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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장 무덤도 통째 재현…28년 만에 한자리 모인 가야 유물

중앙일보 2019.12.03 00:04 종합 25면 지면보기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본성-칼과 현’ 특별전. 가야의 철제 투구와 갑옷이 전시돼있다. [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본성-칼과 현’ 특별전. 가야의 철제 투구와 갑옷이 전시돼있다. [연합뉴스]

전시회 초입에 6단 높이(3.5m)로 촘촘히 쌓아 올린 토기 진열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원통형으로 만들어 360도 어느 방향에서도 볼 수 있게 250건의 가야 토기를 전시했다. 일명 ‘가야 토기탑’이다. 여러 나라로 쪼개진 채 한반도 남부에서 약 520년 간 지속됐던 ‘공존’의 역사가 다채로운 상형 토기들에 서려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가야본성’ 개막
무사모양 뿔잔 등 2600여 점 전시

국립중앙박물관의 올해 마지막 특별전인 ‘가야본성-칼과 현’이 2일 개막했다. 지난해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을 잇는 기획전시이자 가야 주제로는 1991년 이후 28년 만이다. 말 탄 무사모양 뿔잔(국보 275호) 등 2600여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삼성미술관 리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 31개 기관 협조로 이뤄졌다.
 
가야 역사가 낯선 것은 우리 역사 인식이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 문헌기록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신라·백제·고구려 위주의 서술 때문에 가야는 김수로왕 설화와 우륵의 가야금 정도만 전해질 뿐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고고학적 발굴이 활발해지면서 가야의 권역과 교류, 문화가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가야의 특성을 ‘철과 현’으로 이름지었다. 악사 우륵의 생을 다룬 김훈의 소설  『현의 노래』에서 발췌한 문구들이 이해를 돕는다. 1~4부로 구성된 본 전시는 각각 공존·화합·힘·번영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특히 2부 화합 섹션에선 방 하나를 할애해 고령 지산동 44호 왕의 무덤을 실제 크기에 가깝게 재현했다. 지산동 44호분은 6세기 초 조성된 대가야 최고 지배자의 고분으로 직경 27m, 높이 6m에 달한다. 주인공을 묻은 주곽이 중앙에 배치되고 부곽 2기가 남쪽과 서쪽에 있으며 이를 감싸듯 사방에 순장곽 32기가 놓인 채 발굴됐다.
 
대가야 왕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총 35명의 순장자는 호위무사·마부·옷감관리인 등 왕을 섬긴 신하들과 그 가족으로 추정된다. 다만 발굴 당시 이미 도굴꾼이 일부 부장품을 털어갔기에 다른 무덤에서 출토된 금관 등을 섞어서 무덤 유물을 재현했다. 또 공간 규모상 순장자의 방은 벽면에 그래픽 영상으로 처리했다.
 
‘대고려전’과 비교할 때 빛나거나 화려한 유물은 많지 않다. 각종 토기 외에 ‘철의 나라’답게 각종 무기와 철기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1992년 신문배달 소년이 경남 함안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견해 수습된 말 갑옷(마갑·馬甲)도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이 마갑총 유물은 최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이 밖에 철갑옷과 투구 등 정교하게 다듬어진 무기류가 당시의 수준 높은 철제 기술을 보여준다.
 
전시를 통해 확인되는 가야는 호남동부지역까지 세력을 뻗쳤던, 삼국이 아닌 ‘사국사기’의 한 주인공이다. 특히 가라국(대가야)은 낙동강에서 섬진강에 이르는 여러 지역을 규합했는데, 남으로 여수 고락산성, 서로는 지리산을 넘어 장수 삼봉리와 남원 두락리에 이르는 넓은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야는 남원·순천 지역 세력을 규합하고 중국에 사신을 파견하는 등 위상을 과시했다. 창원 현동에서 출토된 ‘배 모양’ 토기는 가야인들이 일본 등과 활발한 해상무역을 벌였음을 드러낸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품 절반 정도가 새롭게 박물관에서 소개되는 것”이라면서 “고대사의 지역적 공통성 및 동서의 문화적 연대성을 보여줘 우리 한반도사를 다시 인식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가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힘을 실을 수 있길 바란다”고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다. 이어 부산시립박물관(4월 1일~5월 31일)을 들렀다가 일본으로 가서 국립역사민속박물관(7월 6일~9월 6일)과 규슈국립박물관(10월 12일~12월 6일)에도 순회된다. 윤온식 학예연구사는 “한국과 일본 간 문화적 소통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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