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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칼럼] 진정 죽어야 되살아날 좀비, 자유한국당

중앙일보 2019.12.03 00:33 종합 35면 지면보기
최훈 논설주간

최훈 논설주간

“문재인 정부 잘하는 게 거의 없는데 왜 자유한국당은 맨날 이 모양이냐.” 만나는 지인들의 잦은 궁금증이다. 황교안 대표가 삭발 단식 까지 감행하고, 청와대의 심장부에서 터진 관권 선거 개입 의혹까지 일파만파인 터다. 하지만 제1야당의 ‘반사이익’ 지지도는 요지부동. “내년 총선은 문 정부의 총체적 실정에 대한 심판”이라는 한국당의 구호는 늘 머쓱하다.
 

여권 실정, 황대표 단식 투쟁에도
자기 희생 못 느끼니 비호감 65%
역사적 책임 친박 세력 내려 오고
신선한 미래의 보수로 물갈이해야

왜일까. ‘한국당은 과연 심판자의 자격이 있는가’라는 시대의 반문(反問) 때문이다. “혁명에 준하는 현역 대통령 탄핵을 부른 한국당 세력은 진정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반성과 희생을 겪었는가.” “지금의 한국당으론 다시 권력을 안겨준다 해도 똑같은 보복과 오만, 불통을 반복할 뿐….” “박근혜 정부에서 진박이라 호가호위하던 의원들 중 감옥에 있는 최경환 빼곤 도대체 누가 보속(補贖)의 고통을 겪었느냐.”
 
그러니 문 정부도 밉지만 허구한 날 문 정부 욕만 하고 자신들은 아무 것 바뀐 게 없는 이 정당의 비호감도는 무려 65%(한국갤럽 11월 조사)다. 그렇게 비난하던 조국의 반대 수위를 넘어 푸틴 대통령(61%)보다 높다. 청년기에 이 당의 북풍, 차떼기 사건 등을 목격했던 40대(비호감도 79%)는 미사일 쏴대는 김정은 위원장(82%) 만큼이나 싫다고들 하니…. 참혹하다. 민심 인지 감수성이 워낙 낮은 곳이라 이걸 알고 있는지조차 궁금하다. ‘미운 놈 떨어트리기’인 선거판에 뭔 염치로 표 달라 하겠는가. 이 와중에 자진 불출마 하겠다는 분들은 달랑 4명(김무성, 김세연, 김성찬, 유민봉) 이다. 탄핵 때 분명 죽었는데 자기들은 살았다고 돌아다니니 ‘좀비 정당’ 맞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기억은 그들에겐 큰 업보(業報)다. 이 당 의원들은 역사적으로도 자생력이 없는 권력자의 머슴들이었다. 보수 정당 원조 격인 자유당은 이승만 대통령이 업혀 가던 한민당의 내각제 세력을 내쫓고 자신의 대통령직 유지를 위해 만든 당이었다. 박정희 군부 정권의 집권을 위해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이 밀실에서 탄생시킨 게 공화당이다. 12·12 쿠데타 이후 신군부의 통치를 위해 보안사가 꾸며낸 건 민주정의당이었다. 지금 한국당의 뿌리라고 할 민주자유당 역시 여소야대가 고달픈 노태우 대통령과 차기 집권에 올인한 김영삼 총재 간의 밀실 작품이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에까지 오로지 1인 권력자가 좌지우지하는 문화. 이 조직의 DNA였다.
 
유전받은 한국당의 열성(劣性)이 바로 낙점(落點)과 굴종(屈從)의 영혼없는 떼거리 문화. 판·검사, 고위관료, 장성 등 안 그래도 수직적 문화나 기득권 유지, 자존감에만 익숙한 이들이 권력자의 ‘낙점’을 무르와 가득찬 집단이었다. 나의 영생(永生)만이 영혼없는 권력 머슴 집단의 캐릭터다. 권력자 입장에선 힘센 자 누구에게나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집단이니 미래의 보수를 이끌 지도자를 키울 고민조차 필요없다. 쓴소리? 바로 역적이다. 꼿꼿이 머리 세운 정두언, 유승민은 그 후 어떻게 되었나.
 
나라의 길, 보수의 가치와 철학 따윈 사치일 뿐이다. 권력자를 좇아 친이, 친박과 비박으로 파편화된 오늘날의 오합지졸 꼬락서니, 당연한 귀결이다.
 
생각들이 없으니 기억나는 당의 메시지나 이미지라곤  ‘문재인 욕’을 빼면 ‘5·18 망언’이나 ‘릴레이 단식’ ‘패스트트랙 점거농성 표창장’ ‘박찬주 영입 소동’ 등의 블랙 코미디 뿐이다. 40% 중도층을 스스로 “오지 말라”고 밀쳐 낸다. 문제적 정당을 넘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정당인 듯싶다. 황 대표에 뒤이은 의원들의 동조 삭발, 단식 역시 “애처로운 공천 눈도장”이란 조롱의 대상이 되고, 당대표 단식 옆의 ‘할렐루야 찬송’은 비호감만 높였을 뿐이다.
 
한국당의 살 길은 단 하나. ‘자기 희생’이다. 정국의 분수령인 내년 총선은 민주당에 23석(지난 총선 때 안철수 국민의당이 호남 28석 중 차지한 의석)을 더 주고 시작하는 게임이다. 벌써 여야의 불출마 선언 의원들을 모아 판을 새로 짜보려는 30~40대 주축 신당설까지 나온다. 도대체 한국당은 무슨 미련이 남았길래 아직도 진저리나는 친박, 비박 타령인가. 탄핵을 찬성한 국민들은 81%(2016년 12월 한국갤럽)였다. 역설적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 재건의 대의를 위해 스스로 정리를 해주는 게 마지막 품격일 터다. 아니라면 황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탄핵을 불러 지난 2년 반 겪게 한 보수층의 처절한 고통을 생각한다면 그들은 스스로 뼈와 살을 도려내야 순리다.
 
황 대표 주변을 측근이라 에워싸고 다시 새 권력자의 낙점을 구하는 친박 핵심들. 구태와 인습, 지역구도에 절어있던 영남의 노장들은 이제 스스로를 내려 놓는 게 역사적 책무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보수의 재건을 꿈꾸는 신선하고 창의적이며 자생력있는 신인들로 확 체질을 바꿔야 마땅하다. 공화당·민자당부터 이어온 낙점과 머슴의 보수 정치를 미래의 새 보수로 일신하라. 보수의 맏형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탄핵 때 뛰쳐 나간 막내들과의 보수 대통합도 가능할 것아닌가. 다 버려야 산다. 진정 죽어야 산다. 그래야 실정의 심판자로 거듭날 수있다. 이 좀비 정당은….
 
최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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