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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수사권 조정 힘 빠진다…민주당 조급하게 하는 3대 악재

중앙일보 2019.12.03 05:00
더불어민주당은 시간이 없다.  
내년도 예산안은 감액 심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헌법이 정한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겼고 3일로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회 종료일도 7일 앞으로 다가왔다. 자유한국당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199개 안건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면서 추가로 임시회를 열더라도 모든 안건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건 쉽지 않게 됐다. 정기회에서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회기가 끝나면 자동 종료되지만 나머지 안건마다 붙어 있는 필리버스터 신청은 새로 열리는 임시회에서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지만 여의도 정치 외곽의 환경은 민주당의 체감 시간을 더 촉박하게 만들고 있다.   
 

커지는 민정수석실 감찰 무마 의혹  

지난해 1월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춘추관에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둘째부터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중앙포토]

지난해 1월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춘추관에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둘째부터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중앙포토]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민정수석실 감찰 무마 의혹’은 민주당을 조급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외곽 요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그 윗선에 대한 검찰 수사는 크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과 경찰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하명’했다는 의혹의 두 갈래로 전개되고 있다. 애초 조국 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규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던 유 전 부시장 관련 수사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이름까지 나오면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게 됐다.
 
문제는 두 가지 수사가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에 관한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경찰의 하명 수사 의혹이 구체화될수록 수사권 독립의 명분이 훼손되고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향할수록 공수처 설치 명분도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시간이 갈수록 불리하다”고 말했다. ‘조국 대전’에서 검찰을 맹비난했던 민주당은 이번 국면에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하명 수사가 있었다거나, 감찰 무마가 있었다거나 하는 것들은 일방적인 의혹 제기일 뿐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반박에 나선 것과도 온도차가 분명하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우리가 검찰 수사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어 특별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세지는 개각 압력

더불어민주당 김진표(왼쪽) 의원과 추미애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왼쪽) 의원과 추미애 의원. [뉴시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깊어질수록 청와대 안팎에서 공석인 법무부 장관 임명과 국무총리 교체 등 개각 압력은 세지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인선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한 이후 민주당 내엔 12월에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한 뒤인 연말연초를 개각 적기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민정수석실 감찰 무마 의혹 등에 대해 “레임덕의 시작”(2일 박지원 무소속 의원,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이라는 평가들이 나오면서 여권에서는 “청와대와 정부의 분위기 전환과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빠른 개각이 필요하다”(민주당 중진 의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와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처리 시기가 자칫 잘못하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맞물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정기 국회 회기 중 패스트트랙 표결이 어렵다면 반드시 곧바로 임시회를 소집해 처리해야 한다”며 “인사정국과 맞물리면 모든 게 뒤엉킬 수 있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파트너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이인영 운영위원장. 임현동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이인영 운영위원장. 임현동 기자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문제를 두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협상 파트너였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나 원내대표는 임기가 오는 10일 종료되지만 아직까지 연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오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으로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을 받아 원내대표직 유지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윤리위 결정으로 인해 원내대표직을 곧바로 상실하는지를 두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어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상 오랫동안 상대방의 내용과 의도를 파악해 온 협상 당사자가 교체되면 다시 탐색전부터 시작해야 하는 곤란이 생긴다”며 “아무리 최악의 파트너였다고 하더라도 구관이 명관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두 사람의 입지가 더 흔들리기 전에 법안을 처리하는 게 조금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대체재가 마땅찮은 한국당의 구조상 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바른미래당과는 당권파인 김관영 전 원내대표와 비당권파인 오 원내대표를 각기 다른 채널에서 접촉해 와서 원내대표 교체로 인한 위험이 분산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당 원내지도부 교체는 악재"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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