 전후 고유정이 한 행동을 검찰로부터 전해 들어서다. 검찰은 이날 A군이 사망한 당일인 지난 3월 2일 새벽 고유정이 A군의 외삼촌(현남편 전처의 동생) 등의 전화번호를 삭제한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이날 오전 4시48분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A군 외삼촌 등 숨진 친모의 지인 전화번호들을 차례로 삭제했다. 이 때는 검찰이 A군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해온 시간대이다. 
 
이에 방청석에서는 “하아”, “저런” 등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검찰은 A군의 사망 직전이나 직후에 A군의 외삼촌 등의 연락처를 지운 것 자체가 현남편이나 A군 가족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행동으로 보고 있다.
 
전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5월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다. [뉴스1]

전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5월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다. [뉴스1]

A군 사망시각에 가족 연락처 삭제

이와함께 검찰은 고유정이 A군 사망 이후 자신의 어머니와 통화를 한 내용도 증거로 제시했다. 고유정은 이날 “의붓아들이 숨져서 불쌍하다”는 위로의 말에 “우리애기 아니니까 말하지 말라”고 얘기한 사실이 첫 공개됐다.
 
아울러 고유정은 이날 통화에서 “(의붓아들이) 내가 아닌, 할망(할머니의 제주도 방언)만 찾는다. 아빠(현남편)가 있으면 아빠한테만 가는 아이”라고 말했다. A군은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 2월 28일 청주로 오기 전까지 제주도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아왔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유정 부부는 각각 전남편과 숨진 전처 사이에서 낳은 5살 동갑내기 아들이 있었다.
 
고유정은 이날 공판에서 A군을 살해한 혐의를 부인했다. 고유정 측 변호인은 “피고인(고유정)은 자신의 자녀와 똑같은 나이의 피해자(A군)가 엄마의 돌봄 없이 자란 모습에 대해 깊은 동정심을 갖고 친모처럼 잘 키워주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은 사건 당일 잠에서 깨어난 직후 A군이 의식이 없는 것을 알고 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어 피해자 회생을 돕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고유정 사건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 사건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 A군에 애정 없었다”

고유정은 지난 3월 2일 오전 4∼6시쯤 청주 집에서 잠을 자던 A군의 몸을 강하게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이어 지난 5월 25일에는 제주의 한 펜션에서 친아들(5)을 만나러 온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손괴하고 은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런 고유정 측 주장에 검찰과 현남편은  반박했다. 현남편은 “피고인이 A군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인 적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같이 살아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각별히 돌봐줄 시간적 여유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고유정 측이 “숨진 A군을 친모처럼 잘 키워주려 했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현남편은 A군이 사망한 전후의 상황을 설명함으로써 살인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그는 “(고유정이) 항상 대화할 때 (A군을) ‘우리애기’, ‘우리애기’라며 좋은 모습만 보여왔다”며 “숨진 다음날엔 ‘우리애기 아니니까 말하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그동안 했던 행동이) 모두 거짓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A군 사망 당시 고유정의 행동을 묻는 검사의 질문에는 “사건 당시 내 옆에 앉아서 ‘당신 소방관이잖아. 살려봐’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A군 사망…매트리스 처분 시도

현 남편은 또 “3월 8일 (A군의) 장례식이 끝나고 청주로 돌아왔을 때 (혈흔이 남은) 이불이나 베개가 모두 없어진 상태였다”며 “저에게는 우리 아이 생전의 마지막 흔적이었는데 제 동의 없이 버려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이불 등) 모든 게 사라졌는데 침대 매트리스의 혈흔 자국이 남은 곳에는 테이프를 마구잡이로 붙여놨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이 매트리스를 A군 사망일 오후 8시쯤에 매트리스 수거업자에게 전화해 처분하려 시도하기도 했다.
 
한편, 고유정 측은 이날 “A군 살해에 대한 검찰의 공소내용은 우연적 요소를 꿰맞춘 상상력의 결정체”라고 주장했다. 고유정 변호인은 “공소장에는 범행 동기나 관계 등을 간략히 기재할 수 있음에도 지나치게 내용을 나열해 재판부에 예단을 생기게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날 재판은 전남편 살해사건과 A군 살해사건이 병합된 첫 공판으로 진행됐다. 고유정에 대한 9차 공판은 오는 16일 오후 2시 열린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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