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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 벌써 850만, 극장가 비수기 바꾼 디즈니

중앙일보 2019.12.03 00:04 종합 25면 지면보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가 초고속 흥행 중이다. 사진은 개봉 첫 주말인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의 모습. [연합뉴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가 초고속 흥행 중이다. 사진은 개봉 첫 주말인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가 11일째 관객 800만 명을 돌파했다. 비수기로 꼽혀왔던 11월 극장 관객 수도 전년 동월 대비 8% 증가하며 역대 최다(1859만명)를 기록했다.
 

비수기 11월 개봉해 초고속 흥행
올해 5번째 1000만 영화 될 듯
디즈니 영화 4~5월에도 1000만
“성수기 한국영화 경쟁 과열 반복”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겨울왕국 2’는 누적 858만 관객을 동원했다. 800만 도달 속도로 ‘어벤져스: 엔드게임’(8일차, 최종 관객 수 1393만) ‘신과 함께: 인과 연’(9일차, 1227만) ‘명량’(10일차, 1761만)에 이어 역대 네 번째 빠르다. 현재 추세론 5년 전 1편에 이어 1000만 관객도 무난해 보인다. 이 경우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에 이어 사상 처음 한 해 최다 다섯 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한다. 이전까지 1000만 영화 최다 배출 해는 2014년으로, ‘명량’ ‘겨울왕국’ ‘인터스텔라’에 더해 이듬해 1000만을 달성한 12월 개봉작 ‘국제시장’까지 총 4편이었다.
 
‘겨울왕국 2’의 주인공 캐릭터들.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겨울왕국 2’의 주인공 캐릭터들.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역대 1000만 영화 대다수가 여름 휴가철, 설·추석 명절 연휴, 연말연시 등에 개봉했다면, 올해는 국내 극장가의 전통적 성수기가 아닌 시기의 이례적 흥행이 잇따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디즈니다. ‘겨울왕국 2’로 가을 틈새시장을 장악한 데 앞서, 계열사 마블의 히어로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4월, ‘알라딘’ 실사영화가 5월 선보여 쌍천만 관객을 빨아들였다. 3월 개봉해 580만 관객을 동원한 ‘캡틴 마블’까지, 봄철 극장가를 그야말로 지배했다.
 
올해만이 아니다. 디즈니의 이런 봄 비수기 개봉 전략은 11년 전 마블영화(MCU) 1호 ‘아이언맨’이 시초다. 지난 6월 영진위의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상영점유율의 상관관계’ 페이퍼에서 곽서연 영화정책연구원은 “마블영화는 주로 전통적인 극장 비수기라 할 수 있는 4월에 개봉했다(9편)”면서 “극장 입장에서는 고예산 한국 영화가 개봉을 꺼리는 극장 비수기에 마블영화의 상영점유율을 최대한 높여서 극장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수 있지만, 마블영화 개봉 패턴이 일찌감치 4월 개봉을 선점해 다른 영화들이 그 시기에 개봉하기를 꺼리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시기를 3~5월까지 확장하면 마블영화 총 23편 중 봄철 개봉작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등 12편에 달한다. 이어 가을 비수기 도전작도 증가해온 추세다. 6년 전 ‘토르: 다크 월드’를 시작으로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토르: 라그나로크’ 등으로, 마블 브랜드 티켓파워에 힘입어 스크린을 점령하며 각각 300만~500만 관객을 모았다.
 
올해는 디즈니와 더불어 CJ ENM의 배급작이 흥행 상위권을 휩쓸었다. CJ는 설 연휴를 석권한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 ‘극한직업’에 이어, 한국영화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5월 개봉작으론 유례없는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관객 수도 사상 최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3년 2억 명을 넘은 이래 6년간 2억1000만 명대에 정체했던 연간 극장 관객 수가 2억2000만 대로 올라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지난달까지 총 관객 수가 2억421만 명. 12월 한 달간 관객 수는 2012년 이래 7년간 평균 2000만 명을 웃돌았다.
 
다만 올해 성수기 대작영화들은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신예 이상근 감독의 재난영화 ‘엑시트’(CJ)가 여름내 940만 관객을 모으며 깜짝 흥행했고, 디즈니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누적 관객 802만 명)과 ‘라이온 킹’(484만 명) 등이 선전한 반면 연초 ‘뺑반’, 여름 시즌 ‘사자’ ‘나랏말싸미’ 등 스타 배우가 출연한 총제작비 100억원대 대작들이 기대에 비해 손익분기점을 못 넘긴 경우도 많았다.
 
특히 성수기 시즌 과당경쟁이 문제로 지적됐다. 영진위의 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서 김성희 객원연구원은 “성수기에 집중하고 마블영화는 피한다는 배급전략에 따라 한정된 시기와 관객을 두고 한국영화끼리 과열 경쟁을 펼치는 악수가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영화로는 여성 감독 영화가 상대적으로 약진했다. 올해 한국영화 흥행 10위권에 김도영 감독의 ‘82년생 김지영’, 박누리 감독의 ‘돈’, 김한결 감독의 ‘가장 보통의 연애’, 엄유나 감독의 ‘말모이’ 등 신인 여성 감독의 데뷔작이 4편이나 올랐다. 독립예술영화에서도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다수 수상하며 호평받은 김보라 감독의 ‘벌새’ 등이 팬덤을 얻었다.
 
디즈니는 기존의 마블·픽사·루카스필름(‘스타워즈’ 제작사) 외에 최근 21세기폭스를 인수·합병하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범하며 콘텐트 공룡으로서 전세계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워왔다. 한국에선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최고 상영점유율이 80.9% 이르는 등 스크린 독과점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1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겨울왕국 2’가 스크린을 과도하게 점유하고 있다며 배급사 디즈니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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