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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의 이코노믹스] 정부가 대책 내놓을 때마다 서울 아파트 값 되레 뛰었다

중앙일보 2019.12.03 00:12 종합 26면 지면보기

종합부동산세가 집값 잡을까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2019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은 납세 의무자는 59만 5000명이다. 이들에게 고지된 총액은 3조3471억 원. 지난해와 비교해 대상 인원은 27.7%, 금액은 58.3% 늘었다. 전체 주택 소유자의 3.6%에 해당하기 때문에 별것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가 서울 거주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 시민의 부담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보유세 무조건 오르는 구조
양도세 부담 커져 팔기도 어려워
부동산 외 60개 세금도 함께 올라
경기 위축되면서 서민 고통만 커져

이렇게 세금이 많이 늘어난 것은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높이고, 세율을 올린 데다 세액을 결정할 때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올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만으로 끝나지 않고 내년에는 더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재 85%에서 2022년에는 100%까지 올리겠다고 했고, 공시가격도 당분간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건강보험료 등 60여 가지의 과세기준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납세자의 세금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 출범 직후부터 그렇게 강력한 대책을 쏟아냈고, 종합부동산세 납부가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이 24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종부세 납부가 시작됐지만 세금 부담에 따른 매도 움직임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가격 상승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기대 밖 현상이다.
  
한국, OECD에서 부동산세 높은 편
 
정부는 지난해 세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선진국에 비해 낮은 보유세 부담률을 근거로 제시했다. 즉 우리나라 보유세 부담이 작으니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자료를 보면,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평균이 1.10%인데 반해 우리는 0.80%로 나온다. 하지만 동일한 자료에서 거래세를 포함한 재산 과세의 경우 평균이 1.92%인데 반해, 우리는 그보다 훨씬 높은 3.0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에 재산세가 오르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기 때문에 이 수치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보유세 부담이 낮기 때문에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동일한 논리로 월등히 높은 재산 과세를 OECD 평균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케 하므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즉 조세의 전반적 효과와 계층별 효과, 거시경제에 미치는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는 보유세가 인상되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실제 그런지도 의심스럽다. 가장 높은 수준의 보유세를 물리고 있는 영국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들로 알려져 있고, 불평등 정도가 훨씬 덜한 독일의 경우는 보유세 부담률이 우리의 절반 정도인 0.43%여서 보유세의 높고 낮음이 부의 불평등 해소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 확실치 않아 보인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보유세 인상이 집값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했는데, 그 효과가 실제로 있는지 불분명하다. 오랫동안 검증된 경제학 교과서에는 보유세 인상이 일회성으로 한 차례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기는 해도, 그 이후에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미국처럼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보유세를 부과하는 곳에서도 지속해서 가격이 상승했고, 가격 폭등으로 연결된 적도 있다. 더구나 몇 년 전까지 선진국 대도시의 집값이 일제히 올랐는데, 당시 보유세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폭등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지난해 말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 상승하는 것을 보면 괜히 세금을 더 걷어서 경제에 부담만 주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지금처럼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지도 고민해야 한다. 지속적인 공시가격 인상으로 60여 가지 세금도 같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세금이 전세로 전가되는 부작용도
 
특히 서민 입장에서는 후폭풍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중과가 결국 서민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 다주택자 중에는 투기꾼도 있겠지만, 다주택자는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한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신규 공급을 줄일 것이고, 이는 임대주택 부족으로 연결돼 서민 주거가 더욱 불안해지게 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보다는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공급을 더 늘리는 방향의 정책을 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집값을 잡아서 서민들 생활을 편하게 한다는 정부의 착한 의도에는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각종 규제로 인해 오히려 서민의 고통이 가중될 것 같아 염려된다. 강남 집값만 잡겠다는 생각에 공급위축과 거래절벽, 이로 인한 경기 위축만 심화시켜 결국은 서민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에 유념해야 한다. 세금이 전세로 전가되면서 전셋값이 오르는 것도 서민이 떠안게 될 피해다.
 
얼마 전 60대 은퇴 공무원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15년 전부터 강남의 아파트에 거주해왔는데 연금 생활하는 부부가 6개월 사이에 세금으로 1000만 원을 내게 됐다는 하소연이다. 이 사람은 수십 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투기와는 상관없이 아파트를 한 채 샀을 뿐인데, 세금 폭탄 때문에 이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혹자는 돈 벌었으니 이사 가도 된다고 편하게 말하겠지만, 당사자의 마음은 착잡할 것이다.
 
시장 조일수록 서울 집값 밀어 올려
이번 정부 들어 2019년 11월까지 17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꺼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총력전 양상이다.
 
2017년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인 8·2 대책이 나왔는데도 강남 집값이 폭등하는 양상을 보이자 가계부채종합대책과 임대주택등록제도,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투기지역 지정 등의 정책이 연이어 쏟아졌다. 그런데도 강남 집값이 오르자 정부는 지난해 가장 강력한 대책인 9·13 대책을 내놓았다.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대출규제가 강화됐고, 그해 말 3기 신도시 계획을 담은 수도권 주택공급확대 방안이 마련됐다. 이후 상당 기간 집값이 안정돼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강남지역 신축주택 중심의 가격 불안이 다시 재연됐다. 그러자 이제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고강도 정책을 추가로 시행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 시장의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돼 신축아파트 중심의 국지적 상승세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 출범 후 지방은 7.3%나 빠져서 심각한 상황이지만 서울과 강남 아파트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점이다. 같은 기간 서울과 강남구 아파트는 각각 20.4%와 23.0% 폭등했다. 정부 의도와는 정반대다. 가장 강력한 대책이라 평가받았던 8·2 대책의 경우는 발표 이전 1년간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4.7% 올라, 평균 정도 상승하던 것이 대책 이후 1년간 14.0% 폭등했다.
 
더 이상한 것은 8·2 대책 얼마 후 서울과 강남의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더 강력한 정책이라 평가받는 9·13 대책 즈음에 폭등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그 이후 안정세를 보이다가 올여름부터 분양가 상한제 이슈가 나오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대책을 수립할 때마다 강남과 서울의 아파트값이 오르는 형국이다. 다른 거시경제의 변화가 그리 없었음을 고려하면 정부 규제의 부정적 효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렇듯 과도한 정부 규제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같은 거래세율 인상은 주택거래를 줄이거나 거래 시점을 나중으로 연기시킴으로 인해 거래매물 감소로 이어져 가격상승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가격 안정 정책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어떤 정책카드를 쓸 때는 그 효과를 충분히 고민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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