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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원 몸싸움 중 나온 "돈 봉투"…그 말에 곤란해진 경찰

중앙일보 2019.12.03 05:00
전남 곡성군의회 소속 의원들의 몸싸움에서 불거진 '돈 봉투' 전달 의혹을 놓고 경찰이 혐의 적용에 고심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뚜렷한 물증이 나오질 않고 상대적으로 입증이 쉬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가 끝났다. 정당에 돈을 줬다는 논란에 휩싸인 의원은 돈 봉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전남 곡성군의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곡성 군의원들이 최근 두 의원 사이에 발생한 폭행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전남 곡성군의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곡성 군의원들이 최근 두 의원 사이에 발생한 폭행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이번 주 중 참고인 신분 조사
공직선거법 위반은 공소시효 끝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물증 부족

2일 곡성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번 주 중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곡성군의회 A·B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곡성군의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A의원과 무소속 B의원은 지난 25일 낮 12시 30분쯤 의회 의원실에서 몸싸움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곡성군의회가 지난달 곡성군을 상대로 한 행정 사무감사가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B의원은 행정 사무감사에서 "여성 바우처 사업이 다양하게 사용되지 않고 도서 구매 등 서점에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서점을 운영하던 A의원이 자신을 겨냥한 질의로 생각해 몸싸움을 벌였다는 것이다.
 
A의원은 B의원과 말다툼과 몸싸움 과정에서 B의원을 향해 "전남도당에 돈 봉투를 줬던 것을 기록해 둔 메모도 있다"며 "그때 돈 봉투를 되돌려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의원들끼리 머리채와 멱살을 잡다 나온 이 발언으로 파문이 일자 경찰이 사실확인에 나섰다.
 
경찰은 A의원 주장대로 돈 봉투가 건네졌다면 시점은 2015년, 액수는 약 100만원 선일 것으로 보고 있다. B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로 군의원에 당선됐다. B의원은 지난해 의장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A의원과 B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서로 정치활동을 돕던 사이로 알려졌다.
 
돈 봉투가 건네졌다면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가 예상된다. 하지만 각각의 혐의마다 걸림돌이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금품이 건네진 사실만 확인되면 혐의 적용이 가능하나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해 현재는 적용이 안 된다.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돈 봉투를 받은 사람이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누가 돈 봉투를 받았는지도 확인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B의원은 자신을 향한 돈 봉투 의혹을 부인한다. B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A의원을 도와주고 있을 때 전남도당에 인사하러 가자 했던 것은 어렴풋이 기억난다”며 “하지만 인사만 하기로 했지 돈 봉투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당시 방문은 단순한 전남도당 관계자들과 상견례 취지”라며 “특정인과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고 서점을 운영하는 A의원에게 좋은 책이나 한두권 선물하고 오자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A의원은 B의원과 다투면서 “책 속에 돈 봉투를 끼워 전남도당 당직자 책상에 놓고 왔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돈 봉투가 건네졌다는 점도 법리 적용을 어렵게 한다. 곡성군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만약 돈을 받았다는 사람을 특정해도 돈 봉투를 끼워 전달했던 책이 없다고 해버리면 진위를 알 수 없다"며 "더 상황을 따져봐야겠지만 현재로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용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돈 봉투를 준 시기가 선거 시기도 아닌 데다 직접 사람에게 건네준 것이 아니라 책상에만 놔뒀다면 어떤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 어렵다"며 "사건 관계자와 두 의원의 진술을 들어보고 개인적인 채무인지 정치자금인지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곡성=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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