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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주도·동의 법안이 102건…자신 발의 법안에 필리버스터?

중앙일보 2019.12.03 00:03 종합 10면 지면보기
“특별법은 지진 피해로 집을 잃고 고통받는 피해 주민들을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경북 포항을 지역구로 둔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월 같은 당 의원 112명과 ‘포항지진 피해 구제와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하면서 한 말이다. 7개월여 뒤인 지난달 29일 한국당은 이 법을 포함한 본회의 안건 199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에서 여야 합의를 거친 대안이 비쟁점 법안으로 본회의에 올랐지만 여야 ‘필리버스터 대치’로 통과가 무산됐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필리버스터 안건(199개) 중 포항 지진 특별법을 포함해 76건이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오른 ‘대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 대표발의 법안은 26건이었다. 둘을 합쳐 전체의 절반 이상(102건, 51,5%)이 한국당이 발의했거나 동의를 해준 셈이다. 민주당 대표발의안(32건)과 정부 입법 및 동의안(30건)을 더한 것은 전체의 3분의 1 가량(62건, 31%)이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여야 중재안으로 낸 ‘유치원 3법’처럼 민주당과 한국당이 아닌 그 외 정당 및 무소속 의원 대표발의안은 34건이다.
 
포항 지진 특별법 말고도 청년기본법·소상공인법·환자안전법 등이 한국당이 발의했거나 합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민생 법안에 속한다. 관련 이익단체들은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57개 청년단체로 구성된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청년단체 연석회의’는 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국회 정상화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청년기본법은 20대 국회가 개원하자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것인데, 스스로 막아서는 모습이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어렵게 여야 합의를 거친 대체복무제 도입 법안도 필리버스터 대상이다.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린 뒤 1년 반 만에 대체 법안의 국회 통과를 목전에 뒀는데 복병을 만났다. 이상협 민주당 국방위 전문위원은 “(대체복무 관련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도 공백으로 시행이 1년 더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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