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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쓰레기봉투에 넣으라니” vs “동네 환경오염 어떡하라고”

중앙일보 2019.12.03 00:02 2면 지면보기
호텔 레스토랑에서 밥 먹는 강아지, 비행기 타는 고양이. 국내에서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죠.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 알레르기, 물림 사고, 질병 등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습니다. 이는 동물과 사람이 같은 공간을 쓰기 때문인데요. 반려동물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로 인한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미흡하기만 합니다. 중앙일보 라이프 트렌드는 이러한 갈등과 고민을 주제로 사람과 반려동물의 평화로운 공존법을 고민해볼 계획입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동물 장례문화의 변화와 갈등’입니다.
 

반려동물과 동거 안녕하신가요? - ⑥ 장례시설

 
‘무지개다리를 건너다’. 애견인들은 반려견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가족이나 다름없던 반려견이 ‘죽었다’는 말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하기 때문. 그토록 소중한 반려동물과 작별의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사람에 비해 턱없이 짧다. 평균적으로 개는 약 15년, 고양이는 약 16년을 산다. 길어도 20년을 조금 넘길 뿐이다. 희로애락을 함께한 만큼 마음의 연을 제대로 끊지 못하면 상실감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펫로스 증후군’에 걸리기도 한다.
 
내겐 가족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동물이어서 사람처럼 존엄성을 담은 장례 절차를 밟긴 쉽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과 합법적으로 이별하는 방법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위탁해 집단 소각하고 또는 정식으로 등록된 동물 장묘 시설에서 화장하는 방법뿐이다. 이 가운데 그나마 애견(묘)인의 마음에 내키는 방법은 반려동물 장묘 시설이지만 이마저도 이용하기 꽤 어렵다.
 
 

서울엔 허가받은 동물화장장 없어

국내에서 정식으로 등록해 운영하는 동물장묘 업체는 전국에 41군데밖에 없다. 이들 대부분은 도심이 아닌 외곽지역에 몰려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전체 가구 수의 20% 이상이 몰려 있는 서울에는 화장장이 한 군데도 없다. 제주도 또한 관광 구역이어서 화장장 건립이 불가능해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려면 뭍으로 나와야 한다.
 
그러다 보니 ‘불법 매장’을 고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인 1407명 중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동물화장장을 찾겠다’는 사람은 59.1%뿐이었다. 그다음은 ‘주거지·야산 등에 묻을 것’(24%), ‘동물병원에서 폐기물로 처리’(12.9%), ‘쓰레기봉투에 담아 처리’(1.7%) 순이었다. 자신의 집 앞마당에 반려동물을 묻어도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국내의 동물화장장 등의 장묘시설 부족 문제는 지속될 전망이다. 관련 시설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혐오시설로 간주하며 집값을 떨어뜨리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건립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공공 동물화장장 설치를 추진하곤 있지만 이 또한 비슷한 실정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계획에서 공공 동물화장장 건립을 목표로 세웠지만 지금까지 동물화장장 터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대구·광주광역시에서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민간·공공 동물화장장 건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조용환 한국동물장례협회장은 “동물은 대부분 화장한 뒤 매장하므로 사체가 부패해 생기는 각종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유롭다”며 “게다가 정부가 동물장묘 시설의 안전·환경오염 문제 등을 까다롭게 검사하므로 소음·분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무허가로 불법 운영하는 동물장묘 업체에 대한 단속이 느슨해 업계 물이 흐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엔 합장 가능한 민간 공원묘지

반려동물 역사가 길고 복지가 발달된 해외는 어떨까.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사유지에 매립을 허용하거나 화장하도록 되어 있다. 또 미국의 일부 주, 일본에선 사후에 반려동물과 함께 묻힐 수 있는 민간 공원묘지가 많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1500만 마리 시대를 맞이했다. 앞으로 생을 마감하는 반려동물 숫자 또한 점점 늘어날 것이다. 애견(묘)인과 비애견(묘)인의 갈등을 넘어 합의점을 찾아야 할 때다.
 
 

반려동물 장례 어떻게 

1 정식 등록 업체 확인하기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animal.go.kr)에서 합법으로 운영되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정보를 제공한다.
 
2 장례 비용 준비하기 
동물병원에 소각을 의뢰하면 5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정식 장례식장에서 동물을 화장하는 비용은 평균 20만~30만원 선이며 장례 절차나 서비스에 따라 100만원을 넘기도 한다.
 
3 불법 처리 업체에 주의
트럭·승합차에 버너를 갖추고 화장해 주는 ‘이동식 화장장’은 모두 불법이다.
 
4 동물등록 변경 신청
동물등록을 했던 반려동물이 죽었다면 변경신청서를 내고 사망 신고를 해야 한다. 온라인에서도 가능하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로그인 후 등록동물 정보에 사망을 선택한 후 사유를 적으면 된다. 30일 이내 변경하지 않으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나온다.
 
도움말=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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